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올들어 벌써 38번째 총기난사···‘총기 규제’ 목소리 나와도 “그때뿐”
11명이 숨진 21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인근 몬터레이 파크 총격 사건은 지난해 5월 21명의 목숨을 앗아간 텍사스주 유밸디 초등학교 사건 이후 미국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총격 사건이다.
사건의 여파가 채 가라앉기도 전인 23일 캘리포니아주 서부 해프문베이에서도 60대 노동자가 총기를 난사해 모두 7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22일엔 루이지애나주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해 개학 파티를 벌이던 대학생 12명이 부상을 입었다. 총기 규제가 느슨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미국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대형 총기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CNN방송은 23일(현지시간) 미국 내 총격 사건을 추적하는 비영리단체 ‘총기폭력 아카이브(Gun Violence Archive)’ 자료를 인용해 올해 들어서만 38건의 총기 난사가 벌어졌으며, 몬터레이 파크 사건은 이 중 33번째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이라고 밝혔다.
이 단체는 총격범을 제외하고 죽거나 다친 피해자가 4명 이상이면 ‘총기난사(mass shooting)’로 규정한다.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AP통신은 몬터레이 파크 사건이 올해 들어 5번째 ‘대형 총기사건’이라고 보도했다.
각각 집계 방식은 다르지만 ‘총기폭력 아카이브’의 기준대로라면 지난해 미국에서 발생한 총기난사는 총 647건이었다. 2014년 첫 집계부터 2018년까지 발생 건수가 400건 아래에 머무르다 2019년 417건, 2020년 610건, 2021년 약 690건으로 크게 늘었다.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23일 트위터를 통해 조 바이든 대통령이 해프문베이 사건을 전해 들었으며 “연방 정부 차원에서 지역 경찰에 필요한 지원을 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21일 몬터레이 파크 사건 이후 애도를 표하고 미국 내 모든 공공 건물에 조기 게양을 지시했다.
캘리포니아는 미국 내에서 총기 규제가 가장 엄격한 편에 속한다. 그럼에도 이 지역에서 연달아 사건이 발생하자 강도 높은 총기 규제를 요구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소속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사건이 벌어진 몬터레이 파크를 방문한 뒤 트위터에 “이렇게 지속적인 총기 폭력으로 공포를 겪는 나라는 세상에 없다”며 “전국적인 수준에서 진정한 총기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고 썼다.
데이비드 파인 샌머테이오카운티 감독위원회 의장은 성명을 통해 “몬터레이 파크의 희생자들을 애도할 시간조차 없이 또 다시 사건이 발생했다”며 “캘리포니아주는 미국에서 가장 엄격한 총기 규제법을 시행하고 있지만 더 많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 현상 유지는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연이은 총격 사건에 총기 규제 강화 목소리가 나오지만, 대형 사건이 발생할 때만 나오는 반응일 뿐 근본적인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워싱턴포스트(WP)는 다시 제기된 총기규제 강화론은 미국에서 집단 총격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나오는 대표적인 반응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은 지난해 유밸디 초등학교 참사 후 총기 소지자의 신원 조회를 강화하는 등 일부 규제를 강화했지만, 여야 타협의 결과 대형 사건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돌격소총(반자동소총)과 대용량 탄창 판매를 금지하는 안은 빠졌다. 참사 뒤 충격에 빠진 여론을 달래려고 시늉만 내다 끝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인의 대량 살상용 총기 소지를 ‘타협할 수 없는 헌법적 권리’라고 주장하는 공화당과 총기업계 로비 탓에 혁신적인 규제 방안은 번번이 좌절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미국 최악의 총기 참사로 꼽히는 샌디훅 참사 10주년 추모식에 참석해 공격용 무기를 금지하는 법안을 의회가 통과시킬 것을 거듭 촉구했다. 샌디훅 참사는 2012년 코네티컷주 뉴타운 샌디훅 초등학교에 침입한 20세 청년이 총기를 난사해 어린이 20명과 교사 6명이 사망한 사건이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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