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세뱃돈과 3만원권 지폐
설날 가족들과 만나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경제적인 부담이 큰 것도 사실이다. 선물, 부모님 용돈, 세뱃돈 등 지갑 열 일이 많기 때문이다. 요즘 세뱃돈 국룰은 '3·5·10'이라고 한다. 중학생 미만 3만원, 중학생 5만원, 고등학생·대학생 10만원이라는 것. 한 여론조사 업체가 적정한 세뱃돈 금액을 설문한 결과 '5만원'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5만원권이 발행되면서 세뱃돈도 덩달아 뛰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설에도 세뱃돈 액수를 놓고 고민에 휩싸인 이들이 많았을 것이다. 가수 이적이 이 같은 고민을 담아 인스타그램에 올린 "3만원권 지폐가 나오면 좋을 듯싶다"는 글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는 "오랜만에 만난 조카에게 1만원을 주긴 뭣하고, 몇 장을 세어서 주는 것도 좀스러워 보일까봐 호기롭게 5만원권을 쥐여 주고는 뒤돌아 후회로 몸부림쳤던 수많은 이들이 3만원권의 등장을 열렬히 환영하지 않을지"라고 썼다. 그러자 네티즌들의 공감 댓글이 폭발했다.
'3만원권 지폐'가 이슈가 되자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연휴가 지나면 바로 3만원권 발행 촉구 국회 결의안을 발의하겠다"고 화답했다. 미국도 10·20·50달러가 있는데 우리는 지폐 단위의 폭이 크다는 점에서 찬성 의견도 있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신용카드와 인터넷 뱅킹이 급증하고 현금 사용이 줄어드는 시대 변화에 역행한다는 것이다. 또한 새로운 화폐 발행과 현금지급기 교체 등에 막대한 돈이 들어가 비용 대비 효용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새로운 화폐 발행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2009년 5만원권이 발행된 것은 1만원권이 나온 지 36년 만이었다.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그에 걸맞은 고액권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당시에도 국민 불편 해소라는 긍정적 효과와 물가 상승, 뇌물·탈세 등 부정적 파장까지 면밀히 검토한 후에 결정이 내려졌다. 세뱃돈 고민에서 3만원권 지폐 아이디어가 나온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충분한 사회적 논의 없이 밀어붙일 일은 아니다.
[심윤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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