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웃고 울리는’ 우리사주…참여해도 걱정, 안해도 걱정
이달 말 보호예수 끝나는 LG엔솔 직원 ‘행복한 고민’
올해 자금시장 악화로 유상증자 기업 늘어날 전망
고금리·경기 악화 등으로 직장인 고민에 빠져
롯데케미칼 이진건(가명) 차장은 최근 우리사주조합에 배정된 유상증자에 참여할지 막판까지 고민했다. 주당 발행가는 14만3천원으로 올 1월 주가인 17만∼18만원보다 꽤 낮지만, 대출금으로 참여해야 했기 때문이다. 대출 변동금리는 5.02%이고 회사에서 1년간 이자 2%포인트는 지원해주기로 했다. 현 주가보다 낮지만 대출로 참여해야 돼 결국 포기했다. 지난 19일 마감한 우리사주조합 청약에는 60%가량만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차장처럼 유상증자는 직장인에게 큰 고민거리다. 기업은 상장이나 유상증자를 할 경우 직원들에게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새 주식 발행 물량의 20%를 우선 배정해야 한다. 유상증자가 롯데케미칼처럼 유동성 위기 등 어려움에 처했을 때 자금을 수혈하려고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새 주식을 받아도 1년간 주식을 팔 수 없다. 막상 팔 수 있게 될 때는 신주 공모가보다 낮은 경우도 있어 우리사주가 손실을 낳기도 한다.
올해는 유상증자에 나설 기업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상황이 좋지 않아 외부 자금을 수혈해야 하는 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년 연속 적자를 내는 등 한계기업이 올해 많아져 유상증자를 하는 기업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금리 시대에 돈을 빌려 유상증자에 참여할지 고민하는 직장인이 더 많아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주가 변동이 컸던 지난해에 우리사주를 받은 직장인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크게 손실을 본 곳은 크래프톤과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이다. 크래프톤은 2021년 8월 상장했고 직원들은 우리사주로 1인당 평균 278주를 받았다. 공모가는 49만8천원이었는데, 지난해 8월 1년간의 보호예수가 풀린 뒤 25만원대로 팔 경우 손해를 볼 처지였다. 올 들어선 더 떨어져 20일 17만2500원으로 마감했다. 공모가의 3분의 1 수준이다.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도 마찬가지다. 카카오뱅크는 2021년 8월6일 상장 첫날 공모가 3만9천원 대비 178.9%나 주가가 뛰며 순조로운 출발을 했지만 지난해 폭락했다. 카카오페이도 같은해 11월3일 상장 첫날 19만3천원으로 공모가(9만원) 대비 114.4% 급등하면서 장을 마쳤지만, 20일 6만6100원으로 추락했다. 억대의 우리사주를 배정받은 직원들은 한때 수억원의 수익을 냈다고 환호했지만, 막상 보호예수 기간이 풀린 뒤에는 공모가보다 낮아 고민에 빠져야 했다.
반면 엘지(LG)에너지솔루션 직원들의 분위기는 다르다. 오는 27일부터 우리사주로 받은 엘지에너지솔루션 주식을 팔 수 있게 되면서, 더 갖고 있을지 혹은 이익을 실현할지 고민 중이다. 이 회사의 한 임원은 “임직원들이 작게는 1억원에서 많게는 5억원까지 우리사주로 신주를 받았다”며 “현재 공모가 30만원보다 크게 올라 이익 실현을 할 것인지, 회사 성장 가능성을 믿고 계속 보유할지 고민하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종가는 46만9500원이었다.
회사가 어려워 실시한 유상증자에 참여했다가 한때 큰 손실을 봤지만, 나중에 회복한 경우도 있다. 에이치엠엠(HMM) 임진경(가명) 책임은 한때 우리사주로 큰 손실을 봤다가 2021년 주가가 급반등하면서 많이 회복했다. 현대상선 시절이던 2000년대 중반 이후 해운업이 어려워지면서 거의 해마다 실시하는 유상증자에 참여했다가 한때 수천만원 손해를 봤다. 그는 “2008년 수천만원을 넣었다가 2015년엔 1억원 넘게 유상증자에 참여했다”며 “회사 대출 지원을 포함해 수억원을 넣었는데 계속 주가가 떨어져 팔지도 못하고 보유해 2019년까지 큰 손실을 기록하다 2021년에야 주가가 반등해 회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황세운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주식시장이 크게 변동하면서 손실을 본 경우가 있지만, 평균적으론 우리사주로 수익을 낸 경우가 손실을 본 경우보다 많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로서는 회사 성장과 임직원의 이해를 동일한 방향으로 놓는다는 측면에서 우리사주의 긍정적인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며 “투자 측면에선 회사 정보에 밝은 임직원들이 회사 비전과 자신의 자금 사정 등을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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