집값 하락폭 둔화에도 …"내집마련은 하반기 이후 고려"

이석희 기자(khthae@mk.co.kr) 2023. 1. 24.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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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이후 부동산 시장 전망
거래량 소폭 늘고 하락세 주춤
금리 인상폭 줄어도 부담 여전
급매·경매·분양시장에 주목
시세 대비 가격 우선 따져야

지난해 역대 최대 하락폭을 기록한 집값이 올해에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시장 연착륙을 위해 큰 폭의 규제 완화를 단행했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도 막바지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새해 들어 아파트 가격 하락폭은 3주 연속 낙폭이 둔해지고 있다. 서울의 경우 소폭이지만 거래량(계약일 기준)이 지난해 11월과 12월 연속으로 증가했다. 설 연휴 이후 건설사와 정비사업 조합들이 본격적으로 분양 준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부동산 시장 전문가 5인에게 시장 전망을 들어봤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올해 상반기까지는 고금리 영향으로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겠지만 정부의 규제 완화와 기준금리 정점 시그널에 따라 대기 수요가 많은 수도권 단지들 위주로 거래량이 증가하고 가격도 바닥 다지기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우선 전문가들은 지난 13일 한국은행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에 대해 금리 인상 자체는 여전히 악재가 맞지만 수요자들의 심리가 고금리에 적응하고 있고 최종금리가 최고 3.75%에서 멈출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만큼 하락폭을 심화시킬 요인은 아니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이제는 시장 참여자들이 고금리에 적응하고 있다"며 "금리 인상이 모든 시장 변수를 집어삼킬 정도의 영향을 주긴 어렵다"고 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도 "지난 한 해는 '금리 공포' 국면이었지만 수요자들이 고금리에 적응하고 있다"며 "설 이후엔 일부 지역에서 거래량이 살아날 것"이라고 했다.

특히 두 전문가 모두 30일부터 출시되는 특례보금자리론 혜택을 받는 9억원 이하(KB 시세 기준) 주택의 거래량이 살아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금리 인상의 끝은 보이지만 금리가 인하되는 시점이 언제인지는 알 수 없기 때문에 매수자들의 부담은 여전하다"고 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터미널레이트(최종금리)가 높아야 3.75% 수준으로 예상되지만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이 나쁘기 때문에 경기 침체에 따른 매수심리 악화도 무시할 수 없다"고 했다.

정부의 1·3 대책으로 전국 대다수 지역이 규제지역에서 해제되고 분양 관련 규제도 대폭 완화돼 시장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집값 하락세를 급반전시키긴 어렵지만 수도권 핵심 지역의 인기 대단지를 위주로 급매 거래가 활성화하면서 전반적인 거래량 상승은 나타날 수 있다고 봤다.

함 랩장은 "대책의 효과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집값 하락폭이 둔해지고 있지만 2~3주 정도 추세를 가지고 판단하긴 이르다"면서도 "수도권의 인기 단지들은 하락 거래가 줄고 거래량이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강남 3구는 문의가 늘고 거래가 다소 살아나고 있다"며 "가령 잠실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나 주공5단지는 저점 매물이 소진된 뒤 호가가 다시 1억~2억원씩 뛰고 있다"고 했다. 또한 "단기간 낙폭이 컸던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도 규제지역 해제에 따른 대출 규제 완화로 매수세가 살아날 수 있다"고 했다.

설 연휴 이후 본격적으로 열릴 상반기 아파트 분양 시장 전망에 대해선 '가격 경쟁력'이 최우선 고려 사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지난해 평균 청약 경쟁률은 2021년 대비 절반 이하로 떨어지면서 완벽히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됐다.

윤 팀장은 "분양은 결국 개별 단지 각각의 분양가가 제일 중요하다. 미분양이 많은 지역에서 분양하면 무조건 실패하는 게 아니다"며 "지역 시세 대비 얼마나 저렴한 분양가로 나오느냐에 따라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함 랩장도 "분양가가 주변 단지들의 급매, 경공매 가격 등과 비교해 경쟁력이 있어야 완판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분양가상한제가 유지되는 서울 강남3구와 용산구로 수요자들의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실거주 의무 폐지가 예고돼 자금조달 환경은 좋아진 반면 여전히 가격은 시세 대비 저렴하게 나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강남·서초의 핵심 지역은 평당 분양가 6000만원 선이 유지된다면 충분히 매력이 있다"며 "올해 분양이 예상되는 반포, 청담 등 단지는 여전히 주변 시세가 평당 1억원인 상황"이라고 했다.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 전략에 대해선 하반기까지 관망세를 유지하면서 관심 단지의 급매나 경매 물건을 노리라는 조언이 다수였다.

박 교수는 "금리 인상 종료와 대출규제 완화를 기대하면서 하반기 관심 단지 위주로 급매물을 꾸준히 관찰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함 랩장은 "금리 하락 반전은 이르면 올해 4분기로 전망되기 때문에 연말 혹은 내년 초까지도 기다려볼 수 있다"며 "매입 가격의 60% 이상은 자기자본으로 조달 가능할 때 나서는 것을 추천한다"고 했다.

박원갑 수석전문위원은 "지금은 오히려 타이밍보다 가격을 더 고려해야 할 시기다. 단지마다 이미 저점이라고 판단되는 곳도 있는 반면 아직도 하락이 일어나지 않은 곳도 있다"며 "급매, 분양, 경매 등 모든 수단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했다. 윤 팀장도 "가령, 송파 헬리오시티 같은 경우 가격이 일정 수준으로 내려가니 수요가 다시 붙고 있다. 관심 단지가 저점을 다지는 시기라면 매수를 노려볼 만하다"고 했다.

[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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