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 민노총의 비뚤어진 평화 인식, 바꿀 때다
한미일 협력을 문제 삼고
핵에 맞선 평화 말하면서
정부만 비판하는 민노총
북과 연계 끊고 거듭나길
민주노총 조직국장 등 노조 간부 4명이 북한 공작원과 접촉했다는 사실은 가히 충격적이다. 반미 투쟁 확대, 한미군사훈련 중단, 반보수 투쟁 등 북한의 구체적 지령을 받아 활동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한국의 대표적 노동운동단체 간부들이 도대체 왜 북한의 주장을 받아들이고 이를 실행하는 전위대가 되어야 하는가?
민주노총 선언을 들여다보니 민주사회와 더불어 통일조국의 건설이 목표에 담겨 있다. 강령 2조에는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실현하고 제 민주 세력과 연대를 강화하여 분단된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실현한다고 적혀 있다. 7조에는 전쟁과 핵무기의 위협에 맞서 항구적 세계 평화를 실현한다는 항목도 있다. 노동조합의 강령인지 정치단체의 강령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다. 작년 8월 13일 민주노총이 소집한 8·15 전국노동자대회 포스터는 '전쟁을 부르는 대결정책과 한·미·일 군사협력을 멈춰라' '한미연합군사연습 중단' '한·미·일 군사협력 반대' 등 북한의 주장과 닮은꼴의 구호들로 가득 차 있었다. 북한의 주장에 동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입장이 비뚤어졌거나 균형감을 상실했다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우선 한·미·일 군사협력을 멈추라는 주장은 한반도 평화와 평화통일 반대 세력이 한·미·일이라는 인식이다. 앞뒤가 바뀐 주장이다. 북한의 유례없는 위협적 미사일 발사가 지속되고 있어 한미동맹 강화와 한·미·일 안보협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한반도의 긴장감을 높이고 평화를 위협하는 것은 다름 아닌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다. 평화에 대한 반대 세력은 누가 봐도 북한이다. 위협의 원천과 현실적 대응을 구분하지 않고 한·미·일 협력만 문제 삼는 것은 분명 북한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민주노총은 또한 핵무기에 맞서서 항구적 세계평화를 실현하자고 한다. 한국에 핵이 없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핵이 없으니 미국의 확장억제를 강화하자고 하고, 일부에서는 핵 보유에 나서야 한다고까지 주장한다. 하지만 북한이 핵 개발을 지속하고 있고 공세적 핵 독트린을 채택했다는 것은 북한 스스로 인정하고 입증한 사실이다. 민주노총이 핵무기에 맞서 평화를 이루고자 한다면, 왜 북한의 핵 도발과 핵 위협에 대해서는 침묵하는지 밝힐 의무가 있다. 심지어 지난 문재인 정권의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 노력과 굴종적인 대북 협력 자세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핵 개발을 멈추지 않았고 오히려 핵과 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했다. 즉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핵무기의 위협은 북한으로부터 온다. 응당 북한에 경고장을 날리고 북한을 비판해야 하는데 비판의 화살을 우리 정부에 겨누고 있다. 도대체 민주노총은 어느 나라 노동단체인가.
전쟁을 부르는 대결정책을 부추기고 있는 것도 북한이다. 북한이 우리를 군사적으로 위협하더라도 한국은 무릎 꿇고 비폭력 무저항으로 일관해야 한다는 것인지 어리둥절하다. 혹시 북한이 주도하는 통일을 받아들이겠다는 주장인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차제에 민주노총은 북한과의 연계를 과감하게 차단하고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주한미군 철수나 한미동맹 해체 등 반국가 정치단체와 같은 주장과는 확실하게 선을 긋고, 민주노총도 대한민국의 일원이라는 점을 먼저 분명히 해야 마땅하다. 민주노총은 북한의 노조가 될 수 없고 친북 정치단체여서도 안 된다. 또한 민주노총은 노동운동 본연의 모습을 되찾길 바란다. 민주노총이 노동자의 권익 향상, 근로조건의 개선, 노동 취약계층의 보호 등 노동자들의 포괄적 권리 증진에 나설 때 국민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 나아가 강성 일변도의 비타협적 투쟁 노선으로 일관한다면 그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는 국민도 현격히 줄어들 것이라는 점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수사의 대상이 되어서가 아니라 스스로 자정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겸 국제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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