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드래프트 꼴찌에서 내친김에 수퍼볼 챔피언으로?

박강현 기자 2023. 1. 24.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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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L 신데렐라 스토리 주인공 퍼디
수퍼볼 진출권 놓고 30일 경기

신인 드래프트에서 꼴찌로 호명된 선수가 이젠 NFL(미 프로풋볼) 최고의 무대로 여겨지는 수퍼볼(super bowl) 경기를 바라본다.

NFL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의 브록 퍼디가 15일 홈인 미국 캘리포니아주 리바이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애틀 시호크스와의 NFC 와일드카드 라운드에서 패스할 곳을 찾고 있다. /로이터뉴스1

브록 퍼디(24)가 속한 NFL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49ers)는 23일 홈인 미국 캘리포니아주 리바이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NFC(내셔널풋볼콘퍼런스) 디비저널 라운드에서 댈러스 카우보이스를 19대12로 제압했다. 퍼디는 이날 터치다운 패스를 성공시키진 못했지만, 짧은 패스 위주로 전진하며 공격을 지휘했다. 퍼디는 정규시즌부터 포스트시즌까지 선발 출전한 7경기에서 모두 승리하며 그의 ‘신데렐라 스토리’를 이어갔다.

브록 퍼디. /AP연합뉴스

◇'미스터 무관심’에서 정규리그 5연승 주역으로

퍼디는 지난해 4월 NFL 신인 드래프트에서 7라운드, 전체 262번째로 가장 마지막에 포티나이너스에 의해 지명돼 ‘미스터 무관심(Mr. Irrelevant)’이 됐다.

NFL 신인 드래프트에선 1순위 지명선수와 함께 맨 끝에 호명된 선수도 잠깐 조명을 받는다. 즉시 전력감도 아니고 대부분 별 다른 흔적도 남기지 못하고 NFL 무대에서 곧바로 사라지기 때문에 미스터 무관심이라는, 장난스럽지만 결코 명예롭지 못한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아이오와주립대 출신인 퍼디는 대학 시절엔 각종 부문에서 대학 기록을 갈아치우는 뛰어난 선수였다. 하지만 들쑥날쑥한 경기력과 넓은 시야 확보가 필요한 ‘중원 사령관’인 쿼터백으로선 상대적으로 작은 체구(184cm, 99kg) 때문에 대부분 구단이 그를 외면했고, 그렇게 미스터 무관심이 됐다.

퍼디는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모두의 관심 밖에 있었다. 주전 쿼터백 지미 개로폴로(32)가 큰 실수 없이 팀을 잘 이끌어 경기에 거의 나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로폴로가 작년 12월 5일 마이애미 돌핀스전 초반에 큰 부상을 입으며 그에게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팀 두 번째 쿼터백이던 트레이 랜스(23)는 9월에 발목 부상으로 시즌을 일찍 마감한 상태라 별다른 대안이 없었던 포티나이너스는 결국 퍼디를 그라운드로 내보냈다.

퍼디는 다가온 기회를 결코 놓치지 않았다. 그는 37차례 패스를 시도해 25개를 성공시켰고, 그중 2개는 터치다운(6점)을 이끌어냈다. 퍼디는 미스터 무관심 사상 첫 터치다운 패스를 성공하는 기록을 쓰면서 팀의 33대17 대승을 이끌었다. 이후 안정적인 경기 운영으로 매 경기 2개 이상의 터치다운 패스를 기록하며 정규리그 5연승의 주역이 됐다. 퍼디는 “미스터 무관심으로 불렸지만, 난 항상 최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NFL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의 브록 퍼디(가운데)가 15일 홈인 미국 캘리포니아주 리바이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애틀 시호크스와의 NFC 와일드카드 라운드에서 패스를 하는 모습. /AP연합뉴스

◇포스트시즌에도 주눅들지 않는 ‘강심장’

퍼디는 처음으로 나선 NFL 포스트시즌에서도 강심장 면모를 보이며 저력을 과시했다.

그는 지난 15일 포스트시즌 데뷔전인 시애틀 시호크스와의 NFC 와일드카드 라운드에 선발 출전해 3개의 터치다운 패스와 1개의 러싱 터치다운을 해내며 팀의 41대23 대승에 앞장섰다. 퍼디는 이날 30개의 패스 중 18개를 성공하며 개인 최고인 332패싱야드를 기록했다. 또한 신인 쿼터백으로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서 4개의 터치다운을 이끄는 역사도 썼다.

그리고 23일엔 카우보이스까지 넘어서며 퍼디는 수퍼볼 진출을 가시권에 두고 있다. 그는 경기 이후 “카우보이스를 이겨 정말 뜻깊다.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는 특출난 한 두 명이 아니라 팀 전체가 하나가 됐기 때문이다”면서 “팀이 매우 자랑스럽다”고 했다.

일각에선 퍼디가 제2의 톰 브래디(46)로 이름을 남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NFL 역대 최고 쿼터백으로 꼽히는 브래디는 200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6라운드, 전체 199순위로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에 지명돼 퍼디와 비슷하게 바닥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브래디 역시 주전 쿼터백의 부상으로 예기치 못한 선발 기회를 잡았고, 뛰어난 기량을 선보이며 결국 수퍼볼 7회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쓴 전설이 됐다.

이젠 아무도 퍼디를 미스터 무관심이라 부르지 않는다. 그의 ‘신데렐라 스토리’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모든 NFL 팬들이 주목하고 있다. ‘미스터 관심(Mr. Relevant)’ 퍼디가 이끄는 포티나이너스는 30일 NFC 컨퍼런스 챔피언십 경기에서 필라델피아 이글스와 내달 열리는 수퍼볼 티켓을 놓고 맞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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