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기대를 안 할 수 없잖아”...현실 뒤집을 ‘빅쇼’가 온다 [홍키자의 빅테크]

홍성용 기자(hsygd@mk.co.kr) 2023. 1. 24.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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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 ‘메타버스’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느낌이 드나요?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사라져버린 구시대의 유물을 접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나요? 고금리와 고물가의 한복판에서 제2의 IMF가 오느냐 마느냐 언론이 떠들어대는데 메타버스라니? 반감이 불쑥 들기도 할 겁니다. 하지만, 또 메타버스라는 단어를 얘기할 수 밖에 없는 때가 온 듯합니다.

경기침체와 광고 규제 강화 등으로 어려움이 예측되는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에게 새로운 활력이 될지 모를 바로 이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애플의 메타버스(MR·혼합현실) 헤드셋이 이르면 올해 봄, 상반기에는 공개된다는 이벤트입니다.

기시감이 들긴 하죠. 지난해 5월에도 애플의 MR 헤드셋이 출시될 것이라고 얘기했었거든요. 꼬박 1년이 지난 얘기지만, 애플의 머리에 쓰는 메타버스 기기의 출현이 어떤 의미일지 한번 다시 따져봐야겠습니다.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붐 일으킨 애플...다음은 ‘XR기기’?
애플이 올 봄에 첫 선보인다는 ‘리얼리티 프로’ 예상 랜더링.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보도에서 애플이 MR헤드셋 ‘리얼리티’의 개발을 거의 마쳤고, 오는 봄에 공개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오는 6월 개최되는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헤드셋 관련 소프트웨어 기능에 대해 발표한 뒤, 올 가을에는 정식으로 제품을 출시한다는 스케쥴입니다.

애플이 출시할 MR 헤드셋의 이름은 ‘리얼리티 프로’입니다. 애플답게 헤드셋인 하드웨어만 만드는 게 아닙니다. 소프트웨어도 함께 만듭니다. 헤드셋에서 운영될 소프트웨어인 운영체제의 이름은 ‘xrOS’로 전해졌고요. ‘XR’은 ‘확장현실’(eXtended Reality)에서 따왔습니다.확장현실은 가상(VR)·증강(AR)·혼합(MR)현실을 모두 포함하는 단어입니다. ‘확장현실=메타버스’라고 정의해도 무방합니다.

애플이 출시할 제품은 VR과 AR(증강현실) 기능을 합쳤습니다. 내 눈 앞을 완벽히 가리는 VR 콘텐츠도 즐길 수 있게 하고, 현실 위로 겹쳐 보이는 AR 콘텐츠도 활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겁니다. 초고해상도 화면과 사용자의 눈동자 움직임이나 손동작을 추적하는 기능이 포함될 것으로 관측됩니다.

애플은 메타버스라는 단어가 붐업되기 훨씬 이전인 7년 동안 이 제품을 개발해왔다고 알려졌습니다. 2019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을 진행해왔지만, 당초 목표보다도 4년이 지난 올해에 이르러서야 첫 선을 보일 수 있게 될 전망이죠.

실제로 애플은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등 메타버스 분야 관련 인력을 본격 채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제품 출시 준비를 구체화하고 있다는 얘기죠. 애플이 현재 현재 218개의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관련 직무 공개채용을 진행하고 있는 것도 제품 출시가 머지 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메타버스 기기는 무겁지 않아야 하고, 가격도 저렴해야 하며, 5세대(5G)와 자연스럽게 연동돼 버벅거리지도 않아야 하겠죠. 대중의 거부감을 줄이려면 가격이 싼 게 가장 중요해 보입니다. 현재 정상적으로 출시된다고 가정하면 예상되는 가격은 2000달러(약 250만원) 수준으로 전망됩니니다. 비싸 보이지만 결국 살 사람은 삽니다.

푹 꺼진 메타버스 시대...애플이 다시 붐업할까
<사진=김호영 기자>
새로운 시대는 단순 기술이 아니라, 기기가 일상에 퍼져야 열립니다. 애플이 내놓은 스마트폰인 아이폰이 2007년 공개된 이후, 구글과 삼성전자의 안드로이드 진영과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우리 일상에 모바일 시대가 열렸습니다. 스마트폰이 침투된 이후에 모바일 혁명이 벌어진 것이죠. 하드웨어가 개발되고 나면 소프트웨어와 콘텐츠를 만들려는 회사들이 추가로 뛰어들기 마련이니까요.

애플은 그동안 시대를 선도하는 차세대 제품으로 전 세계인의 삶을 바꿔왔습니다. 2007년 아이폰으로 스마트폰 시대의 서막을 열었고, 2014년 애플워치를 출시하며 스마트워치 시대를 대중화하는데 견인했죠. 따라서 이번에도 MR 헤드셋으로 메타버스 시대를 열어갈 수 있을지 기대를 하는 겁니다.

애플에는 애플 생태계에 발을 딛고 어지간해서는 빠져나오지 않는 충성고객이 있습니다. iOS의 전 세계 점유율이 10% 수준이지만, 매출 기준 점유율이 60%에 달하는 것이 그 증거죠. 애플 서비스에 한번 록인(Lock-in)되면 다시 애플 하드웨어를 구매하게 되고, 하드웨어 경쟁력은 지속적으로 강화됩니다.

가장 비상이 걸린 회사는 바로 메타(구 페이스북)일 겁니다. 2021년 말, 페이스북은 회사 이름을 ‘메타’로 바꾸며 회사의 모든 에너지를 메타버스 사업에 쏟아부었죠. 그 결과 메타는 자사의 VR(가상현실) 기기인 ‘오큘러스 퀘스트2’를 2021년 말까지 누적 1000만대 팔았습니다.

하지만 2022년에는 3분기까지 누적 13조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메타의 메타버스 사업부 리얼리티랩스는 지난해 3분기에만 37억달러(약 5조2400억원) 손실을 기록했죠. 메타의 VR 플랫폼인 ‘호라이즌 월드’는 매월 평균 이용자수가 20만명에 못 미치는 수준이 계속됐고요. 말 그대로 밑빠진 독에 물 붓는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상황이었습니다.

업계 전반에서는 푹 꺼진 메타버스 시장이 다시 확 열리려면 아이폰만 20억대를 훌쩍 넘게 판매한 애플이 뛰어들어야한다고 꾸준히 얘기해왔습니다.

결국 올해 침체가 예상되는 미국 기술주의 부흥도 애플의 성공 여부에 따라 달려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애플이 어떤 기기를 내놓고, 얼마나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할 수 있느냐에 따라 나머지 빅테크 기업을 견인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을지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메타버스라는 단어도 정말로 반짝 허상이었는지, 상상 가능한 미래가 될 것인지 분간해 볼 수 있을 겁니다.

‘홍키자의 빅테크’는 플랫폼, 테크, 유통, 이코노미와 관련된 각종 이슈 뒷얘기를 파헤칩니다. 지금 기사 끝에 홍성용 기자의 기자페이지를 ‘구독’하면 깊이가 다른 콘텐츠를 매주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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