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서서 먹는 가게 말고 서서 먹는 가게가 좋다… ‘스탠딩 컬쳐’ 유행

정해민 기자 2023. 1. 23.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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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울 도심 번화가 잘되는 카페에선 아메리카노 대신 “에스프레소 한 잔 주세요” 외치는 사람들이 많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서서 마시는 에스프레소 바 ‘리사르 커피’. /장은주 영상미디어 객원기자

경기 고양시에 사는 고모(24)씨는 최근 서서 커피를 마시는 ‘에스프레소 바’를 자주 찾는다. 선 채로 에스프레소를 털어 마시고 바로 나가는 이탈리아의 커피숍 문화를 그대로 가져온 가게로, 가게 안에는 의자 대신 가슴까지 오는 높은 테이블만 여러 개가 놓여 있다. 앉을 자리가 없는 대신 기존 커피숍들의 절반 정도 가격인 1500~2000원에 커피를 팔고 있기도 하다. 고씨는 “서서 먹는 행위 자체가 새로운 문화를 누리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며 “단돈 2000원에 문화 생활을 할 수 있어 자주 찾게 된다”고 했다.

서서 커피를 마시거나 밥을 먹을 수 있는 ‘서서 가게’들이 유행하고 있다. 해외에서 몇 년 전부터 유행하던 ‘스탠딩 컬쳐’가 한국에서도 코로나를 거친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다시 퍼지고 있는 것이다.

서서 마시는 주점도 유행하고 있다. 홍대와 신촌, 강남 등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한국식 서서 마시는 주점은 과거 일본에서 유행하던 직장인들이 선 채로 간단히 술을 마시고 빠르게 귀가할 수 있는 ‘타치노미’ 주점이 유래다. 2021년 9월 문을 연 용산구의 한 ‘타치노미’ 주점은 앉을 수 없다는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늘 대기 손님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지난달에는 강남구에 2호점을 오픈했을 정도다. 방문객 김모(24)씨는 “근처 가게를 예약해 두고 가볍게 들리기 좋다”며 “다들 서 있어서 북적북적한 분위기인데 나름대로 재미가 있고, 일본 음악도 나와 현지에 온 것 같아서 만족스러웠다”고 전했다.

1980년대 유행하다 사라졌던 한국의 ‘서서갈비’ 가게도 부활하고 있다. 서서갈비는 해방 이후 도시 노동자들이 빠르게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선 채로 드럼통에 갈비를 빠르게 구워 먹고 일터로 돌아간 데서 유래한 가게다. 최근 명동, 신촌 등에 가게 내부에 의자를 두지 않고 서서 먹는 서서갈비 가게가 다시 문을 열고 있다. 신촌 서서갈비 가게에 들른 손모(25)씨는 “서서 먹는다는 체험에 더해 외부에서 다른 음식을 사 와서 곁들여 먹을 수 있다는 점이 신선했다”며 “음식 맛보다 새로운 체험에 이끌려 가게를 찾게 된 게 큰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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