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쭈물하다 대책없던 그 선배 꼴 납니다, 농담 아닙니다”

원호섭 기자(wonc@mk.co.kr) 2023. 1. 23.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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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진 한화자산운용 전무 인터뷰 ①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 누가 불렀는지, 노래의 제목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이 노래. 인터뷰를 하면서 머릿속에서 연신 이 노래가 재생됐다. 직장생활 14년 차. 직장을 두차례 옮겼지만 퇴직연금저축에 대해서,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 등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분명 월급 통장을 만들 때, 그리고 회사에 입사했을 때, 퇴사를 했을 때 누군가 얘기를 해줬을 텐데 ‘나중에 해야지’라는 생각을 하다가 잊어버린 듯하다. 회사원은 그저 열심히 일하고 월급 받으면 따박따박 은행에 보관하는 게 미덕이라 여겼다. 최영진 한화자산운용 채널연금마케팅본부장과 인터뷰를 하면서 그동안 얼마나 어리석게 살았는지 깨달았다. 퇴직연금 계좌, IRP 계좌에 돈을 넣어뒀다면 연간 100만원 이상의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이를 다시 퇴직연금 펀드나 ‘타깃데이트펀드(TDF)’ 등에 넣었다면, 직장생활 10년 차가 됐을 때 넉넉하진 않더라도 노후 대비의 기반이 되는, 상당한 자금을 모았을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20년 뒤 퇴직 후의 삶을 설계했어야 했다. 안타깝게도 ‘나중에 해야지’라는 생각과 게으름에 10년 넘게 IRP계좌, 퇴직연금저축 계좌 개설을 잊고 살았다. 남은 거라곤 얼마인지 알 수 없는, 회사에서 쌓아주는 DB형 퇴직연금과 국민연금이 전부. 아쉬움에 연신 자조섞인 신음이 나왔다. 복리를 생각하니 슬픔이 더해졌다. 최 본부장은 “아직 늦지 않았다”라며 위로했다. 그는 “‘국가소멸’이라는 말이 나오는 세상에서 퇴직연금, IRP 계좌 개설은 이제 필수가 됐다”며 “서글픈 이야기지만 내 연금은 내가 지킨다는 생각으로 전 국민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세대일수록 공격적으로 노후를 대비해야 한다”며 “지금 당장 연금저축, IRP 계좌를 개설하고 꾸준히 공부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최 본부장과 일문일답.
최영진 한화자산운용 전무
▲노후를 위한 퇴직연금 관리가 왜 필요한가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무엇보다 인구가 줄고 있다. 국가 소멸 이야기까지 나온다. 심각한 문제다. 서울에 초등학교 1학년 학생 수가 부족하다고 한다. 출산율 줄고 젊은 인구가 사라지고 있다. 이미 10년 전 예견됐던 일이다. 인구 통계는 특단의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이상, 예측이 틀리지 않는다. 입양, 이민 등의 정책 없이 지금 우리가 예상하는 인구 통계 전망이 정확하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우리는 어떤 준비도 하고 있지 않다. 이뿐만이 아니다. 부의 양극화도 심하다. 불편한 진실을 빨리 털어놔야 한다. 보수, 진보 나뉘어 떠들 때가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약 3700만명. 2040년이 되면 2800만명, 2050년에는 2400만명으로 줄어든다.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올해 17.5%에서 2070년 46.4%가 될 전망이다. 한국은 이미 2025년이면 인구 5명 중 1명이 노인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제공=고용노동부>
▲국민연금도 있고 퇴직연금도 있다.

△우리나라 연금은 크게 3층으로 되어 있다. 삼각형 구조다. 1층이 국민연금, 2층이 퇴직연금이다. 그리고 가장 꼭대기에 개인연금이 있다. 국민연금은 인구 구조상 더 내고 덜 받는 형태로 될 수밖에 없다. 지금보다 받는 금액이 준다. 퇴직연금이 있지만 사람들이 관심이 없다. 대부분 DB형이다. 예금이라 생각하고 퇴직한 뒤 받는다. 가장 적은 게 개인연금이다. 개인이 먹고살기 바쁘다 보니 개인연금 관리를 하지 않는다. 개인연금 관리를 통해 연금 구조를 역삼각형으로 만들어야 한다. 퇴직할 때가 됐을 때 국민연금은 적게 받을 수밖에 없다. 퇴직연금과 함께 개인연금을 굴려서 노후 대비에 나서야 한다..

▲막 직장인이 된 MZ 세대들은 어떤 방식으로 퇴직연금을 굴려야 하나

△DB형과 DC형의 차이를 잘 살펴보고 적용해야 한다. 자신이 회사에서 열심히 일해서 성과가 잘 나올 것 같다면, 그런 사람은 DB가 낫다. 일을 잘해서 연봉이 5%가 올랐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DC형을 택해서 운용 성과가 3%밖에 나오지 않았다면 오히려 손해다. 회사가 강제적으로 퇴직연금을 DC로 전환하는 게 아니라면 직장 초년생들은 굳이 DC형으로 전환할 필요가 적다고 본다. 사회 초년생 때는 퇴직연금을 DB형으로 두고 본인의 연봉을 높일 수 있는, 자기 계발에 힘 쓰는게 좋다.

최영진 한화자산운용 전무
▲이직할 때에는 퇴직금 관리 어떻게 해야 하나

△기자님처럼만 안 하면 된다(기자는 두 차례 이직했는데 퇴직금이 어디있는지 알지 못한다). 더 좋은 직장으로 더 나은 연봉을 받고 이직하면 퇴직금을 정산해서 주는데, 그때 쓰지 말고 IRP계좌에 넣어 관리하는 게 좋다. 물론 급하게 써야 한다면 사용해야 하지만 미래를 생각한다면 모아두는 게 낫다. 급여 인상률은 직급이 올라갈수록 일반적으로 떨어진다. 따라서 10년 이상 직장생활을 했다면 그때부터 DB형과 DC형에서 고민해야 한다. 연봉 인상 폭과 자금을 운용해서 얻을 수 있는 수익률을 잘 고려해서 선택해야 한다. 연금 인상 폭이 높을 거라 생각한다면 DB형을 유지하고, 그게 아니라면 DC형으로 전환하는 거다.

(퇴직연금제도는 확정급여형(DB), 확정기여형(DC), 개인형퇴직연금(IRP) 등 세 가지로 나뉜다. DB형은 사용자, 즉 근로자를 고용한 기업이 적립금을 운용하고 근로자는 확정된 퇴직급여를 받는다. DC형이나 IRP는 개인(근로자)이 직접 운용하다. DB형, DC형 퇴직연금제도가 설정된 사업장의 근로자도 노후대비를 위해 추가로 IRP가입이 가능하다. 회사에 따라 DB형, DC형, 또는 DB형과 DC형을 절충한다. 일부 기업은 DB형만 운영하는데, 이 경우 회사가 근로자 간 협의 없이 이를 DC형으로 전환할 수 없다.)

▲디폴트옵션이 시행됐다. 디폴트옵션에 따라 퇴직금 운용 상품은 어떤 기준으로 골라야 하나

△연금이 물가상승률을 이기지 못한다. 퇴직연금 자산의 운용 수익률을 높여야 하는데, 장기적으로 위험자산에 투자가 되어야 한다. 디폴트옵션의 성격을 생각하면 초저위험, 저위험은 의미가 없다고 본다. 권유하지 않는다. 디폴트옵션은 자본시장의 시류를 보고 샀다가, 팔았다가 하는 게 아니다. 30년, 40년 뒤의 노후를 위해서 적극적으로 자산 증식에 나서는 것인 만큼 일정 정도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가 들어가야만 한다. 따라서 젊을 때는 위험자산 비중을 늘리는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은퇴 시점이 가까워지면 채권, 예금과 같은 안전자산 비중을 높여야 한다.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 DC형, IRP형 가입자가 별다른 운용지시를 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정한 적격투자상품으로 운용하는 것을 말한다. 기존 퇴직연금 상품이 만기가 되면 가입자에게 만기를 통보한다. 4주 뒤 연금 운용상품을 결정하지 않을 경우 디폴트제도가 적용됨을 알리고 2주 뒤 가입자가 사전에 결정한 연금상품에 가입된다. DC·IRP형 가입자가 자금을 방치하고 있을 경우 운용사가 보다 적극적으로 운용하도록 하는 것이 디폴트옵션의 핵심이다.)

※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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