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최저임금 3% 오를 때, 물가상승률은 6%…연동해야 할까?
“인플레이션 악순환 우려”
“부가가치 정의롭게 분배”
오드 마르탱 Aude Martin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기자
프랑스 노동부 산하 연구조사통계지원국(DARES)은 2022년 2분기 프랑스 월 최저임금이 전년 동기 대비 3% 증가했다고 전했다.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은 6% 선을 넘었다. 프랑스 경제전망연구소(OFCE)에 따르면 (코로나19 1차 봉쇄령 기간을 제외하고) 2022년 상반기 가계 구매력이 최근 4년 가운데 가장 낮았다. 이런 상황에서 임금을 물가에 연동해 올려야 할까? 두 경제전문가에게 물었다. 드니 페랑(Denis Ferrand)은 기업 발전을 지원하는 경제연구소 렉세코드(Rexecode)의 소장, 오렐리 트루베(Aurélie Trouvé)는 센생드니 9번 지역구에서 선출된 경제학자 출신 하원의원(불복하는 프랑스)이다.
물가상승 비용 재분배
-물가가 오르면서 임금을 갉아먹고 있다. 구매력 유지를 위해 물가연동임금제를 되살릴 필요성이 제기됐다.
드니 페랑(이하 페랑): 프랑스는 1983년까지 물가상승률에 맞춰 임금을 자동 조정했다. 이후 최저임금과 연금만 그렇게 하고 있다. 1983년 이전으로 돌아가 임금 전체에 물가연동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이는 물가상승의 비용을 재분배하는 문제다.
오늘날 물가연동제가 다시 논의되는 건 물가가 올라서다. 지난날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최근 30년간 물가가 오르지 않았다. 만일 2000~2022년 철저하게 물가변동률에 맞춰 임금을 조정했으면 지금처럼 비금융권 회사에서 1인당 평균임금이 60%나 오르지 않았을 것이다. 40%에 그쳐야 했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가 그만큼 올랐다. 따라서 엄격한 물가연동임금제는 저물가 시대에 구매력을 외려 떨어뜨릴 수 있다. 생산력 향상을 임금에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도 있다.
오렐리 트루베(이하 트루베): 물가상승은 자본과 노동에 어떻게 부가가치를 분배할 것이냐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1950년대에서 1970년대 말까지 부가가치의 64%를 임금 형태로 나눠줬다. 크게 보면 물가연동임금제가 중단된 1980년대 초 이후 이 비중이 58%로 떨어졌다. 이미 자본 쪽으로 기울어진 힘의 균형이 향후 자본에 더 유리하게 치우칠 위험이 있다. 실질임금은 선명하게 내림세를 보이는데 기업 마진율은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최고치를 기록한 2021년에 견줘 약간 떨어진 수준인데도 그렇다. 물가상승률에 따라 임금을 올리면 부가가치에서 임금 비중을 유지하거나 높일 수 있다.
-물가 상승분만큼 임금을 올리면 어떤 위험이 따를 수 있나. 임금이 오르면 구매력이 증가해 물가상승 압박이 심해지는 ‘물가-임금 악순환’이 벌어진다는 우려가 있다. 근거 있는 주장인가.
페랑: 인플레이션 성격에 따라 다르다. 기업의 막강한 시장지배력으로 물가가 지속해서 오르는 상황에 임금을 올리면 물가-임금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 지금처럼 외부 충격으로 물가가 오를 때는 다르다. 이때 위험은 인플레이션 비용을 일부 사회집단에 지우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논의되지 않고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런 논의가 본격화하기 전에 너무 성급하게 결정을 내려버렸다. 정부가 공공재정을 악화하면서 인플레이션 비용을 부담한다. 오른 생산비를 가격에 반영할 수 없는 기업도 같은 부담을 진다.
트루베: 몰타, 벨기에, 룩셈부르크에서는 물가상승률에 맞춰 임금을 자동 조정한다. 그런데도 인플레이션 상황이 프랑스보다 나쁘지 않다. 임금인상이 항상 물가상승을 부추기는 건 아니다. 에너지와 같이 인플레이션으로 이익을 보는 업계와 보건, 대중교통 등 생활과 직결된 필수산업에서 가격을 올리지 못하게 막으면 된다. 그 대가로 정부가 재정 지원을 하면 된다.
페랑: 논의가 계속돼 구매력 상실에 집중된다. 실제로 구매력이 떨어지는 건 맞다. 하지만 기업이 지급하는 임금을 모두 합한 금액인 임금총액도 따져야 한다. 임금총액은 물가보다 오름폭이 크다. 고용률이 증가해 그렇다. 이는 사실 타협의 결과다. 2022년 1인당 임금 변동폭을 제한하는 대신 고용률을 끌어올려 경제에서 임금 전체가 차지하는 비중을 높였다. 이런 관계를 생각해야 한다.
트루베: 부가가치를 더 정의롭게 분배하고 이를 자본보다 임금에 더 많이 반영하면 임금과 고용률 사이에서 양자택일하지 않아도 된다.
소득구간별 차등 인상
-전체 임금이 아닌 최저임금(SMIC)만 물가 상승폭에 따라 조정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렇게 하면 나머지 소득이 최저임금 수준으로 하향 조정되는 위험이 있지 않나.
페랑: 당장은 그럴 수 있다. 하지만 프랑스 통계청(INSEE)이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그러다 3~4년 뒤 소득구간별 폭이 다시 벌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트루베: 최저임금은 다른 임금을 이끄는 힘이 있다. 좌파연합 ‘뉘프’(Nupes)와 노조가 최저임금을 물가 상승폭보다 크게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2012년 이후 최저임금이 물가보다 많이 오른 적이 없다. 최저임금 생활자의 구매력이 제자리걸음일 수밖에 없다.
-임금 전체가 아니라 일부만 물가 상승분에 맞춰 올리는 것이 가능한가. 이를테면 중위소득 이하로 물가연동 대상 임금을 한정하는 것이다.
트루베: 생각해볼 만한 선택지다. 소득이 낮을수록 임금 인상폭을 크게 하면 소득 격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이는 사회정의 문제다. 인플레이션은 저소득자에게 더 가혹하다. 일정 수준에 이르러야 나타나는 문턱효과(Threshold Effect)를 피하려면 소득구간별 인상률을 다르게 하는 누진 구조도 생각해볼 수 있다.
페랑: 물가연동제의 창을 넓힐수록 기업과 업계 내부에선 사회적 대화의 창이 좁아진다. 기업마다 놓인 상황이 다르다는 게 문제다. 임금 논의는 개별적으로 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본다. 특정 업계, 특정 기업이 직면한 문제의 특성을 잘 아는 노동자대표 기구와 상의해 그 틀에서 임금을 정하는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당시 노동부 장관의 이름을 딴 ‘오루 법’ 제정 이후 물가연동임금제가 폐지됐다. 이 법으로 임금 등의 협상에서 (노동자가 위원으로 참여하는) 기업위원회 자리가 확대됐다. 당시 물가연동임금제 중단의 가장 큰 이유는 물가-임금 악순환을 막는 것이었다. 하지만 임금결정 체계를 다각화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트루베: 1980년대 초 기업에서 노동자는 지금보다 훨씬 힘이 강했다. 노동자와 노동자대표 기구의 권리를 법이 더 잘 보호했다. 법규가 나라 전체 또는 업계 전체에 적용됐다. 협상의 말단으로 갈수록 노동자의 힘이 약해진다는 사실은 여러 차례 증명됐다. 게다가 최근 몇 년 동안 제정된 법률이 그런 현상을 부추겼다. 2016년 ‘엘 콤리 법’과 2017년 ‘마크롱 법’이 대표적이다.
상여금의 한계
-물가연동임금제를 되살려도 모든 기업에 적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트루베: 정책 하나로 구매력 감소에 대응할 수 없다. 가격 인상을 억제하는 정책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모든 산업 분야에서 물가연동임금제를 부활시키는 동시에 초과이익을 얻는 업계는 가격을 더 올리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 그렇게 하면 사정이 어려운 기업이 생산비를 줄일 수 있다. 정부 지원에 조건을 정할 필요도 있다. 도움이 가장 절실한 기업에 정부 지원을 집중할 수 있게 말이다. 계획을 세워야 한다. 정부가 재정난을 겪는 소기업 등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조사하고 생산비가 가장 많이 오른 기업을 찾아야 한다.
페랑: 물가연동임금제는 모두를 동일한 기준점에 세운다. 업계별 차이를 살리지 못한다. 35시간 근무제 도입 때도 비슷한 문제가 있었다. 어떤 기업은 노동시간을 한 번에 32시간까지 줄일 수 있었다. 그렇지만 40시간에서 35시간으로 줄이기 어려운 기업도 있었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규정은 현장에 있는 주체의 능력을 반영하지 못한다. 기업 차원에서도 협의가 가능하다.
-‘구매력 보호를 위한 긴급조치에 관한 법률’(2022년 8월16일 제정)은 영업실적에 따른 성과급이나 초과이익분배금을 지급하는 상여금 제도로 구매력을 유지하려 한다. 이 제도가 임금인상을 대신할 수 있나.
페랑: 최근 물가상승은 충분히 예측하지 못한 채 발생했다. 하지만 상여금 제도 덕에 빨리 대응할 수 있었다. 다만 이 제도는 상업 분야 노동자의 절반에만 적용된다.
트루베: 상여금 제도는 지속적이지 않고 임금노동자 가운데 일부만 대상으로 한다. 상여금 제도는 사용자와의 관계에서 노동자를 취약하게 하는 문제도 있다. 노동자 급여를 배당금처럼 나눠주는 것이다. 임금을 물가에 연동해 올리면 노동자는 미래를 더 잘 계획할 수 있다. 저축도 하고 소비도 한다. 케인스 시각에서 보면 이는 수요와 일자리를 늘린다.
-프랑스는 에너지 가격 인상 제한 같은 ‘요금 방패’ 정책 덕분에 다른 유럽 나라에 견줘 물가가 많이 오르지 않았다. 정부는 임금인상을 제한해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런 저비용 전략은 효과가 있나.
페랑: 정부의 그런 전략이 나중에 유럽에서 긴장감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본다. 2000년대 초 독일은 자국 기업의 이윤을 정상화하려고 임금비용을 제한했다. 그때 독일이 받은 비판이 이번엔 프랑스로 쏟아질 수 있다. 게다가 프랑스 기업에 부과하는 세금의 비중(부가가치의 21%, 독일은 14%)을 줄이지 않으면 저비용 전략은 효과가 없을 것이다. 2023년부터 줄어든 생산세율이 적용된다. 그래도 여전히 높은 편이다.
트루베: 프랑스 기업의 경쟁력 문제는 혁신과 직업교육이 부족하고 미래 산업 분야에 대한 투자가 충분하지 않아 생긴 측면이 크다. 수요가 너무 적은 것도 문제다.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수요가 첫 번째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임금인상을 막는 것은 완전히 잘못된 대책이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2년 12월호(제429호)
Faut-il réindexer les salaires sur l’inflation?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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