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교사와 통합을?…유치원 교사들 '부글부글’

신하영 2023. 1. 23.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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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교사와 통합되면 역차별”…‘집단 반발’ 조짐
유치원 교사 1천명 참가, 25일 국회 앞 반대 집회 예정
교사노조 “유보통합 찬성하지만 양 교사 간 통합 반대”
“보육교사와 자격 취득 과정 달라 교사 통합 어불성설”
전국교직원노조 유치원위원회 등이 지난 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유보통합 강행 교육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유보통합 논의 과정에 교사 의견 반영 등을 촉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신하영·김형환 기자] 정부가 유보통합에 본격 착수하면서 유치원 교사들의 집단 반발이 우려되고 있다. 자격요건이 엄연히 다른 현실에서 섣불리 ‘교사 통합’에 나선다면 상대적으로 자격 취득이 어려운 유치원 교사들이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불만이다. 오는 25일에는 유치원 교사 1000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반대 집회가 추진되고 있다.

정부 유보통합추진단 이달 중 출범

23일 교육부·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범부처 유보통합추진단은 이달 중 구성된다. 교육부가 지난 5일 새해 업무계획을 통해 발표한 유보통합 추진계획이 당장 이달부터 본격화하는 셈이다.

교육부가 밝힌 유보통합 로드맵에 따르면 올해와 내년은 어린이집·유치원 간 격차를 해소하는 단계이며 2025년부터 통합이 본격화 된다. 유보통합은 유치원이 어린이집을 흡수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영·유아(0~5세) 교육기관’을 만들어 기존 유치원·어린이집을 단계적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유보통합의 걸림돌로는 ‘교사 통합’이 꼽힌다. 김영삼 정부 때부터 추진했지만 27년간 매듭짓지 못한 까닭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어린이집 교사의) 질 제고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교사 통합은 상향 평준화가 돼야 하며 하향 평준화가 지향점이 될 순 없다”고 했다. 어린이집 교사(보육교사)의 자격요건·처우 등을 유치원 교사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뜻이다.

교사통합에 반발하는 유치원 교사들

유치원 교사들의 속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양측의 자격요건에 차이가 있어서다. 어린이집 교사는 학점은행제 등을 통해서도 자격증을 딸 수 있지만, 유치원 교사는 대학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한 뒤 정교사 자격을 취득해야 한다. 특히 국공립유치원에 취업하려면 임용고시에도 합격(유치원 교사 1급 자격 취득)을 해야 한다.

경기도 소재 국공립유치원 교사 박모(33)씨는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공부해 유치원 교사가 됐다”며 “이와 달리 어린이집 교사는 학점은행제 등을 통해서도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합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의 한 국공립유치원 교사인 윤모(35)씨도 “어린이집 교사도 일부 재교육 과정만 이수하면 대학 교육과정을 밟지 않아도 유치원 교사로 격상해준다는 풍문에 우려가 큰 상황”이라고 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교육과정이 다른 점에서도 불만이 나오고 있다. 현재 유치원은 교육부·시도교육청이 관할하는 ‘학교’로, 어린이집은 복지부·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사회복지기관’으로 분류된다. 유치원이 초등학교 입학 전 필요한 ‘교육’에 초점을 맞춰 운영한다면, 어린이집은 교육보다는 ‘보육’에 방점이 찍혀있다. 유치원 교사 김모(36)씨는 “유보통합에 반대하는 이유는 유치원 교사와 보육교사의 역할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어린이집·유치원 교사 자격 요건
“유보통합 찬성, 교사통합엔 반대”

교사노조는 유보통합에는 찬성하지만 교사 통합에는 반대하고 있다. 박다솜 국공립유치원교사노조 위원장은 “유보통합의 전제조건으로 교사 자격을 이원화하자고 주장하고 있다”며 “만약 유보통합 과정에서 교사 통합이 강행된다면 현장 교사들의 박탈감이 클 것”이라고 했다.

집단 반발도 우려된다. 유치원 교사들은 오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대규모 집회를 추진하고 있다. 일부 유치원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주도하고 있음에도 참석 예상자가 18일 현재 1000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교사 통합의 구체적 로드맵을 빨리 제시해야 혼선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명예교수는 “교사 간 갈등이 이어진다면 결국 아이들과 학부모가 피해를 본다”며 “정부가 조속히 교사 통합 방향을 구체화 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교육부 업무계획에 따르면 유치원·어린이집 관리체계 통합방안은 상반기에, 어린이집·유치원 간 격차 완화방안은 오는 하반기에 발표된다.

신하영 (shy11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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