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에서… 모니터에서… 무한히 흐르는 시간의 물결 [박미란의 오프 더 캔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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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작품 기록 방식 고민서 시작된
공공 비디오아트 아카이브 플랫폼
국내 최초 영상작품 스트리밍 서비스
전시장 나서도 온라인 감상 가능해져
오프라인 작품 상영회 ‘…스크리닝’
난해하고 어려운 예술 가까이 접근
2018년부터 동시대 작가 35명 참여
마치 다른 시간 여행한 듯한 느낌 줘
우리의 지금은 어떻게 기억될까. 지나가는 것들이 소중해 자꾸 돌아본다. 그러다 보면 다가오는 것들이 미처 온 줄도 몰라 놀란 마음 다잡고 한 걸음 또 내딛는 것이다. 시간은 누구를 다정히 기다려주지 않아서 물처럼 흐르고 안개처럼 사라진다. 그래서 그림을 그리게 된 것이 아닐까. 더 오래 기억하고 싶은 그리움 때문에 말이다. 그것이 사진이 되고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시간을 보관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정세라는 예술학, 현대미술이론, 매체미학을 공부했다. 2006년부터 큐레이터로 활동했으며 2010년부터 미디어아트를 중심으로 한 연구 및 비평, 전시 기획을 해왔다. 최근 아르코미술관에서 ‘직면하는 이동성: 횡단, 침투, 정지하기’(2021∼2022)를 기획했다. 국립현대미술관 필름앤비디오 정규 프로그램 ‘디어 시네마: 차이와 반복’에서 ‘비디오 심포니: 연접, 이접, 통접의 서곡’(2019)을 선보이기도 했다. ‘비디오 액츠’(2020). ‘비디오/스펙트럼/댄스’(2019), ‘비디오 랜드스케이프’(2018), ‘비디오 포트레이트’(2017) 등 연구 기반 전시 기획을 통해 동시대 한국 비디오아트의 지형도 그리기에 힘쓰고 있다.
#일상을 멈추어야 재생되는 시간, 더 스트림 스크리닝
그해 가을 더 스트림 스크리닝에 처음으로 방문해 보았다. 팬데믹(감염병 세계적 대유행) 시대의 신촌 거리는 여느 때보다 한산했다. 저마다의 목적지로 바삐 향하는 사람들을 지나 도착한 더 스트림의 공기는 바깥세상과 사뭇 달랐다. 찾아온 발걸음이 하나둘 모이자 스무 평 남짓한 장소에 불이 켜졌다. 단정한 스크린 앞에 의자가 여럿 놓였다. 김가람(39)의 영상 작품이 상영되자 모두가 스크린 속 사건에 몰두했다. 이후 알맞게 상기된 분위기 속에서 작가와의 대화가 이어졌다.
새해 첫 단추를 여미며 모든 시작에 대하여 생각한다. 삶의 어떤 일에나 처음이 있다. 들뜬 설렘만큼 두렵고 초조한 순간, 떨리는 날숨을 조심스레 다잡는 그런 시간 말이다. 미술을 창작하는 이들에게도 저마다의 처음이 있다. 도약을 위한 준비의 시간은 누군가에게 수년, 다른 누군가에게는 수십 년이 될 수도 있다. 누군들 자신의 살점 같은 작품을 이름난 자리에서 선보이고 싶지 않을까. 꿈에 한 걸음 다가서기까지 버텨야 하는 날들이 꽤나 모질다. 다행히 시간은 누구도 멈추어 있도록 두지 않아서, 물결 위에 모두 싣고 내일로 나아간다. 긴 시간을 미리 약속하자.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닌 방향이다.
더 스트림은 새해를 맞아 또 다른 방식의 스크리닝을 기획하고 있다. 지난 8년간 지속된 프로그램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발판을 다지는 중이다. 비디오아트 기반 작가들의 지원 체계 구축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더 많은 이들이 창작을 지속할 환경을 가꾸어내기 위해서다. 지금 더 스트림의 온라인 플랫폼에 들러 재생 버튼을 누르면 지나간 처음의 순간이 다시 시작된다. 00시00분에서부터 지켜보자. 다양한 이들의 소중한 처음을…. 모든 시작은 저마다의 절정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느리지만 유연하게, 오늘까지 지속되어온 정세라의 시간처럼.
박미란 큐레이터, 미술이론 및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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