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억 소리' 수입차 역대 최대…"10대 중 8대 법인이 샀다"

권혜정 기자 2023. 1. 23.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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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수입차 28만3435대·1억원 이상 7만1899대…'역대 최대 판매'
'법인차'가 수입차 호조 원인…"'연두색 번호판' 실질적 규제 아냐"
(벤틀리 서울 제공) 2022.11.15/뉴스1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지난해 차량용 반도체 대란과 고금리·고물가 등 경기침체 여파에도 수입차 판매량은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차값이 1억원을 넘어서는 초고가 수입차 역시 날개돋힌 듯 팔리며 역대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다. 특히 1억5000만원을 넘어서는 '초고가 럭셔리 수입차' 10대 중 8대 가까이는 '법인차'였다.

23일 한국수입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팔린 수입차는 28만3435대로 전년과 비교해 2.6% 늘었다. 이는 KAIDA가 집계를 시작한 2003년 이후 가장 많은 판매량이다. 지난해 현대차의 국내 판매량이 5.2%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수입차 판매량은 더욱 두드러진다.

차값이 대당 1억원을 넘어서는 고가 수입차 판매량도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팔린 1억원 이상의 수입차는 7만1899대로 전년 대비 20%나 늘었다. 이는 지난해 팔린 전체 수입차의 25.09%를 차지한 것으로 4대 중 1대는 '억소리' 나는 수입차였던 셈이다.

차값이 1억5000만원을 넘어서는 이른바 '초고가 럭셔리 수입차' 판매량도 눈에 띄게 늘었다. . 지난해 팔린 1억5000만원 이상의 수입차는 2만4356대로, 전년과 비교해 무려 27% 증가했다. 이 역시 KAIDA가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대 연간 판매량이다

이는 브랜드별 판매량에서도 극명히 드러난다. 차량 가격이 2~3억원대를 호가하는 벤틀리의 지난해 국내 판매량은 무려 53.2% 늘었다. 람보르기니는 14.2%, 포르쉐는 6.3% 각각 증가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고가 차량을 주로 판매하는 렉서스는 22.1%, 지프는 31.4%, 혼다는 27.9% 줄었다.

지난해 고가의 수입차 판매량을 끌어 올린 주된 요인으로는 법인차가 꼽힌다. 1억원 이상의 수입차 가운데 법인명의는 4만7338대로 해당 가격대 수입차 판매량의 65.8%를 차지한다. 1억5000만원 이상의 초고가 럭셔리 수입차의 법인 구매 비중은 무려 78.2%에 달한다. 작년에 팔린 1억5000만원 이상의 수입차 10대 가운데 8대 가까이는 개인이 아닌 법인이 구매했다는 이야기다.

롤스로이스의 경우 지난해 팔린 234대 가운데 213대가 법인 명의였다. 전체의 91%가 넘는다. 람보르기니도 403대 가운데 343대(85%), 벤틀리도 775대 중 598대(77%), 포르쉐도 8963대 중 5844대(65%)가 법인 명의로 나타났다.

법인차의 경우 구입비와 보험료, 유류비 등을 모두 법인이 부담하고 세금 감면 혜택까지 받을 수 있다. 업무용 차량 경비는 연간 최대 800만원까지 인정 받을 수 있고, 운행 기록부를 작성하면 최대 1500만원까지 경비 처리가 가능하다.

다만 법인 자금으로 구입한 차량을 개인 용도로 이용할 경우 업무상 횡령, 배임 등 혐의를 받을 수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관련 규제가 허술해 법인차를 사적으로 유용해도 이를 막거나 처벌하기 어렵다.

정부는 법인차의 사적 운용을 막기 위해 오는 6월부터 '연두색'의 전용 번호판 도입을 공식화할 예정이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법인차의 번호판 색상을 일반차와 달리 구분해 탈세 등에 악용되지 않도록 사전에 방지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연두색' 전용 번호판 시행이 법인차의 사적 운용을 차단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낙인' 효과 등 사회적 윤리 차원에 기대는 규제에 불불해 법인차 구매 자체를 사전에 차단하는 실질적인 규제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선진국의 경우 법인차 등록과 관련해 높은 수준의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미국이나 영국의 경우 법인 차량을 업무 차량으로 보고 출퇴근 시 이용하는 경우 사적 사용으로 본다. 싱가포르의 경우 법인차 등록 자체가 어렵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연두색 번호판 규제는 실질적인 규제라고 보기 어렵다"며 "법인차를 사적으로 운용할 수 없도록 애초에 통로 자체를 제도적으로 차단해야 하는데, 연두색 번호판 규제는 사회적 책임에 크게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싱가포르와 영국 등 해외 선진국의 규제를 참고해 법인차 사적 구매에 대한 규제를 보다 촘촘하게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jung907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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