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다섯 가지 맛 말고 제6의 맛, 제7의 맛도 있다고?
즐거운 설 연휴 보내고 계신가요? 오랜만에 고향에 내려가 보고 싶었던 가족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 분도 계실 것 같고, 휴식을 취하며 온전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긴 분도 계실 것 같습니다. 명절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맛있는 음식들인데요. 여러분들은 어떤 맛과 음식을 가장 좋아하시나요?
다섯 가지 맛... 떫음은 맛이 아니라고?
미각은 생명 유지와 직결된 감각인데 어떤 것을 먹고 마실 것인가를 평가하는 능력을 제공해 줍니다. 영양소는 섭취하고 독성 물질은 피하기 위한 것이지만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음식을 선택하는 쪽으로도 진화해 왔습니다.
감칠맛은 어떤 맛일까
그림에 쓰여있는 다섯 가지 맛의 단어 중 맨 오른쪽의 umami(うま味)라는 단어가 보이시나요? 맛있다는 뜻의 '우마이(うまい)'와 '맛(味)'이라는 단어가 합쳐진 단어입니다. 흔히 우리가 맛있는 뜻으로 알고 있는 '오이시이(おいしい)'가 좀 더 점잖은 표현이라면 '우마이'는 더 1차원적인 표현이라고 합니다. 우마미는 우리말로 감칠맛이라고 번역되는데요.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감칠맛은 1. 음식물이 입에 당기는 맛, 2. 마음을 끌어당기는 힘이라고 되어있습니다. 영어로는 savory라고 번역되기도 하는데 1. 맛 좋은, 향긋한, 풍미 있는, 2. 즐거운, 기분 좋은 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감칠맛의 역사는 생각보다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1907년 일본 도쿄대 이케다 기쿠나에 교수는 어느 날 저녁을 먹다가 국물을 맛보고 너무 맛있어서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아내에게 물었는데 다시마 국물이라는 답을 들었답니다. 그는 그 맛을 '우마미'라 칭했고 국물의 성분을 분석한 끝에 1908년에 마침내 그 맛의 근원이 아미노산의 일종인 글루탐산(glutamic acid)이라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치즈, 절인 고기, 토마토, 버섯, 연어, 스테이크, 멸치 같은 음식과 모유에도 글루탐산이 들어있습니다.) 1년 뒤 글루탐산과 나트륨을 결합하는 방법을 통해 '글루탐산나트륨(MSGㆍmonosodium glutamate)'이라는 조미료를 발견해 이를 '아지노모토(味の素)'라고 이름 붙여 상품으로 만들어냈습니다.
맛을 받아들이는 수용체
혀 표면에 있는 작은 돌기들인 유두(papilla)에는 미각을 느끼는 미각 수용체 세포(taste cell)가 있습니다. 이 세포 50~150개가 장미꽃 모양으로 모여서 미뢰(taste bud)를 만듭니다. 미각 수용체 세포는 신경세포가 아니지만 신경세포와 거의 비슷합니다. 파란색 꽃봉오리 모양 오른쪽에 보이는 것이 미세융모(microvilli)인데 여기에 미각 수용체들이 분포해서 미각을 자극하는 물질과 만나게 됩니다. 하나의 미뢰 안에서 어떤 수용체 세포는 단맛을 감지하고, 다른 세포들은 쓴맛, 신맛, 짠맛, 감칠맛에 대한 수용체를 가지고 각각의 맛을 받아들입니다. 이 세포의 평균 수명은 10일 정도로 아주 짧습니다.
놀랍게도 감칠맛보다 역사가 유구한 쓴맛(2000년), 단맛(2001년), 신맛(2006년), 짠맛(2010년) 수용체가 발견된 것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모두 감칠맛 수용체를 발견한 찰스 주커 교수(Charles S. Zuker) 연구팀을 통해 발견됐습니다. 연구팀은 1999년에 혀의 미뢰 세포에서 발현되는 두 가지 수용체를 발견해 각각 T1R1, T1R2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이때는 이것이 미각 수용체라고는 추정했지만 어떤 맛을 감지하는지는 알지 못했습니다.
다른 연구팀이 쓴맛을 내는 PROP(6-n-propyl-2-thiouracil)라는 성분을 잘 못 느끼는 사람은 5번 염색체의 특정한 위치에 돌연변이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는데, 주커 박사팀이 발견한 T1R1과 T1R2의 유전자는 다른 곳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그래서 연구진은 쓴맛을 감지하는 수용체는 따로 있을 거라 생각했고 결국 T2R이라는 수용체 무리를 발견했습니다. 또 이것들이 쓴맛을 감지한다는 것까지 밝혔습니다. 쓴맛을 내는 분자는 수천 가지인데 쓴맛 수용체인 T2R은 30여 종이 있습니다. 여기에 다양한 쓴맛 분자들이 결합해 쓴맛이 감지됩니다.
맛을 내는 분자들은 굉장히 다양하지만 미각 수용체의 수는 거기에 비해 적습니다. 각각의 미각 수용체 세포는 한 가지 종류의 맛에 대한 수용체를 가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2001년 쓴맛에 이어 단맛 수용체가 밝혀졌고 2002년에는 위에서 말했던 감칠맛 수용체가 밝혀졌습니다. T1R2와 T1R3가 결합되면 단맛을 감지하고, T1R1와 T1R3가 결합되면 감칠맛이 감지됩니다. 단맛과 감칠맛 모두 좋은 느낌을 줍니다. 두 수용체는 모두 T1R3을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한 세포에서 T1R1과 T1R2가 동시에 발현하지는 않았는데 단맛과 감칠맛은 각기 다른 경로로 뇌에 전달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맛, 혀에서 뇌까지
시간이 흘러 2015년에 주커 교수 연구팀은 중추신경계에도 개별적인 맛에 각각 반응하는 신경세포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쥐의 중추신경계에 있는 미각 뉴런이 활성화될 때 형광으로 표시되도록 해놓고 5가지 맛이 나는 먹이를 준 뒤 내시경으로 관찰했더니 각각의 맛에 대해 각기 다른 중추신경세포가 반응했습니다. 맛을 감지하는 혀와 느끼는 중추신경계가 단단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혀의 맛 지도
이것과 비슷한 그림, 기억나시나요? 학창 시절 혀의 어떤 부분에서 맛을 느끼는지 보여주었던 일명 '맛 지도'입니다. 그림을 보고 매우 신기해하며 단맛이 정말 혀끝에서 잘 느껴지는지 사탕을 입안에서 여기저기로 굴려본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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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현 기자doctoru@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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