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 표정관리 중... 달러 팔아 수조원 벌어들인 듯
요즘 외환당국 관계자들 표정이 밝습니다. 무엇보다 환율이 안정됐습니다. 작년 가을만 하더라도 원화 가치가 13년만에 최고치로 하락해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웃돌았는데요. 최근에는 1200원대로 뚜렷하게 안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설 연휴 직전인 20일 원·달러 환율은 1235.5원에 마감했습니다.
환율이 안정된 건 미국의 금리인상이 고점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된 게 주된 이유인데요. 외환당국이 막대한 달러를 쏟아내 원화 가치가 추가로 하락하는 걸 막은 것도 도움이 됐습니다.
외환당국은 지난해 3분기에 175억4300만달러(약 21조7000억원)를 외환시장에서 순매도했다고 지난 연말 밝혔습니다. 분기별로 외환시장에 개입한 액수를 공개하기 시작한 2019년 이후로 가장 큰 규모죠. 원·달러 환율이 지나치게 오르지 않도록 달러를 풀어 놓느라 외환보유액을 대거 소진한 것입니다.
이걸 약간 각도를 틀어서 보면 달러를 싼값에 샀다가 비싼값에 매각해서 상당한 차익을 얻은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외환당국 관계자들은 내부적으로 대규모 달러 매도로 국가를 위해 큰 돈을 벌어들였다며 적잖은 성과로 여기는 분위기입니다.
외환당국은 달러 매도로 생긴 차익이 얼마인지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습니다. 다만 대략적으로 추정은 해볼 수 있습니다. 달러를 실제로 판 금액과 전체 외환보유액의 평균적인 매입 비용의 차이를 계산해 거래 비용 등을 제외하고 국고에 집어넣는다고 합니다.
2013년부터 작년까지 10년간 평균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145원입니다. 이 가격에 지난해 3분기에 매도한 175억4300만달러를 사들여서 작년 3분기 평균 환율인 달러당 1340원에 팔았다고 가정하면 외환당국은 대략 3조4200억원의 차익을 얻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런 계산이 크게 엇나가지 않는 것이라면 외환당국은 막대한 돈을 벌어들인 겁니다.
외환당국은 시장 안정과 이익 실현의 일석이조를 해냈다는 자평이 있습니다. 외환시장에서 이뤄진 일이라 대놓고 자랑은 못하지만 뿌듯해하죠. 성과가 있는 건 분명합니다.
그러나 운이 작용했다는 관점도 있습니다. 민간의 한 환율 전문가는 “작년말부터 외환시장이 안정된 건 우리 당국의 노력도 작용했겠지만 그보다는 미국에서 금리 인상이 마무리된다는 신호가 나와 달러 가치가 낮아졌다는 게 주된 이유”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작년에 환율이 안정되기 시작한 시기도 달러를 쏟아붓던 3분기가 아니라 11월 이후입니다.
달러 강세가 완화된 건 일본의 측면 지원(?)을 받은 측면도 있습니다. 주요국이 금리를 올릴 때 계속 ‘제로(0) 금리’를 고집하던 일본이 슬슬 금리를 올린다고 하자 엔화 가치가 올라 달러 강세가 완화됐죠. 원화 가치는 엔화나 위안화와 연동되는 현상이 있습니다.
올해는 비관적인 경제 전망도 만만치 않습니다. 지난해 고물가를 잡기 위해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이 빠른 속도로 금리인상을 한 후폭풍이 닥칠 것이라는 경고가 끊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외환시장이 어떻게 굴러갈 지 쉽게 점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일각에서는 올해 원·달러 환율이 1100원대로 평년 수준으로 추가 안정화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합니다. 반면, 일부 전문가나 연구기관들은 환율이 다시 1300원대로 오를 수도 있다고 경고합니다. 작년 3분기의 성공과 달리 외환보유액을 쏟아붓고도 치솟는 환율을 막지 못하는 일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외환당국 관계자들이 긴장감을 유지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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