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아르헨티나 “달러 대체할 공동 결제수단 만들자”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양국 간 교역에서 달러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공동 통화를 도입하는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1일 취임 이후 첫 공식 외유 일정으로 아르헨티나를 방문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각)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정상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 두 나라의 재무장관이 각자 팀을 이끌고 두 나라 간 공동통화로 이뤄지는 외환거래와 교역을 위한 제안을 하게 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로이터>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양국 간 교역에서 달러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공동 통화를 도입하는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국의 공동통화 논의는 과거에도 추진됐지만 성사되지 못은 사안이어서, 이번에는 어떤 결과를 낳을지 눈길을 끈다.
지난 1일 취임 이후 첫 공식 외유 일정으로 아르헨티나를 방문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각)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정상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 두 나라의 재무장관이 각자 팀을 이끌고 두 나라 간 공동통화로 이뤄지는 외환거래와 교역을 위한 제안을 하게 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룰라 대통령은 “때때로 달러를 얻는 데 어려움을 겪는 나라들이 있다”며 “20세기에 일어난 일이 21세기에도 똑같이 일어나도록 할 수는 없다”고 공동 통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공동 통화는 처음에는 두 나라의 무역과 교역에 사용하다가 나중에는 ‘메르코수르’ 경제공동체 회원국들도 채택할 수 있다고 룰라 대통령이 덧붙였다. 메르코수르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파라과이, 베네수엘라 등 5개 나라가 정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남미지역의 관세 및 경제 협력체이다.
현재 두 나라를 포함한 남미지역의 국제교역은 대부분 달러로 결제된다. 따라서 외환위기 등으로 달러 수급에 문제가 생기면 지역 간 긴밀한 경제관계나 교역에도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달러를 대체할 공동의 결제수단을 도입해 지역 내부 국가들 간 금융거래와 경제협력을 활성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두 나라는 도입하려는 공동통화가 기존의 개별 나라의 통화를 대체한 유럽연합(EU)의 단일통화인 ‘유로’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밝혔다. 브라질 재무장관 페르난도 하다드는 이날 기자들에게 보충 설명을 하는 자리에서 공동 통화가 브라질의 통화인 헤알과 아르헨티나의 페소를 대체하는 단일통화가 아니라고 말했다. 공동 통화는 두 나라 간 교역과 거래에만 결제수단으로 사용되며 두 나라 내부의 거래에서는 지금처럼 헤알과 페소가 지금처럼 사용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공동 통화 계획이 얼마나 현실성이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아르헨티나는 지난해 물가상승률이 95%에 이르는 등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다. 브라질은 아르헨티나보다 사정이 낫지만 코로나19 사태 등을 거치며 경제적 활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미국의 투자관리회사 핌코의 전 최고경영자(CEO)인 모하메드 엘에리안은 “어느 나라도 이를 성공시킬 초기 조건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며 “이번 제안에서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은 이런 대화가 정말 절실한 경제개혁을 모면할 정치적 변명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미국의 다국적 금융기업 웰스 파고의 관계자는 두 나라 경제 조건이 달라 공동화폐 구상이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르헨티나가 브라질과 같은 위치에 있다고 말하는 것으로 공동화폐가 작동하는 게 아니다”며 새로운 통화가 성공하려면 많은 신뢰가 필요하다. 유로도 그것을 얻기까지 몇십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남미지역에서 공동 통화가 제안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가깝게는 2019년 자이르 보우소나루 당시 대통령이 아르헨티나를 방문해 마우리시오 마크리 당시 대통령과 만나 ‘페소-헤알’ 통화 공동체 구상을 밝힌 바 있다. 또 그 보다 앞선 1980년대 말에도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사이에 ‘가우초’(gaucho)란 이름의 공동 결제수단 구상이 논의됐으나, 모두 실현되지 못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연휴를 하루 까먹은 기분” 내일 출근길은 더 춥다
- 300원 올리려던 서울 버스·지하철 요금…‘400원 인상안’ 만지작
- “독도는 일본땅” 외치는데도 강제동원 협상 속도 내는 정부
- 민주 동상이몽…이재명은 수사 대비, 비명계는 ‘유사시’ 대비
- 30평대 관리비가 55만원…설 밥상머리 화두는 ‘난방비 폭탄’
- 깜빡이까지 녹화 ‘현대차 블랙박스’…브레이크는 왜 안 찍힐까
- 꽁꽁 얼어붙은 제주 하늘… 4만여명 발 묶인 연휴 마지막 날
- 검찰, 이재명 출석 조사 앞두고 ‘혐의 다지기’…영장 청구 유력
- 이란 “한국 정부, 실수 바로잡으려는 조처 충분하지 않다”
- ‘실거주’ 전세 갱신 거절 뒤 집 판 집주인…법원 “2861만원 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