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소비자 ‘미운털’ 박힌 은행권…대출금리 부담 경감 방안 발표

이강진 2023. 1. 23.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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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과 소비자들 사이에서 가파른 대출 금리 인상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시중은행들이 대출 금리 인하 등 금융소비자 부담 경감을 위한 대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다만 은행권의 조치에도 고금리 기조는 계속될 것으로 보여 ‘0%대 기준금리’ 시절 대규모 대출을 받아 부동산 투자 등에 나섰던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차주들의 시름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주요 시중은행들은 소비자 부담 경감을 내세우며 일제히 대출 금리 인하 등의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지난 20일부터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를 기존보다 0.8%포인트 인하했다. 금리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청년을 위해 청년 전·월세 상생지원 우대금리는 당초 0.3%에서 0.5%로 0.2%포인트 높이기로 했다.
지난 17일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외벽에 주택담보대출 상품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KB국민은행은 오는 26일부터 주담대 금리를 신규 코픽스 기준 최대 1.05%포인트, 신잔액 코픽스 기준 최대 0.75%포인트 하향 조정한다. 전세대출 금리는 최대 1.30%포인트 인하한다.

우리은행은 지난 13일부터 급여 이체 등 우대금리 항목을 확대하고, 가산금리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주담대와 전세대출 금리를 사실상 인하했다. 20일부터는 신규 코픽스 6개월과 12개월 기준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각각 0.4%포인트씩(만기 15년 이상 주담대에 적용) 내렸다. 하나은행은 지난 1일 전세대출과 주담대, 신용대출 등 일부 상품 금리를 최대 0.5%포인트 인하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는 지난 17일부터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대출 등 신용대출 상품 2종의 금리를 최대 0.7%포인트 인하하고, 아파트담보대출의 고정금리형 혼합금리 상품 금리도 최대 0.34%포인트 낮췄다. 지난 12일에는 개인사업자 대상 상품인 ‘사장님 신용대출’ 금리를 최대 연 0.9%포인트 인하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국민은행은 ‘가계부채 연착륙 지원 프로그램’의 하나로서 연체된 대출에 적용하는 이자율을 1%포인트 낮추는 방안을 다음달 중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금융소비자의 대출 상환 부담을 덜기 위해 지난 18일부터 최장 1년간 중도상환 해약금 전액 면제를 시행 중이다. 신한은행의 중도상환 해약금 지원 대상은 지난해 말 기준 가계대출(신용·전세자금·주담대)을 보유한 신용등급 하위 30% 차주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앞서 금융당국은 올해 들어 은행권 주담대 변동금리 상단이 연 8%대를 돌파하자 대출 금리 인상 자제를 압박해 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0일 임원 회의에서 “금리 상승기 은행이 시장금리 수준, 차주 신용도 등에 비춰 대출 금리를 과도하게 올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은행의 금리 산정·운영 실태를 지속해서 점검·모니터링해 미흡한 부분은 개선토록 하는 등 금리산정체계의 합리성·투명성 제고 노력을 지속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이 원장은 지난 18일 열린 17개 국내은행장과의 간담회에선 “가계부채가 연착륙할 수 있도록 상환 능력 기반의 여신 심사 관행을 정착시키고 분할상환 대출 확대, 변동금리 대출 비중 축소 등 대출 구조 개선에 적극적으로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최근 주요 시중은행들의 대출 금리 인하 조치가 잇따르고 있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선 은행권의 조치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기존 대출자보다는 신규 대출을 받을 경우 인하된 금리가 적용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대출 금리가 1년 사이 이미 대폭 오른 상황인 만큼, 은행권의 인하 조치에도 상환 부담이 큰 점 역시 소비자들의 금리 인하 체감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중은행 주담대 변동금리는 지난해 첫 영업일인 1월3일 당시 3.57∼5.07%를 형성한 바 있다. 지난 19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와 비교하면 약 1년 사이 금리 상단이 2.36%포인트 치솟은 것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지난 19일 기준 주담대 변동형 금리는 연 4.64∼7.43%로 나타났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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