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준호의 알쓸산잡] ‘항공유 1kg=CO2 3.16kg’...항공사 “ESG 힘들다”한 진짜 이유는

권준호 2023. 1. 23.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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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몇 년 전부터 전세계는 환경·사회·지배구조, 이른바 ESG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국내외 석유화학 회사는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하기도 하고, 에너지회사들은 액화천연가스(LNG) 사용을 늘리며, 태양광 회사들은 태양을 이용해 전력을 만들기도 하죠.

항공업계도 예외는 아닙니다. 국내 항공사들은 ‘차세대 항공기 도입’ ‘임직원들에게 재활용 컵 나눠주기’ ‘쓰레기 줍기’ 등의 활동을 펼치며 ESG 전환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SAF'가 유일한 대안이지만...
하지만 국내 항공사 ESG 담당들은 친환경 전환이 쉽지 않다고 호소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항공유 사용시 탄소가 너무 많이 배출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항공유 1kg 연소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양은 3.16kg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 대형 항공사 ESG 담당은 “아무리 환경 정화 활동을 열심히 해도 결국 핵심은 비행기에서 나오는 탄소를 줄이는 것”이라며 “오죽하면 ‘비행기가 탄소를 뿌리고 다닌다’는 말이 나올 지경”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탄소를 줄이기 위해 항공기에 항공유 대신, 배터리를 사용하거나 항공유에 지속가능항공유(SAF)를 혼합해서 주유하는 등의 방법을 활용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아직 배터리 가운데 항공기 만큼 큰 기계를 장시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따라서 남은 방법은 사실상 SAF 혼합주유 뿐입니다.

이미 유럽을 비롯한 전세계는 SAF를 활발하게 개발·활용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정부는 지난해부터 자국 내 항공유 공급사들에 SAF를 최소 1% 혼합 공급하도록 법제화했습니다. 이를 어기면 벌금을 내게 해 일정 부분 강제성을 부여한 것입니다. 유럽연합(EU)은 오는 2025년부터 EU에서 이륙하는 모든 비행기에 SAF 사용을 의무화했습니다.

국내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입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부랴부랴 글로벌 에너지기업 쉘과 SAF 구매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습니다. 그나마도 대한항공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모두 뒤처진 상황입니다.

"ESG 전환 어려운 이유 또 있다"
하지만 항공사들은 "ESG 전환이 어려운 진짜 이유는 또 있다"고 말합니다. 최근 만난 국내 6개 항공사 ESG 담당들은 “ESG 전환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기준의 모호함에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들은 “ESG 및 탄소 배출 목표가 너무 많이 바뀐다”며 “2050년 넷제로를 가장 큰 목표로 한다고 하는데 세부적인 목표가 없거나 자주 바뀌어서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합니다.

이들은 또 다른 이유로 △부족한 국민 공감 △미미한 정부 지원 등을 꼽았습니다. 한 저비용항공사(LCC) ESG 담당은 “SAF는 일반 항공유보다 4~5배 정도 비싼데 빠른 시간에 이를 사용하라고 강제하면 (승객들에게) 비용 전가를 할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우선 국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설문조사 등을 통해 공감을 받아 놓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미미한 정부 지원도 해결 과제로 들었습니다. 구체적인 세금 지원이나 인센티브 지원 등이 다른 나라에 비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최근 국회에서 ‘항공사 ESG 세미나’를 진행했던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체적인 점검을 통해 개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항공사들은 ‘그럼에도 쉽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한 항공사 ESG 담당은 “당장 SAF 공장을 짓는 데만 2년 반 이상이 걸리는데 정말 쉽지 않은 일”이라며 “항공사에 몸 담고 있는 입장에서 (당장은) 방법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최근 ‘ESG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라는 말을 어렵지 않게 듣습니다. 하지만 항공업계를 취재해보니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은 확실히 있었습니다. ‘왜 안되느냐’는 말 대신 국민적 공감과 정부 지원을 통해 ‘함께 해보자’는 말이 먼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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