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써머리] '카더라' 통신에 부동산 시장은 카오스
부동산 시장을 취재하는 김서온 기자가 현장에서 부닥친 생생한 내용을 요약(summary)해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에 부동산 시장이 반등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IT 강국에 걸맞게 그런 기대감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와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 부동산 관련 채팅방은 갑론을박이 한창입니다. 여전히 가격하락을 주장하는 이들이 많지만, 반대로 이제 바닥을 다지고 가격이 상승할 것이란 주장도 많습니다. 그러면서 그대로 믿기 힘든 '카더라' 류의 막 던지는 이야기들도 있습니다.
커뮤니티 글들 중에는 "이미 반등세를 타 고점에 팔렸다", "집 보러 온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매물 보려면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집도 보지 않고 이미 계약됐다" 따위의 '믿거나 말거나 식' 글들이 적지 않습니다. 집을 구해야 하는 다급한 사정을 가진 예비 수요자들이라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는 얘기들이어서 당황스럽기까지 할 겁니다.
이렇게 혼란스러운 상황이 연출되는 것은 정부가 부동산 시장 경착륙을 방지하기 위한 세제·금융 규제 완화 대책을 연달아 내놓은 영향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부동산 시장의 큰 변수인 금리 상황도 이제는 안정기를 맞으며 추가 인상 여력이 줄어든 요인도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만 분위기가 뜨거운 것을 아닌 것 같습니다. 실제 강남권 한 아파트 매물을 눈여겨본 수요자를 만나보니 비슷한 톤이 느껴집니다. 익명을 요구한 A씨는 지난 주말 정보를 얻기 위해 가입한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해당 단지에 갑자기 매수세가 붙으며 몇 시간 전에 실계약이 이뤄졌고, 집을 보려면 몇 시간이고 기다려야 한다는 글들이 쏟아지자 확인 차 서둘러 현장을 찾았다고 합니다.
A씨는 "부동산마다 몇 팀이 대기해있고, 방금 계약까지 성공했다는 실시간 글을 보고 직접 방문했다"며 "그러나 현장 인근 부동산은 절반 이상이 영업하지 않았고, 문을 연 곳에 갔지만 게시글에 갓 계약이 완료됐다는 매물의 가격보다 약 1천만원을 올려 불렀다"고 하네요.
A씨처럼 온라인에 쏟아지는 정보에 의지해 갈피를 못 잡는 사례는 한둘이 아닌 것 같습니다. 관악구 봉천동에 거주하는 B씨는 과거 2년간 전세로 거주하며 매수를 결심한 강서구 가양동 일원 내 매물과 관련한 소식을 듣고 현장을 방문했다고 합니다. 한 메신저 앱 부동산 채팅방에서 이미 5건이 넘는 실거래가 이뤄졌다며 무조건 이 타이밍에 매수해야 한다는 이야길 들었다는 겁니다.
평일 어렵게 시간을 낸 인근 B씨는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모른다", "우리 부동산은 아니다"라는 답을 듣고는 당황했다고 털어놨습니다. B씨는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실제 등기까지 쳐야 실거래된 것 아니겠냐, 방금 계약이 됐다는 온라인상 이야길 곧이곧대로 들으면 안 된다는 조언도 들었다"고 했습니다.
이어 "며칠이 지나 또 다른 부동산 관련 채팅방에서는 이 아파트의 급매물 매수를 추천하는 부동산의 전화를 하루에 7번이나 받았다는 전혀 상반된 이야기도 나왔다"고 하는군요.
또 다른 예비 수요자인 C씨의 사례도 마찬가지입니다. "관심 지역 내 부동산을 10곳이 넘게 돌았는데, 이야기가 달라 종잡을 수가 없다"며 "집을 사겠다고 하니, 지금 매수세가 붙어 무조건 이 가격에 들어와야 한다고 했다가, 다른 부동산에 가서 집을 팔겠다고 하니 지금 집을 사려는 사람이 없어서 호가보다 낮춰 내놔야 한다고 했다"는 것입니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해 세제·금융 규제 등 전방위적 완화 대책을 내놓자 매수심리를 자극할 수 있는 '카더라'가 몰아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 아닌가 싶습니다.
업계 전문가들은 혼란스러운 시장상황일수록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임장을 통한 수요자들의 판단이 더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합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파격적이라고 불리는 1·3대책으로 시장에서 '데드캣바운스'(주가가 급락 후 임시로 소폭 회복된 것을 의미)와 같이 심리적 효과가 실거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당분간 금리 추이가 횡보할텐데 전고점을 찾아가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숙지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무엇보다 수요자들의 판단에 실질적인 경험 즉, 임장을 통한 정확한 정보 습득이 가장 중요하다고 합니다.
송 대표는 "팬데믹이 길어지면서 프롭테크 플랫폼, 유튜브, 커뮤니티와 채팅방 등 온라인 위주 소통창구와 툴(tool)이 익숙해졌다"며 "다만, 지금과 같은 시기에 실수요자의 발품팔이보다 더 좋은 정보는 없다. 부동산 전문가들이 현실임장에 공을 들이는 이유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김서온 기자(summer@inews24.com)▶네이버 채널에서 '아이뉴스24'를 구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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