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 씨, 학교 폭력은 '피해자만' 용서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이형주 기자 입력 2023. 1. 24. 13:17 수정 2023. 1. 24.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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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 사진┃뉴시스

[STN스포츠] 이형주 기자 = 용서는 누가 하는 것인가. 왜 용서를 종용하는가. 형평성을 지적했다면 납득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SSG 랜더스 소속으로 전 국가대표이자 메이저리거인 추신수(40)는 21일(한국시간) 미국 댈러스 지역 한인 라디오 DKNET에 출연했다. 이 자리에서 민감할 수도 있는 사안들에도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그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를 앞둔 우리 대한민국 대표팀의 더딘 세대교체를 아숴워했다. 그러면서 "어린 선수들 중 재능있는 선수들이 어마어마하게 많다. 어린 선수들이 WBC 같은 국제대회에 나가면 감정이나 마인드 자체가 달라진다. 문동주, 안우진 같은 선수들이 국제대회에 출전해 외국으로 나갈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한국 야구가 할 일이다"라고 전했다.

이 이야기가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은 안우진 때문이다. 지난 4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WBC 최종 명단을 발표했는데 키움 히어로즈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안우진의 이름은 없었다. 고등학교 시절 학교 폭력 가해자로 처벌받은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후 갑론을박이 벌어졌고, 팬들의 여론은 피해자를 생각하지 않은 추신수를 질타하고 있다. 물론 그 발언의 취지에 대해 생각해보자라는 의견도 있다. 여론이 언제나 100% 옳은 결정을 내리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피해자를 생각하지 않은 추신수를 질타하는 여론이 타당하게 보인다.

추신수의 발언 이후 그의 음주운전 전력, 군 면제 이후 국제대회 참석에 대해 회의적으로 나온 그의 이율배반적인 태도가 지탄받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에 있어서는 그것들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잘못이 아니라는 것이 아니라, 이 문제에서는 우선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추신수 잘못은 이번 발언을 하며 피해자를 배제하고, 멋대로 잘못에 대한 용서를 종용했다는 것에 있다.

앞서 언급됐듯 안우진은 고등학교 시절 학교 폭력 가해자로 처벌받은 적이 있다. 이후 그 폭력이 실재했느냐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그리고 그 때마다 여론은 뒤집혔다. 하지만 2023년 1월 현재 그가 고교 시절 학교 폭력을 저질렀다는 사실은 뒤집히지 않았다. 향후 바뀔 가능성이 있다하더라도 지금은 바뀐 것이 없다.

이는 달리 말해 안우진이 피해자에게 학교 폭력을 해 상처를 입혔다는 뜻이 된다. 그 고통은 피해자만이 알 수 있는 것이다. 추신수도, 기자도, 그 어떤 사람도 함부로 재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감히 그 고통을 추측하려 해서도 안 된다.

추신수는 안우진의 학교폭력 논란과 관련해 "분명 잘못된 행동을 했다"고 못박았지만, "제3자로서 많이 안타깝다. 박찬호 선배 다음으로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는 재능을 가졌다. 저도 한국에서 야구를 하고 있지만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너무 많다. 한국이 용서가 너무 쉽지 않은 것 같다. 안우진은 잘못을 뉘우치고 처벌을 받고 출장정지도 받고 다 했다. 근데 대회를 못 나간다. 할 말 정말 많은데"라며 답답한 마음을 나타냈다.

추신수는 안우진이 출장정지 징계도 받고, 처벌도 받고 다 했다라고 했는데, 이는 KBO리그의 징계와 관련한 사안이다. KBO 역시 관련 사안에 대해 징계를 내렸고 안우진은 이를 다 이행했다. 국가대표 제명도 연장 선상이지만, 기간이 별도 변화 없을 때까지 사실상 무기한 인 것이 다르다. KBO리그 선수나 국가대표나 야구도 야구지만, 타의 모범이 돼야 하기에 이런 징계가 나왔고 안우진이 이행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징계를 이행했다고 해서 "다 했다"라고 말한 추신수의 발언은 어불성설이다. 앞서도 언급됐지만 피해자의 상처는 피해자만이 알 수 있는 것이다. 또 이를 두고 그 상처의 크기를 재단하는 것은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다.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용서를 하지 않아도 된다.

생각해봐야 한다. 용서는 누가 하는 것인가. 왜 용서를 종용하는가. 세상 그 어떤 누군가도 다른 사람이 받은 피해와 상처를 들쑤실 권리는 없다. 하지만 추신수는 '야구계 선배의 소신발언'이라는 흉기로 이를 단행했다.

차라리 형평성을 지적하며, 모든 범죄 이력에 대한 엄중 처벌을 역설했다면. 혹은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면 추신수는 발언으로 박수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추신수는 야구계 선배라는 이름 하에 피해자의 고통을 건드렸고, 당연히 받아야 하는 비판을 받고 있다.

STN스포츠=이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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