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 금융' 취지 퇴색…수익성만 쫓는 상호금융
[편집자주] 대표적인 풀뿌리 금융기관인 상호금융조합이 최근 주먹구구식 운영으로 눈총을 받고 있다. 고금리 특판을 팔았다가 해지를 읍소하거나 대출금리를 일방적으로 바꾸는 등 고객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 직원의 횡령과 부정대출도 끊이지 않고 있다. 복합 위기 속 흔들리는 상호금융조합의 위기와 서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살펴봤다.
대표적인 서민 풀뿌리 금융기관인 상호금융권의 지역 밀착이 갈수록 약화하고 있다. 몸집 불리기와 수익성만 쫓느라 문턱이 높은 금융기관을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지역 서민들을 위해 설립된 상호금융 취지를 잃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진다.
23일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농협, 수협, 신협, 산림조합 등 상호금융권의 지난해 6월 말 기준 비조합원 대출액은 186조5848억원으로 집계됐다. 2019년 말 125조466억원 대비 61조5382억원 급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조합원 대출액은 137조3645억원에서 153조496억원으로 15조6851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역전됐다. 이 기간 상호금융권 총대출에서 조합원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37.6%에서 31.8%로 축소됐지만, 비조합원 대출 비중은 34.2%에서 38.8%로 증가했다. 상호금융을 더 이상 조합원 중심 금융회사라고 할 수 없어진 셈이다.
특히 신협의 비조합원 대출 증가세가 가파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전국 신협의 비조합원 대출은 43조3016억원으로 규제 완화 전인 2020년 말 20조6384억원의 2배 이상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조합원대출은 58조2175억원에서 59조1454억원으로 9279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21년 개정 신용협동조합법(이하 신협법)이 시행되면서 비조합원 대출 규제가 완화됐기 때문이다. 개정 신협법에 따라 전국 226개 시·군·구로 세분화 돼있던 신협 영업구역은 10개 권역으로 확대됐고, 권역 내 대출에 대해서는 비조합원 대출 제한(전체 대출의 3분의 1 이하) 대상에서 제외됐다. 10개 권역은 △서울 △인천·경기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 △대전·세종·충남 △광주·전남 △충북 △전북 △강원 △제주다.
예컨대 과거에는 서울 강남구 주민이 종로구 신협에 대출을 신청하면 비조합원이기 때문에 종로구 신협의 비조합원 대출 제한 규제를 받았다. 종로구 신협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조합원 대출이 3분의1을 넘으면 대출을 받을 수 없었다. 하지만 신협법 개정 이후부터는 강남구 주민도 같은 서울 권역으로 묶여 종로구 신협이 대출을 내줄 때 비조합원 대출 제한 규제를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문제는 갈수록 상호금융의 지역 밀착이 약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조합원 대출보다 비조합원 대출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에서 보듯 상호금융이 '지역사회 풀뿌리 금융 활성화'라는 본질을 잃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밀접한 생활권을 기초로 한 협동조합의 정체성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일부 상호금융 조합들이 수익성에만 매몰돼 '조합원 보호'를 등한시하는 결과로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 2021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와 관련한 대출 대부분이 3기 신도시 인근 단위농협에서 이뤄지기도 했다. 일반인이 주택이나 땅 투자 목적으로 상호금융을 활용하면서 설립 취지인 농어민 조합원의 자금 융통을 돕는데 소홀할 수 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상호금융권에서 여러 사고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고 있는 건 오랜 기간 고착화돼있던 문제가 하나둘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라며 "올해는 복합 위기로 어느 때보다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상호금융권이 '조합원 보호'에도 만전을 기하는 등 상호금융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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