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순례 감독, 왜 '교섭'이어야 했나 [인터뷰]

최하나 기자 2023. 1. 24.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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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섭 임순례 감독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임순례 감독은 왜 ‘교섭’이어야 했을까.

지난 18일 개봉된 영화 ‘교섭’(감독 임순례·제작 영화사 수박)은 최악의 피랍사건으로 탈레반의 인질이 된 한국인들을 구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한 외교관과 현지 국정원 요원의 교섭 작전을 그린 작품이다.

이번 작품은 지난 2007년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생한 샘물교회 선교단 피랍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됐다. 이 점 때문에 임순례 감독은 처음 연출 제안을 받았을 때 고민을 많이 했다. 영화의 성격상 적지 않은 제작비가 투입되는데 소재는 대중적이지 않고 나아가 아직까지 찬반 여론이 나뉘고 있는 실화 사건 모티브라는 점이 임순례 감독을 망설이게 했다.

그럼에도 임순례 감독이 ‘교섭’ 연출 제안을 수락한 이유는 한국에서 볼 수 없는 풍광과 영화에 담고자 했던 메시지 때문이었다. 광활한 사막과 메마른 협곡 등 이국적인 아프가니스탄의 풍경을 스크린에 옮겨 보고 싶었다고 했다.

또한 그는 “탈레반과 기독교 선교단을 통해 종교적인 신념의 대립뿐만 아니라 국가의 기능과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국가와 국민의 관계는 무엇인가, 그것들을 수용하는 공무원들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등 다양한 이야기를 품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임순례 감독이 선택한 방법은 탈레반과 기독교 선교단이 아닌 교섭에 나선 공무원들에게 포커스를 맞추는 것이었다. 외교부 직원 정재호(황정민)와 국정원 요원 박대식(현빈)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창조해 자신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아내려 했다. 임순례 감독은 생명을 구해야 한다는 목적은 같지만 일하는 스타일이 전혀 다른 교섭관과 국정원 요원이 처음엔 다른 방향에서 시작했다가 나중에는 같은 목적을 위해 힘을 합치는 이야기 전개로 가닥을 잡았다.

또한 임순례 감독은 이번 영화를 위해 아프가니스탄은 물론 이슬람 역사 공부에 매진했다. 이에 대해 임순례 감독은 “도대체 탈레반이라는 집단은 어떻게 해서 탄생하게 됐는지 공부했다”고 말했다. 다만 언어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고. 임순례 감독은 “아프가니스탄 서부는 바리어를 쓰고, 동부는 파슈토어를 쓴다. 두 언어가 서로 달라서 같은 아프가니스탄인들끼리도 소통이 안 된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거라서 배우는 건 안 됐다”고 말했다.


이국적인 아프가니스탄의 풍광을 담기 위해 해외 로케이션은 필수였다. 해외 로케이션 촬영이라고는 아테네에서 3일 간 거리 스케치 경험이 전부였던 임순례 감독에게는 큰 도전이나 마찬가지였다. 요르단 현지 사전 답사만 3번이나 할 정도로 사전 준비에 만전을 기했다.

할리우드 제작진과 협업 경험이 많은 요르단 현지 스태프들도 임순례 감독에겐 큰 힘이 됐다. 이에 대해 임순례 감독은 “요르단 스태프들이 할리우드 스태프들하고 일했을 때보다 저희하고 일했을 때 더 자발적으로 일했다. 한국 사람들이 정이 많지 않나. 그런 부분을 잘 받아주더라”고 말했다.

만반의 준비를 했지만, 변수는 더위였다. 임순례 갑독은 이에 대해 “익숙하지 않은 더위가 힘들었다. 사막 촬영 때는 숨 막혀서 죽을 뻔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현지 통제가 어려워 중요 장면을 여러 구도로 마음껏 촬영하지 못해 아쉽다고. 이에 대해 임순례 감독은 “한국에서도 도로를 다 막고 촬영하는 게 어렵지 않나. 요르단에서 자살폭탄테러 장면을 찍을 때 주어진 시간이 3~4시간 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임순례 감독은 ‘교섭’을 통해 구현된 아프가니스탄의 풍광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도입부나 협상하러 갈 때 보이는 사막이라든지 이런 풍경들은 한국에서 보기가 힘든 것 아닌가. 그런 것들이 영화 속에서 잘 표현이 됐던 것 같다. 사막은 너무 압도적이어서 만족스럽다”라고 했다.


이번 작품은 충무로 대표 배우 황정민과 현빈의 만남으로 제작단계부터 관객들의 기대를 높였다. 임순례 감독은 특히 황정민 캐스팅에 공을 들였다. 영화 후반부 30분가량의 협상 장면을 별다른 액션 없이 긴장감 있게 끌고 갈 연기력을 지닌 배우로 황정민이 떠올랐다고 했다.

‘와이키키 브라더스’ 이후 줄곧 임순례 감독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던 황정민은 시나리오도 보지 않고 출연을 결심했고, 임순례 감독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 연기력으로 정재호와 ‘교섭’을 완성했다. 이에 대해 임순례 감독은 “황정민 배우가 정재호에 대해서 굉장히 연기를 잘해줬던 것 같다”며 황정민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또한 임순례 감독은 박대식 역의 현빈에 대해서는 “자기 캐릭터 구축이나 연기하는 데 있어서 엄청나게 꼼꼼한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특히 녹록지 않은 해외 촬영에도 마뜩잖은 기색을 드러내지 않은 현빈에 대해 감탄했다고. 임순례 감독은 “배우로서 화나고 힘든 부분이 있었을 텐데 언제나 평정심을 유지하더라. 현장에서의 태도나 작품을 대하는 자세가 부침이 없이 시종여일하더라”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임순례 감독은 “제가 기존에 만들었던 영화하고 다른 결의 영화 아닌가. 예산이 크기 때문에 상업적이거나 장르적인 요소를 차용하긴 했지만, 제가 이 영화를 만든 건 조금 큰 주제를 담고 싶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임순례 감독은 “내가 가지고 있는 신념이 절대적으로 옳은가 또는 어떤 것이 이상적인가 관객들이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교섭 | 임순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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