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부인 지지에도 결국 무산된 佛 교복 의무화

조성호 기자 2023. 1. 2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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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13일 프랑스 파리의 한 초등학교를 방문한 브리지트 마크롱(왼쪽) 여사와 팹 은디아예 프랑스 교육청소년부 장관./로이터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을 중심으로 추진되던 교복 의무화 법안이 영부인의 지원사격에도 결국 하원에서 부결됐다.

프랑스 국제라디오방송(RFI)은 지난 19일(현지 시각) 공립학교에서 교복을 의무화하자는 RN의 제안에 577명 국회의원 대다수가 거부했고, 우파 공화당(LR) 중 과거 비슷한 법을 상정한 적 있는 이들만 이 법안을 지지했다고 보도했다.

이 법안은 발의 직후부터 프랑스 사회의 논쟁거리로 떠올랐다. RN은 모두가 교복을 입으면 가장 비싸고, 가장 고급스럽고, 가장 유행하는 옷을 입는 대결을 끝낼 수 있다며 이 법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RN이 내세우는 또 다른 이유가 차별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RN이 이슬람주의자로부터의 압력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며 교복 의무화를 주장했기 때문이다. 현재 프랑스에서는 공공기관이나 공립학교에서 종교적 상징물을 착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이슬람교도들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RN은 교복 의무화를 통해 이런 문제제기를 원천차단하려 했다. 녹색당의 소피 탈리에 폴리안 의원은 “아무도 이 법안의 배후에 있는 것에 속지 않는다”며 “(이 법안은) 단지 이슬람 신앙을 가진 아이들을 공격하는 방법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 법안을 둘러싼 논쟁을 더욱 뜨겁게 만든 것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부인인 브리지트 마크롱 여사다. 마크롱 여사는 일간 르파리지앵이 진행한 독자와의 질의응답에서 “교복이 단순하고 너무 칙칙하지 않다면 학교에서 입는 것을 찬성한다”고 밝혔다. 그는 교복 의무화에 대한 의견을 묻는 중학생의 질문에 이같이 답하면서 “어렸을 때 교복을 입고 학교에 다녔고 만족스러웠다. 교복은 학생들 사이에서 차이점을 없애주고 시간과 돈을 아껴준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마크롱 여사는 고등학교에서 20년간 라틴어와 문학을 가르친 교사 출신이기도 하다.

하지만 영부인의 이 같은 지지에도 불구하고 교복 의무화 법안은 좌절됐다. 의회뿐만 아니라 정부 역시 부정적인 의견을 보이는 등 여론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팝 은디아예 교육부 장관은 “학교가 원하면 교복을 입을 수 있다”며 교복 의무화를 법제화하는 것에 반대했다.

한편, 프랑스의 교복은 1802년 나폴레옹의 의해 처음 도입됐다. 이후 1968년 학생들이 주도한 혁명 이후 공립학교의 교복 착용 관행은 사라졌다. 현재는 사관학교와 일부 사립학교에서만 교복을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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