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영의 코인사이트]바이낸스 vs 코인베이스: '크립토 겨울' 두가지 대처법

박현영 기자 2023. 1. 23.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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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낸스, 올해도 채용 늘리고 해외 진출…코인베이스는 950명 해고 예정
전 세계 가상자산 규제 본격화…바이낸스 '문어발식' 확장에 제동

[편집자주] 가상자산·블록체인 산업은 정보 비대칭성이 심한 분야이자, 주요 용어가 대부분 외국어로 되어 있어 이해가 어려운 신생 산업입니다. 제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블록체인 기술 관련 소식도, 가상자산 투자와 직결된 소식도 독자에게 제대로 닿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민영통신사 <뉴스1>은 이해가 어려운 가상자산·블록체인 소식을 쉽게 풀고, 나아가 향후 전망이나 분석까지 담은 '코인사이트(Co;insight)'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코인사이트'는 가상자산을 뜻하는 '코인'과 '인사이트'의 합성어로, 가상자산·블록체인 분야의 주요 소식을 인사이트 있게 분석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코인사이트 로고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새해 들어 가상자산 시장의 분위기가 좋습니다. '대장 코인'인 비트코인(BTC)의 가격이 올해 들어 38% 가량 뛰었습니다. FTX 사태 이후 냉랭해졌던 가상자산 시장 분위기가 차츰 살아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하지만 2021년 때와 비슷한 '불마켓(상승장)'이 오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시장이 워낙 침체됐던 터라 '크립토 겨울'은 장기화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합니다.

이런 가운데 거래량 세계 1, 2위 거래소인 바이낸스와 코인베이스의 사업 전략이 완전히 달라 눈에 띕니다. 바이낸스는 크립토 겨울에도 새로운 투자를 아끼지 않는 반면, 코인베이스는 구조조정에 이어 일부 지역에선 사업 철수까지 감행하며 사업 규모를 축소하고 있습니다.

둘 중 어떤 전략이 맞다고 속단하기는 힘듭니다. 다만 올해는 규제의 해가 될 것이란 예측이 많죠. 당장은 바이낸스가 코인베이스보다 훨씬 잘 나가고 있지만, 전 세계적 규제 흐름 속에선 또 다른 양상이 펼쳐질 수 있습니다.

이번 <코인사이트>에서는 전 세계 가상자산 시장을 이끄는 두 플레이어의 전략을 들여다보며 바이낸스가 겪을 수 있는 리스크도 점검해보겠습니다.

◇여전한 '벌크업' 바이낸스 vs 올해도 '다이어트' 코인베이스

우선 크립토 겨울에 대처하는 바이낸스와 코인베이스의 전략이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겠습니다.

코인베이스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몸집을 줄입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코인베이스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에서 올해 950명을 감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비용 절감 조치의 일환입니다. 코인베이스 전체 직원은 4700여명으로, 약 20%에 해당하는 인력을 줄이겠다고 한 것이죠.

앞서 코인베이스는 크립토 겨울이 본격화된 지난해에도 구조조정에 나선 바 있습니다. 지난해 6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무려 1100명을 해고했습니다.

반면 바이낸스는 완전히 다릅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자오창펑(Zhao Changpeng) 바이낸스 최고경영자(CEO)는 스위스에서 열린 가상자산 콘퍼런스에 참석해 올해도 인력을 30% 가량 늘리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바이낸스는 크립토 겨울이 장기화되기 시작한 지난해에도 3000명이었던 직원 수를 8000여명까지 늘린 바 있는데요. 올해도 이 같은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것입니다.

해외 진출에 있어서도 두 거래소의 전략은 완전히 다릅니다. 먼저 코인베이스는 오는 2월 일본에서 철수합니다.

코인베이스는 블로그를 통해 "시장 환경으로 인해 일본에서의 운영을 중단하고, 일본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올해도 크립토 겨울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구조조정과 더불어 해외 사업 규모도 축소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런데 바이낸스는 오히려 일본 거래소를 인수했습니다. 지난해 말 바이낸스는 일본 거래소 사쿠라익스체인지(SEBC) 지분을 100% 인수하며 일본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일본은 금융당국으로부터 라이선스를 취득한 거래소만 운영할 수 있는데요. SEBC는 라이선스를 취득한 거래소입니다. 이미 라이선스를 확보한 거래소를 인수함으로써 규제로 인한 제약을 피하며 일본 시장에 진출한 것이죠.

바이낸스는 국내 시장에도 똑같은 전략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국내 거래소 고팍스 인수를 추진하며 한국 시장 재진출을 노리고 있죠. 고팍스는 실명계좌를 갖춰 금융당국에 영업 신고를 마친, 원화마켓을 운영하는 국내 5대 거래소 중 하나입니다. 바이낸스는 이미 규제로 인해 국내 시장에서 철수한 바 있는데요. 이번에 규제를 잘 지키고 있는 고팍스를 인수함으로써 한국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습니다.

종합해보면 시장 상황은 비슷한데도 바이낸스는 계속 투자를 이어가고 있고, 코인베이스는 사업 규모를 계속 줄이고 있습니다.

이런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는 코인베이스가 상장사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규제 당국의 제재 하에 있는 코인베이스와 달리, 본사가 어디인지 명확히 알 수 없는 바이낸스는 그동안 규제에 있어 비교적 자유로웠습니다. 거래소 코인을 발행하고 마진 거래 등 제약 없는 서비스를 제공하며 서비스를 확장할 수 있었고, 확장한 서비스를 통해 얻은 자금을 기반으로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이죠.

반면 코인베이스는 상장사로서의 제약은 물론 신용평가기관의 등급도 고려해야 합니다. 실제로 이달 초 S&P 글로벌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코인베이스의 등급을 하향 조정했습니다.

코인베이스의 등급을 'BB'에서 'BB-'로 내린 S&P 측은 파이낸셜타임즈에 “FTX가 붕괴된 이후 줄어든 가상자산 거래량이 코인베이스의 수익성을 계속 압박할 것이란 견해가 우세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같은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코인베이스는 비용을 줄여 수익성 악화를 막아야 하는 것이죠.

◇올해는 규제의 해…바이낸스 둘러싼 리스크

현재로선 바이낸스에 비해 코인베이스의 상황이 더 안 좋은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해외 시장 철수, 구조조정 등은 당연히 기업에는 악재입니다.

하지만 가상자산 시장이 앞으로도 계속 발전한다는 가정 하에선 어느 플레이어가 '롱런'할 수 있을지 판단해야 합니다. 바이낸스가 지금과 같은 사업 전략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바이낸스는 그간 전 세계 여러 나라에 진출해왔습니다. 이는 그만큼 여러 국가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대부분 국가들이 가상자산 관련 규제를 마련하지 못한 탓에 그동안은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웠으나, 규제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부터는 다르다는 뜻입니다. 미국 규제 하에 운영되는 코인베이스보다 지킬 게 훨씬 더 많아질 것이란 예측입니다.

실제로 바이낸스는 이 같은 위기를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2021년 바이낸스는 일본 금융청으로부터 무허가 영업에 대한 경고를 받은 것을 시작으로 영국, 캐나다 온타리오주, 태국 등에서 영업 중단 조치를 받았습니다.

이는 2021년 6월부터 7월까지 한 달간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가상자산 관련 규제가 확립되지 않은 국가가 많은 만큼, 한 국가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다른 국가들도 그에 따라 움직이기도 합니다. 한 곳이 바이낸스에 칼날을 들이대기 시작하니 다른 곳들도 움직인 것이죠. 이 같은 사태가 또 발생할 가능성이 큽니다.

지난해에는 더 큰 압박을 받았습니다. 지난달 로이터 등 외신은 바이낸스의 범죄에 대한 미국 워싱턴 검찰청의 수사가 2018년부터 이어져 왔고, 자오창펑 CEO를 포함한 바이낸스 임원진이 기소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올해 바이낸스는 이 같은 위기에서 더욱 자유롭지 못할 것입니다. 지난해 말부터 바이낸스의 투명성에 대한 지적이 계속 잇따랐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바이낸스의 '준비금 증명(PoR)', 즉 감사를 담당했던 회계법인 마자르가 감사를 중단하면서 의심은 더욱 커졌습니다. 또 마자르가 감사를 중단하기 전 공개했던 감사보고서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설립된 '바이낸스 캐피탈 매니지먼트'를 대상으로 했는데, 해당 법인이 바이낸스 서비스 전체를 관할하고 있는지 알 수 없어 논란이 됐죠.

이를 두고 코인데스크 등 외신은 "바이낸스가 '글로벌 빅4'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를 받으면 해결될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자오창펑 CEO는 CNBC 인터뷰에서 "빅4 회계법인들이 가상자산 거래소와 협력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죠. 하지만 코인베이스는 '빅4'인 딜로이트로부터 회계감사를 받은 바 있습니다. 자오창펑 CEO의 주장과는 맞지 않는 부분입니다.

더 큰 문제는 지난해 11월 'FTX 사태'를 계기로 투자자들의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입니다. 대형 거래소였던 FTX가 한 순간에 몰락하는 것을 지켜본 투자자들은 작은 낌새만 있어도 '더 안전한 곳으로' 자금을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태도는 바이낸스에도 그대로 적용됐습니다. 바이낸스 경영진이 기소당할 위기라는 보도가 나오자 바이낸스 이용자들은 스테이블코인 USDC를 대거 인출하기 시작했고, 이에 바이낸스는 USDC 출금을 잠시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향후 바이낸스가 또 다시 규제 리스크에 노출될 경우, 사용자들이 한꺼번에 자금을 인출하는 '뱅크런'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올해는 각국의 규제가 더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유럽연합(EU)는 가상자산기본법인 미카(MICA) 시행을 위한 최종 투표를 앞두고 있고, 미국도 디지털상품소비자보호법(DCCPA)을 비롯한 몇 가지 법안이 발의된 상태죠. 우리나라도 디지털자산기본법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각국 규제가 확립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투자자들도 더 안전한 거래소를 찾아 나서기 시작한 현재, 바이낸스가 그간의 문어발식 사업 전략을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선 많은 우려가 따릅니다. 어떤 플레이어가 정말 '롱런'할 수 있을지 주목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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