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오를까 그칠까…한은 기준금리 행방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올해 첫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사상 처음으로 ‘7연속 금리 인상’을 단행한 가운데 다음달 23일 열리는 회의에서도 같은 추세가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시장에선 이번 금리 인상 사이클에서의 최종 금리 수준이 3.50∼3.75%라는 전망이 흘러나온다. 향후 한국의 경기 침체 우려와 고물가 추세 사이에서 어느 쪽이 더 심각한지에 따라 금통위의 추가 인상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23일 한은에 따르면, 금통위는 지난 13일 열린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높은 물가 오름세 등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3.25%→3.50%) 인상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당시 회의 뒤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한은의 당초 전망치(1.7%)보다도 낮을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여전히 물가 안정이 우선순위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번 회의에선 향후 3개월가량의 기간 내 기준금리 정점이 어느 정도일지에 대해 3명의 금통위원이 ‘3.5%에서 영향을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 반면, 다른 위원 3명은 ‘상황에 따라 3.75%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견을 냈다. 이번 금리 인상 사이클의 최종 금리 수준을 두고 금통위원 간 의견이 갈린 셈이다. 주상영 위원과 신성환 위원은 이번 회의에서의 금리 인상 여부와 관련해서도 ‘기준금리를 3.25%에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금융시장에선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하고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한은이 금리 인상을 멈출 것이라는 의견과 동시에 여전히 5%대 고물가가 이어지고 있고, 한·미 금리차가 1%포인트인 점을 고려하면 추가 인상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기준금리가 현 수준에서 동결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한국의 경기 침체 우려를 그 이유로 꼽는다. 한은이 금리 추가 인상에 나설 경우, 실물경제 부담이 더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앞서 한은은 올해 한국 성장률이 최근 전망치인 1.7%를 밑돌 것으로 예상하며 “성장경로에 중국 경제 회복 속도, 주요국 경기 둔화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크다”고 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노무라 그룹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이자 글로벌 시장분석 헤드인 로버트 슈바라만 박사는 지난 18일 ‘2023 세계경제 침체 전망과 한국 경제의 도전’ 웨비나에서 한국경제에 대해 “상당한 경착륙에 직면할 위험이 있다”며 “역성장 위험·기대 인플레 하락 속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은 이달로 마무리됐다”고 언급했다.
슈바라만 박사는 “대외적으로 리오프닝에 따른 중국 경제 회복은 올해 하반기에나 가시화되지만, 선진국은 이미 경기 침체를 겪고 있어 올해 1분기뿐 아니라 2분기 일정 기간까지는 수요 공백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대내적으로는 고금리 발 주택 경기 악화, 민간 비금융권 신용위험 증대가 올해 한국 경제의 주된 난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석길 JP모건 금융시장운용부 본부장은 지난 13일 보고서를 통해 “한은의 포워드 가이던스(사전 지침)는 이전보다 덜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인 스탠스를 암시했다”며 “한은이 올해 더 이상의 금리 인상 없이 3.50%의 금리를 유지할 것이라는 기존의 예상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성장과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최근 수개월 하락한 것을 근거로 한은이 최종 기준금리인 3.50%에 도달한 것처럼 보인다고 설명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도 지난 20일 ‘금융시장 브리프’에서 “다음달 23일 한은은 목표 수준(2%)을 상회하는 물가에도 불구하고 경기 둔화와 신용위험 등을 감안해 현 수준(3.50%)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여전히 높은 물가, 한·미 금리 역전에 추가 인상 가능성 전망도
금통위가 한 번 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것으로 전망하는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든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5.0% 올랐다. 상승률 자체는 같은 해 7월(6.3%)을 정점으로 점차 떨어지고 있으나, 5월 이후 8개월째 5%대 이상 고물가는 이어지고 있다.
유럽 IB인 BNP파리바의 윤지호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6일 보고서에서 “금통위의 엇갈린 견해를 고려할 때 한은이 기준금리를 3.75%로 인상할 확률은 60%, 금리 인상을 3.50%에서 끝낼 확률은 40%”라고 분석했다. 윤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예정된 다양한 공공요금 및 교통비 인상의 영향으로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며 “예상대로라면 내년 2분기가 돼야 소비자물가지수(CPI)가 2%에 도달할 것으로 보이고 근원 물가는 좀 더 오래 높은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시장에선 지난해 4연속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했던 연준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인상 속도를 0.5%포인트로 줄인 데 이어 다음달에는 0.25%포인트로 추가 감속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어 한은의 선택 폭도 다소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토퍼 월러 미 연준 이사는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미국외교협회(CFR) 행사 연설을 통해 “현재 데이터에 근거할 때 앞으로는 난기류가 별로 없어 보인다. 그래서 지금으로서는 25bp(0.25%포인트, 1bp=0.01%포인트)를 선호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금통위 “물가, 성장 하방 위험, 금리 인상 파급효과 등 점검하며 추가 인상 필요성 판단”
금통위는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성장의 하방 위험과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 그간의 금리 인상 파급효과,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기준금리 인하 논의는 물가상승률이 한은의 중장기적 목표 수준(2%)까지 하락한 뒤에야 이뤄질 전망이다. 이 총재는 지난 13일 기자간담회에서 “물가가 저희가 예상하는 수준으로 확실히 수렴해간다는 확신이 있기 전에 (인하를)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지난 1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외신기자클럽 기자간담회에선 향후 통화정책 운용과 관련해 “올해는 국가별로 통화정책이 차별화되는 가운데 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며 “한은은 이러한 정책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앞으로 통화정책을 보다 정교하게 운용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국처럼 결혼·출산 NO”…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서 주목받는 ‘4B 운동’
- “그만하십시오, 딸과 3살 차이밖에 안납니다”…공군서 또 성폭력 의혹
- “효림아, 집 줄테니까 힘들면 이혼해”…김수미 며느리 사랑 ‘먹먹’
- “내 성별은 이제 여자” 女 탈의실도 맘대로 이용… 괜찮을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단독] “초등생들도 이용하는 女탈의실, 성인男들 버젓이”… 난리난 용산초 수영장
- ‘女스태프 성폭행’ 강지환, 항소심 판결 뒤집혔다…“前소속사에 35억 지급하라”
- “송지은이 간병인이냐”…박위 동생 “형수가 ○○해줬다” 축사에 갑론을박
- “홍기야, 제발 가만 있어”…성매매 의혹 최민환 옹호에 팬들 ‘원성’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