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과 연준·한은, 통화정책 방향 둘러싼 ‘줄다리기’ 언제까지?

조계완 2023. 1. 23.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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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채권, 금리인상 종료와 연내 금리인하 ‘기대감’ 지속중
기대감이 갑자기 후퇴하고 가격 불안 양상 나타날수도
19일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와 한국은행이 양국 주식·채권시장에서 부상하고 있는 통화긴축 완화 기대감을 경계하기 위해 매파적 언급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그런데도 새해 들어 장단기 국채금리가 하락하고 주식과 회사채 등 위험자산 가격은 반등하고 있다. 시장과 중앙은행이 서로 ‘상반된 방향’으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형국인데, 금융시장에서 되살아나는 기대감이 현실화할 것인지 아니면 조만간 주식·채권가격에 불안 양상이 다시 나타날지 주목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3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3.50%로 올린 뒤 기자회견에서 “(이번 인상과 기자회견 내용을)금리 동결로 해석하면 곤란하다”고 경계했다. 그러나 시장은 일제히 ‘말하지 않아도 안다. 인상 사이클 종료’(한화투자증권)로 받아들이며 ‘통화긴축 마감’ 리포트를 쏟아내고 있다. ‘한국 인상 사이클 사실상 종결’(다올투자증권), ‘1월 금통위, 긴축 사이클 마감’(신영증권), ‘금리 인상, 이 정도면 됐다’(유진투자증권), ‘금통위는 매파이고 싶지만, 매파일 수 없다’(신한투자증권), ‘동결 같은 금리 인상’(하나증권), ‘인상 종료, 4분기 인하 전망 유지’(엔에이치(NH)투자증권) 등이다. 한은이 명시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지는 않았지만, 시장은 온통 브레이크를 걸었다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미스터 마켓’(Mr. Market·주식시장)을 비롯해 최근 금융시장 가격변동 지표에도 ‘금리인상 종료 및 연내 금리 인하로 전환’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주가 급등과 채권가격 하락 흐름이 확연하다. 코스피는 지난 4일 이후 9거래일 연속 상승한 뒤 17~18일 소폭 하락하며 숨고르기를 거친 뒤 19~20일 이틀 연속 상승했다. 20일 코스피 종가(2395.26)는 연초 최저치(1월3일 장중 2180.67)에 견줘 9.84% 올랐다.

뉴욕 증권가도 연초 주가 상승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케이비(KB)증권은 “올해 금리인하는 없다는 것이 연준의 스탠스이지만 시장은 여전히 매파적인 지난해 12월 연준 의사록에도 불구하고 경기침체 우려 등을 고려할 때 연준의 태도를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더해, 국내 주식시장에는 중국경제 리오프닝 효과가, 월스트리트에서는 “여전히 탄탄한 고용과 소비가 경제를 지탱해 줄 것”이라는 믿음도 상승 랠리에 작용하고 있다.

국고채 시중금리도 연일 일제히 하락하면서 기준금리 동결 및 인하에 베팅하고 있다.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19일 연 3.248%에 장을 마쳤다. 10년물 금리는 연 3.222%, 5년물과 2년물도 각각 연 3.223%, 연 3.340%에 마감했다. 13일 기준금리가 인상된 날부터 2년물 이상 모든 국고채 금리가 기준금리를 일제히 밑도는 금리역전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메리츠증권은 “앞으로 기준금리 추가인상이 없고 통화정책이 연내 완화 기조로 전환(기준금리 인하)될 가능성에 채권시장이 베팅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도 지난 18일 전일대비 18bp 급락하며 3.37%를 기록했다.

이처럼 새해 들어 인플레이션 둔화와 통화긴축 사이클 종료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커지고 있는 반면, 미 연준과 한국은행은 낙관론을 경계하면서 매파적 입장을 고수하는 발언을 지속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제금융센터는 “연준은 과소 긴축(때이른 통화정책 완화)에 따른 인플레이션 위험을 경계하는 반면, 시장은 과잉 긴축(뒤늦은 통화 완화)에 따른 경기침체 위험을 우려하고 있다”며 “향후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에 대한 시장과 한·미 중앙은행의 시각 차이가 크다”고 밝혔다. 연준은 여전히 낮은 실업률과 높은 구인 건수 등 견고한 노동시장과 이에 따른 서비스 물가상승 위험이 여전히 높다고 판단하면서 연내 정책금리 인하 가능성을 배제하고 시장의 낙관론을 경계하는 태도다.

반면 시장은 인플레 둔화 추세가 이미 확인되고 있고 노동시장 모멘텀도 점차 약해지고 있어 통화긴축 정책 완화로 선회가 임박했다고 평가한다. 최근 미 국채 장기금리 하락은 인플레 둔화와 경기침체 위험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요컨대 시장은, 연준의 매파적 시각 고수는 금융시장에서 자산가격이 뛰어올라 인플레를 다시 자극하는 상황을 억제하기 위한 중앙은행의 의도적인 수사일 뿐이라고 받아들이는 셈이다. 한·미 중앙은행이 결국 올해 하반기 중에는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시장은 확신하고 있다.

금리 동결·인하 해석을 경계해야 한다는 한은의 수사에 대해서도 시장은 낙관론을 펴고 있다. 이를테면 ‘한은이 지금 시점에서 금리인하 시그널이나 선언을 시장에 주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한은이 단정적으로 말해주기까지는 시일 좀 걸릴 텐데, 한은이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은 ‘이 정도면 올릴만큼 올렸다’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시장의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한 최선의 안전장치로서 한은이 중립적 언어를 선택한 것이라고 해석하는 모습이다. 유진투자증권은 “지난해 가파른 원화 약세 진행으로 고초를 겪은 만큼, 한은은 기준금리 격차를 의식해 단정적으로 국내 기준금리의 종착점을 말해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이미 시장은 답을 내렸다”고 분석했다. 에스케이(SK)증권도 “국내 기준금리 인상이 사실상 마무리되었다 해도 한은으로서는 미국의 통화 정책기조도 살펴야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국제금융센터는 “한-미 양국의 통화긴축 사이클 종료와 경기둔화 전망을 감안할 때 중기적으로 장기금리가 하락할 거라는 전망은 유효하지만, 최근 채권·주식 금융지표는 시장의 과도한 낙관론을 반영하고 있다”며 “당분간 연준과 시장의 줄다리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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