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리포트 작성하는 챗GPT…구글 아성 무너뜨릴까

김상윤 2023. 1. 23.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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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에세이 작성에 대학 금지령 까지도
머스크 등 뛰어들어 세계 최고 AI개발
MS도 모든 제품에 AI기능 탑재키로
검색엔진 시장 대체..지배력 키우려는 야욕

[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인공지능(AI) 챗GPT(ChatGPT)로 놀란 대학, 수업방식 쇄신에 착수.’

며칠 전 뉴욕타임스는 최근 미국 대학들이 인공지능(AI)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학생들이 리포트 작성 등에 챗GPT의 도움을 받자 교수들이 이를 막는 방안을 찾는 데 애를 먹고 있다는 겁니다. 핵심어 몇 개만 던지고 에세이를 써달라고 하면 챗GPT가 몇초 내로 온전한 글을 작성하다 보니 부정 시험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미국 학교들은 챗GPT 경계령을 내렸습니다. 뉴욕시와 시애틀의 일부 공립고등학교 학생들이 챗GPT를 쓰지 못하도록 교내 와이파이 네트워크에서 챗GPT 접근을 막는 조치를 내렸습니다. 조지워싱턴대 등 워싱턴D.C. 소재 대학들은 집에서 해 오는 과제를 줄이고 있고, 대신 손으로 쓴 논문, 구술 시험 등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합니다. 하버드대, 예일대는 챗GPT를 탐지하는 GPT제로(ZERO)를 개발해 학생들이 이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인간을 편리하게 해줄 AI가 오히려 인간을 불편하게 하는 아이러니가 나타나고 있는 셈입니다.

머스크, 리드 호프먼 등 참여..세계 최고 AI개발

로봇이 글을 작성한 얘기는 오래된 일입니다. 이미 기업 애프터서비스(AS) 상담의 상당수는 로봇이 대체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챗봇은 인간이 하는 것만큼 상세한 대응은 할 수 없고, 간단한 답변 정도 하는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냥 우리 삶을 편리하게 해주는 수단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챗GPT가 불러오는 반향은 다릅니다. 이전까지 나온 챗봇의 수준을 뛰어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난이도 있는 학술논문, 에세이, 시, 소설 등을 쓰거나 복잡한 문제도 풀고, 같은 주제에 대한 질문도 뉘앙스나 요구사항에 따라 각기 다른 답변을 제시합니다.

챗GPT를 개발한 곳은 세계 최대 AI연구소인 오픈AI(OpenAI)입니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와 와이콤비네티어 창업자인 샘 알트만, 링크드인 공동창업자인 리드 호프먼 등이 2015년 회사를 설립한 이후 AI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18년 GPT-1을 공개한 이후 매개변수를 100배 이상 늘린 후 2020년 GPT-3을 출시했습니다. GPT-3은 사피엔스 10주년판 서문을 유발 하라리가 직접 작성한 것으로 착각할 만큼 손색없이 작성해 세상을 놀라게 했습니다. 이후 오류를 개선한 GPT-3.5를 지난해 손보였고, 이를 실생활에 구현한 게 바로 챗GPT입니다. 기존 AI챗봇과 달리 텍스트에 대한 사람의 판단도 함께 학습한 터라 훨씬 자연스러운 대화도 가능합니다.

구글 ‘코드레드’선언…검색엔진 위협하나

챗GPT이 각광을 받자 미국 주요 소프트웨어 회사들도 AI챗 기능을 탑재할 것을 시사했습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의 최고경영자(CEO)는 17일 세계경제포럼(WEF) 총회가 열리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MS의 모든 제품이 AI 기능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MS는 컴퓨터를 작동시키는 운영체제(OS) 분야에서는 압도적인 1위 업체이지만, 검색시장에서는 구글에 밀려 지배력을 상실한 지 오래입니다. MS도 검색엔진 ‘빙(Bing)’의 존재감은 사실 거의 없죠. MS 입장에서는 AI챗을 통해 그간 밀렸던 검색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기회를 모색할 수 있습니다. 이용자들이 원하는 결과를 구글 이상으로 제공한다면 구글의 아성도 무너뜨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구글 경영진은 챗GPT 등장과 관련해 최근 ‘코드레드’를 선언하고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고 합니다. 챗GPT가 구글 검색엔진 사업에 어떤 위협요인이 되는지 파악하고 대응 방안을 찾겠다는 겁니다.

다만 챗GPT와 같은 AI기능을 실제 소프트웨어에 장착하는 것은 상당한 비용부담이 커질 수밖에 단기간에 이뤄지긴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모건스탠리의 브라이언 노워크는 챗GPT의 검색이 구글의 기존 검색보다 7배의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넷에 게시된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해 학습하지만 허구와 사실들을 혼합하다 보니 이를 거르려면 더 많은 학습이 필요하고 그만큼 비용이 늘 수밖에 없습니다. 금리인상 등으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마음껏 AI에 투자할 만큼 ‘총알’이 충분하지 않다는 게 걸림돌입니다.

구글의 경우 이미 챗GPT와 같은 AI를 개발했지만, 이를 적용하는 것을 꺼린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구글의 수익의 80% 가량이 검색을 통한 디지털 광고에서 나오는데, 챗GPT와 같은 방식이 자사의 수익모델을 오히려 갉아먹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가렛 오마라 워싱턴대 교수는 “하나의 시장에서 성공한 기업들이 완전히 다른 것을 도입해 제2막을 여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 “무적의 기업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김상윤 (y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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