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분양 물건 살 때 호구 안되려면 ‘사이드’ 피하라 [세이노의 가르침]

세이노 sayno@korea.com 2023. 1. 24.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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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화요일 독점 연재] 세이노의 가르침

어떤 부동산 분양 물건에 대해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면, 유달리 검색 결과가 많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본래 분양 물건은 분양 대행사가 맡아 하면서 계약 성사 건수에 따라 수수료를 받아간다. 그런데 어째서 분양 지역이 아닌 곳에 있는 중개업소들이 해당 물건을 홍보하는 글을, 그것도 아주 좋은 문구로만 도배된 글을 올리는 걸까?

분양 대행사가 이른바 ‘사이드’를 구하였다는 뜻이다. 다른 중개업소가 끌고 온 사람이 미분양 물건을 계약하면 분양 대행사는 해당 중개업소에 사전에 약정된 수수료를 준다. 그런 중개업소들을 업계에선 ‘사이드’라고 부른다. 즉 특정 분양 물건에 대한 기초 자료를 분양 대행사로부터 전달받아 예쁘게 덧칠하고 인터넷에 광고를 올리고 수수료를 챙기는 업소가 바로 ‘사이드’다. 사이드 분양 광고에만 전문적으로 종사하는 회사들도 있다.

인터넷에서 ‘사이드’라고 치면 자동차 사이드 미러가 많이 검색될 것이다. 반드시 ‘분양 사이드’라고 검색해 살펴보아라. 그런데 여기서 질문 하나. 사이드 광고가 많을수록 좋은 물건일까? 속지 말아라. (때로는 분양 대행사가 ‘사이드’를 닭 쫓던 개 신세로 만들기도 한다. 분양 계약을 하려는 호구를 빼돌려서 수수료를 안 주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정다운

호텔 분양 광고가 넘쳐 났었던 때, 나는 주변에 그거 투자하면 호구된다고 말하곤 했다.

당신이 어떤 분양 호텔을 운영하는 사장이라고 치자. 상당수 객실은 분양을 통해 팔아넘겼지만, 일부 객실은 회사 명의로 당신이 보유하고 있다. 이때 누군가 호텔방을 빌리려고 한다고 해보자. 당신은 분양된 방을 그 사람에게 먼저 빌려주겠는가, 아니면 회사 소유의 방을 빌려주겠는가. 결국 회사 소유의 방들은 회전이 되지만 분양된 방들은 그렇지 않게 된다.

수익 확정형? 누가 확정을 보장해 주는데? 어떤 법인? 계속 말하지만 그걸 믿으면 안 된다(2020년 10월 14일 KBS 뉴스는 “2018년 기준 전국 분양형 호텔 가운데 단 1곳을 뺀 나머지가 소송을 벌일 정도”라고 보도했다). 호텔이건 생활형 숙박시설이건 수익형 숙박시설이건 뭐든 간에 직접 사용할 경우가 아니고 투자 목적이라면 분양 받은 사람들만 호구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아주 꼼꼼히 체크해 본 후 결정해야 한다.

수도권에 마련되어 있는 한 모델하우스 현장./뉴스1

왜 호구가 될 가능성이 큰 것일까? 기본적으로 부동산 개발을 하려는 사람들은 단 한 번의 기회에서 자기들이 먼저 빨리 부자가 되고, 그래도 이익이 남으면 좀 나누어 줄 수도 있다는 식의 생각을 대부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호구 잡히기 싫으면 그들이 하는 말을 절대 그대로는 믿지 말아라.

어떤 분양 호텔은 골치가 아프니까 미분양 호실 소유권과 관리회사 권리를 제3자 법인에 현금을 받고 싸게 넘기기도 한다. 그 제3자 법인은 호텔을 분양받은 사람들을 상대로 관리비 장사를 한다. 적자가 났다고 하면서 관리비 일부 혹은 그 이상 금액을 분양 소유자들에게 부과하고 이익을 취하는 것이다. 대외적으론 그 호텔의 주인인 것처럼 행동하면서 또 다른 사기 행각을 벌이기도 한다.

영농조합이나 농업회사법인을 내세우면서 투자자에게 몇 천만원만 투자하면 한 달에 얼마씩 보내 주고, 재배된 농산물도 보내 준다는 광고들은 어떨까? 몇 년 후에는 투자금을 돌려주고, 지급 보증을 해서 원금 반환을 보장해 준다는 경우도 있다. 글쎄다……. 내가 몇 군데를 꼼꼼히 뒷조사해 본 적이 있는데, 이 역시 돌려 막기 위한 호구를 찾는 것 같더라.

영원히 돌릴 수 있는 '자동바퀴'라고 했지만, 실은 사람이 밑에 숨어서 밧줄을 잡아당겨 돌아가는 속임수였다. 오르피레우스는 부유층으로부터 거액의 지원을 받으며 호사스러운 생활을 누렸지만, 결국 사기 행각은 들통났다./출처=브리타니카

또다른 경우는 스타트업 투자와 관련된다. 90년대만 하더라도 에너지나 동력 없이 무한히 움직이는 영구기관을 만들었다면서 이슈몰이를 하고 투자자를 모으는 놈들이 한국에 있었다. 18세기 초, 러시아 황제도 속였던 오르피레우스(Orffyreus)의 자동바퀴도 이런 유형의 사기꾼들이 만든 대표 작품이었다.

19세기에는 미국의 존 킬리가 물의 진동을 이용하는 영구기관을 만들었다고 하면서 거액을 끌어들였고, 그가 사기꾼이었음은 그의 사후에 비로소 밝혀졌다. 현대에 나타난 대표적 사기꾼은 피 한 방울로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고 호언하며 자금을 끌어모은 테라노스 창업자 홈스가 아닐까 싶다.

미국의 생명공학 스타트업인 테라노스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를 지냈던 엘리자베스 홈스. 작년 말 재판부는 홈스에게 징역 11년 3개월을 선고했다./AFP연합

한국에서도 뭔가를 연구한다고 하면서, 혹은 무슨 특허를 갖고 있다고 하면서, 알음알음 소개를 받아 투자금을 받는 사기꾼들이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런 연구한다는 자들(바이오를 빙자한 곳에는 의사들도 있었다)의 호주머니를 채워주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그런 투자 사기에 당하였다. 돈 냄새 나는 곳은 사기꾼들 천지이니 아무도 믿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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