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쿼트 개수 채워야 알람 꺼진다…못 일어나는 나, 이젠 안녕

정인선 2023. 1. 24.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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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보고 쓰는 스타트업 서비스]써보고 쓰는 스타트업 서비스
구독형 알람 앱 ‘알라미’
수학문제 풀이·스쿼트·사진찍기 등 미션 풀어야 ‘알람 Off’
“아침에 잘 깨려면 밤에 잘 자야…‘모닝 웰니스’로 확장”
알라미 앱 이미지. 딜라이트룸 제공

<한겨레> 스타트업 담당 기자 휴대전화엔 어떤 애플리케이션(앱)들이 깔려 있을까요? 넘쳐나는 스타트업 서비스, 기자가 직접 돈과 시간을 들여 써 본 뒤 일상에서 ‘쭉’ 함께 하게 된 것들만 골라 소개합니다. 월 1~2개를 벤처캐피털 심사역들의 평가와 전망 등을 곁들여 소개할 예정입니다. ‘이런 서비스도 한번 써봐 주세요’ 제보도 환영합니다.

지난해 연말 친구와 함께 여행을 갔다. 새벽부터 멀리 이동을 해야 했던 어느 날, 친구가 쓰는 스마트폰 알람 앱이 눈에 띄었다. 기자가 쓰던 아이폰 기본 탑재 알람 앱보다 훨씬 큰 소리로 알람이 울리더니 “얼른 일어나서 씻고 나가야지” 하는 음성 메시지가 반복해 나왔다. 부시시 눈을 뜬 친구가 스마트폰을 집어들어 좌우로 세차게 흔들기 시작했다. 곧이어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호텔 방을 성큼성큼 걸어다녔다 . “이렇게 해야 알람이 꺼지거든 .” 덕분에 기자도 제 시간에 일어나 늦지 않게 일정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이렇게 처음 접한 아이폰용 ‘알라미’ 앱 유료 버전을 지난해 12월 말부터 약 한 달간 이용해 봤다. 마침 기상 시간을 평소보다 20분정도 당기고 싶던 참이었다.

우선 알람이 울려야 하는 시간을 입력한다. 이어 스쿼트, 글씨 따라쓰기, 걷기, 흔들기, 사진 찍기, 수학문제 풀기, 정보무늬(QR코드) 찍기, 기억력 게임 등 8가지 미션 가운데 원하는 미션을 순서대로 선택한다. 유료 이용자는 최대 세가지 미션을 선택할 수 있는 반면, 무료 이용자는 한가지 미션만 선택이 가능하다. 개별 미션의 난이도와 횟수는 이용자가 원하는대로 설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수학문제 풀기의 경우 단순 덧셈과 같이 쉬운 문제부터 두세자리 숫자끼리 곱셈과 덧셈을 혼합한 어려운 문제까지, 7가지 난이도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 풀어야 할 수학 문제의 수도 최소 1개에서 최대 99개까지 선택이 가능하다.

앱의 ‘설정’ 탭에 들어가면 사진 찍기 미션의 민감도와 다시 울림 횟수, 미션 제한 시간 등을 미세하게 조정할 수 있다. 유료 이용자들만 이용할 수 있는 고급 설정에선 알람이 울리기 전 일정 시간부터는 미션 내용을 수정하거나 알람을 끌 수 없도록 할 수도 있다. 안드로이드 앱은 휴대폰 전원을 끄거나 앱을 삭제하는 걸 막기 위한 기능까지 갖췄다. 아이폰 앱에선 이 기능을 이용할 수 없다.

한 달 가까이 이용해 보니, 아이폰에 기본 탑재된 알람 앱을 쓸 때보다 아침에 눈을 뜬 뒤 몸을 완전히 일으키기까지 시간이 훨씬 덜 걸렸다. 다시 잠드는 날의 비중도 적었다. 다만, 수학문제 풀기부터 폰 흔들기, 스쿼트 등 미션을 모두 풀고 난 뒤 다시 침대에 누워버리는 날이 아예 없었다면 거짓말이었다. 서승환 딜라이트룸 프로덕트 매니저는 “다시 잠들기 방지 기능을 반드시 이용하라”고 당부했다. “‘알람 미리보기’ 기능을 이용해 자신에게 적합한 미션 난이도와 횟수 등을 미세하게 설정하는 이용자일수록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성공적으로 기상할 확률이 높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왼쪽부터) 사진찍기, 수학 문제 풀기, 스쿼트 등 미션을 풀어야 알람을 해제할 수 있다. 딜라이트룸 제공

알라미 앱이 이용자들의 기상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는 이용자들이 앱 장터에 남긴 후기들이 증명한다. 지난 19일 방문한 딜라이트룸 본사에는 독특한 이름의 회의실들이 있었다. 서지원 인사·문화 담당 매니저는 “모두 알라미 앱 이용자들이 남긴 후기에서 따 온 이름들”이라고 설명했다. 정해진 시간에 치매 약을 챙겨 먹으려 알라미 앱을 이용하고는 ‘생명의 은인’이라는 후기를 남긴 한 할머니 이용자를 기념하기 위해서는 ‘라이프세이버’(lifesaver)란 이름의 회의실을 만들었다. 매일 아침 암산 연습을 하려 20분 가까이 가장 난이도가 높은 수학 문제를 99개씩 풀어제낀 ‘헤비 유저’를 기념하기 위해서는 ‘99매스’(99math)라는 이름의 회의실을 만들었다. 또다른 회의실은 영어로 된 앱 속 문구들을 직접 중국어로 번역한 한 중국인 이용자 성을 본따 ‘저우’(Zhou)라 이름 붙였다.

구독료를 통해 벌어들이는 매출도 상당하다. 2012년 서비스 첫 출시 이래 10년여 동안 외부 투자를 통해 자금을 유치하지 않고서도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했을 정도다. 안드로이드폰용 앱 5900원, 아이폰용 앱 8500원으로 월 이용료가 적지 않지만, 전세계 일간 활성 이용자(DAU) 250만명 가운데 7만명이 유료 버전을 이용한다. 매달 거둬들이는 구독료 매출 총액이 5억원 가량이다. 지난해에는 192억원의 매출을 올려 11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 딜라이트룸 본사의 한 회의실. 암산 연습을 위해 매일 아침 고난도 수학 문제를 99개씩 푸는 ‘헤비 유저’를 기념하려 ‘99매스’라고 이름 붙였다. 정인선 기자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 딜라이트룸 본사의 한 회의실. 정해진 시간에 치매 약을 챙겨 먹으려 알라미 앱을 이용하고는 ‘생명의 은인’이라는 후기를 남긴 한 할머니 이용자를 기념하려 ‘라이프세이버’라고 이름 붙였다. 정인선 기자

알라미 앱은 이용자들을 확실하게 깨워주는 걸 넘어 개운하게 일어나도록 돕는 쪽으로 서비스 범위를 점점 넓히고 있다. “아침에 잘 일어나려면 밤에 잘 자야 한다”는 판단 아래, 수면 전 단계부터 기상과 아침 습관 형성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돕는 ‘모닝 웰니스’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새로 생긴 ‘슬립 사운드’ 탭에서는 백색소음, 음악, 일상소음(ASMR), 명상 가이드 등 숙면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음성 콘텐츠를 제공한다. ‘오늘의 패널’ 탭에서는 알람을 해제한 그날그날 아침 기분을 점수로 기록하고, 날씨와 별자리 운세, 뉴스 등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최근 7일간 수면·기상 시간과 아침 점수 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아침 기록’ 탭도 있다.

서승환 매니저는 “현재는 ‘아침 기분’을 이용자가 주관적으로 입력하도록 하고 있지만, 잠자리에 누운 뒤 실제로 잠들기까지 걸린 시간, 숙면 시간 비중, 코골이 횟수 등 다양한 지표를 추적해 수면의 질을 평가하고, 그에 맞는 숙면 노하우를 맞춤형으로 제안하는 기능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기능 개발에 도움이 되는 스타트업에는 직접 투자도 한다. 딜라이트룸은 2021년 인공지능(AI) 기반 매트리스 제조·추천 스타트업 ‘삼분의일’에 투자한 데 이어 지난해 일일 습관 관리 앱 ‘마이루틴’을 인수했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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