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예금 시들해졌다고요?…'장타 혹은 파킹'
사라진 5%대 상품…금리고점 가깝다면 길게'
금리 높인 파킹통장, 발행어음형 CMA도 쏠쏠
2023년 계묘년(癸卯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똑똑한 토끼의 해'라고 해요. 옛날이야기에서 영민하고 지혜로운 동물로 등장하는 토끼는 풍요의 상징이기도 하죠. 경제 활동 선택이 더 어려워진 때라지만 독자 여러분 모두 토끼처럼 기민하고 지혜로운 금융 재테크로 더 풍성한 한 해를 만들어 가시길 바랍니다. [편집자]
작년 최고 인기 금융상품은 1년 이하 정기예금이었다. KB금융지주 산하 경영연구소가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부자들의 투자 트렌드를 분석한 보고서에서, 부자들은 앞으로 1년간 늘릴 투자 항목으로 예적금(29%)을 1순위로 꼽았다. 이어 주식(17.8%)과 채권(9%) 순이었다.
하지만 이런 흐름은 올해 들어서 푹 꺾였다. 정기예금이 그새 금리 매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작년 11월말께 시중은행에서도 연 5% 넘는 1년 만기 상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수신 경쟁 자제령을 내리며 이제는 4%대 예금도 찾기 어려워졌다. 특판에 '손품 발품' 팔던 소비자들의 관심도 시들해진 상태다.
'금리 정점 가깝다' 생각한다면…
금리가 쭉쭉 오르던 작년만 해도 단기 정기예금 인기가 좋았다. 1개월, 혹은 6개월 단기 상품의 금리가 2~3년 짜리 중장기 예금의 금리보다 높아지기도 했다. 여유자금을 넣어 높아진 금리만큼 이자수입을 챙기고 또 갈아타는 재테크가 유행처럼 번졌다. ▷관련기사: [인사이드 스토리]만기 1년 더 남은 예금…깰까요 말까요?(2022년 9월28일)
하지만 금리가 정점에 다다르면서 다시 흐름이 바뀌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3.5%로 높였는데 이는 작년 말까지만 해도 이번 금리 상승 주기상 최고점으로 꼽혔던 수준이다. 물가 압력이 남은 탓에 추가 상승 여지가 있다고 해도 한 차례(0.25%포인트) 정도뿐이라는 게 최근 시장의 중론이다.
시중 금리에 기반한 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기준금리보다 먼저 낮아졌다. 전국은합연합회에 공시된 주요 은행 정기예금 금리를 보면 지난 20일 기준 시중은행 주요 1년만기 상품의 최고 금리는 연 3.5~3.95%에 그친다. 11월말 연 5%를 넘던 상품이 적잖았지만 그새 1%포인트 넘게 하락한 것이다.
현재 시중은행 1년 정기예금 상품 금리는 하나은행이 3.95%로 가장 높다. 4% 넘는 금리는 카카오뱅크(4.5%), 케이뱅크(4.4%) 등 인터넷전문은행에서나 찾을 수 있다.
반면 만기가 긴 상품의 금리는 상대적으로 덜 떨어졌다. 36개월 만기 예금 금리는 시중은행에서 3.5~3.9%, 인터넷은행에서 4.1~4.6%다. 다만 작년 하반기 나타났던 장단기 금리 역전은 어느정도 해소됐다. 2~3년짜리 예금보다 1년 만기 상품이 금리를 더 낮췄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 상승이 막바지인 만큼 올해나 내년부터 금리 하락이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면 만기가 긴 상품을 택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기대 수익이 크진 않지만 금리 하락 때도 상대적으로 고금리 시기의 상품을 보유하게 되는 안전한 방식"이라고 조언했다.
'저축은행 파킹' 불안하면 인뱅이나 CMA
돈을 길게만 묶어두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그렇다면 정기예금만큼 이자를 주면서 어느 때든 쉽게 돈을 꺼내 쓸 수 있는 '파킹통장'에 돈을 넣어두는 게 낫다.
최근 저축은행들은 금융 당국이 정기예금 금리 경쟁 자제를 주문하면서 상대적으로 금리 인상 여력이 있는 파킹통장 금리를 올려 수신 자금을 유치하고 있다. 최근에는 4%대 넘는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이 적지 않다.
OK저축은행은 이달 초 파킹통장 상품 'OK읏백만통장Ⅱ'의 최고금리를 연 5.5%로 0.5%포인트 올렸다. 상품 가입 뒤 시중은행이나 증권사 앱의 오픈뱅킹에 등록해두는 조건이다. 예치 금액에 따라 적용 금리가 달라지는데 △100만원 이하 5.5% △100만~500만원 이하 5% △500만~5000만원 4% △5000만원 초과 연 3%다.
애큐온저축은행은 파킹통장 '머니쪼개기'의 금리를 연 4.3%로 0.3%포인트 인상했다. 최대 납입 한도도 3000만원으로 종전보다 1000만원 늘렸다. 이 상품은 자사 입출금통장 상품부터 열어둬야 하는 게 조건이다.
또 대신저축은행은 '더드리고입출금통장'의 금리와 한도를 종전 1억원 이하, 3.6%에서 2억원 이하, 3.9%로 확대 및 인상했다. 웰컴저축은행의 '직장인사랑 보통예금', 하나저축은행의 '하이하나 보통예금', 다올저축은행의 'Fi 저축예금' 등도 3.8%의 금리를 제공한다.
저축은행에 불안감을 느끼는 금융소비자라면 인터넷전문은행 파킹통장도 있다. 인터넷은행들은 중금리 대출 목표치를 맞추는 과정에서 재무 건전성 지표가 하락하자 최근 고객과 수신 확보 차원에서 파킹통장 금리를 올리고 있다.
케이뱅크의 경우 현재 파킹 통장인 '플러스박스' 금리를 기존 연 2.7%에서 3%로 0.3%포인트 올렸다. 토스뱅크도 파킹통장 금리를 최근 5000만원 초과분에 한해 연 4%로 올린 상태다. 5000만원까지는 연 2.3%다. 카카오뱅크는 '세이프박스'라는 파킹통장으로 연결 계좌당 1억원까지 2.6%의 금리를 제공한다.
최근 시들하지만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도 파킹통장 역할을 해낸다. CMA는 가입자가 맡긴 돈을 증권사가 단기금융상품으로 굴려 수익을 돌려주는데, 발행어음형 CMA의 수익률은 최근 연 3.7~3.8%다.
발행어음형 CMA는 일반적인 RP형보다 수익률이 높은 데다 미래에셋·한국투자·KB·NH투자 등 대형 투자은행(IB) 증권사만 다루고 있어 비교적 안전하다는 평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CMA는 증권사가 망하지만 않으면 손실 가능성이 없지만 예금자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도진 (spoon504@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