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디스플레이, 다시 한번 부상할까…OLED가 기회 만들려면?

문창석 기자 2023. 1. 23.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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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TV 등 OLED 쓰임새 무궁무진…시장 급격 확대
LCD 빼앗은 中, OLED 추격 본격화…"정부 차원 대책 필요"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 LG전자 부스 사전 투어에서 취재진들이 LG 시그니처 올레드 M 앞으로 지나고 있다. 2023.1.5/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한국 기업들은 전세계 OLED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는 등 주도권을 잡으며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다만 과거 한국은 액정표시장치(LCD)에서 중국에 밀려난 아픔이 있다. 이번에도 한국이 시장을 힘들게 열어젖히면 중국이 저가 물량공세를 통해 한국을 밀어내고 무혈입성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업계는 정부 차원에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23일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삼성디스플레이 등 한국 기업들은 과거 주요 사업이었던 LCD 패널 대신 OLED 패널 사업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OLED 패널이 가장 많이 쓰이는 산업은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용 OLED 패널은 전체 OLED 시장에서 약 75%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갤럭시·아이폰 등 주요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LCD 대신 OLED 패널을 채택하는 추세다.

스마트폰의 OLED 패널 침투율은 약 44%로 주요 IT기기 중 가장 높지만 중소형 스마트폰의 OLED 패널 채택이 늘어나고 폴더블폰 보급 등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면 시장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흥국증권 리서치센터는 지난해 말 기준 44%인 스마트폰의 OLED 패널 침투율이 2026년에는 55%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아직 디스플레이 산업 전반에서 OLED 패널 채택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현재 OLED 패널 침투율은 태블릿 4%, TV 3%, 노트북 2% 수준에 불과하다. 그만큼 이들 시장에서 OLED 패널이 확대될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애플은 2024년 이후 아이패드·맥북 등 IT 제품에 OLED 패널을 채택할 예정이라 향후 태블릿·노트북 산업에서도 OLED가 본격적으로 쓰일 것으로 보인다.

흥국증권은 태블릿의 OLED 침투율이 2022년 4%에서 2026년 20%로, 같은 기간 노트북 침투율은 2%에서 10%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TV 역시 약 7~8년인 교체 주기가 지날수록 OLED TV 시장이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전세계 OLED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점유율은 약 80%로 압도적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산업인 만큼 관련 매출도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DSCC에 따르면 전세계 OLED 패널 매출은 연평균 8% 성장해 2026년에는 630억달러(약 78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5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디스플레이 위크 2022' 전시회에서 중국의 BOE가 공개한 95인치 8K 화이트 OLED TV 패널(DSCC 제공).

관건은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는 것이다. LCD 산업에선 한때 한국이 세계 시장을 주도했지만 점차 중국에 밀리면서 경쟁력을 잃었다. 중국은 2013년 LCD 패널 시장점유율이 처음으로 10%를 넘어섰는데, 2018년에는 30.6%로 1위가 됐다. 한번 궤도에 오른 후에는 한국을 밀어내고 1위에 올라서기까지 5년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얘기다.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금과 법인세 혜택이 그 배경이다. 현재 LCD 업계 1위인 중국의 BOE가 지난 2010년부터 10년 동안 중국 정부로부터 받은 보조금은 2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는 BOE의 10년간 누적 순이익의 약 60%에 달한다. 2018년 BOE는 LCD 공장 건설 비용 7조8000억원 중 5000억원만 부담하고 나머지는 정부 지원 대출로 충당했다.

OLED 산업에서도 같은 전략을 쓸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중국이 한국의 LCD 산업을 잠식한 건 기술력이 높아서가 아니라 가성비가 뛰어나서다. 기술력이 높은 제품은 그만큼 가격이 올라가는데, 일반 소비자 입장에선 높은 기술력을 구별하기 어렵고 결국 적당한 품질의 저가 제품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바탕으로 한 저가 물량 공세를 시작했다. 그로 인해 판매가격이 손익분기점 이하로 하락해 한국 기업들이 공장 가동을 줄이면, 시장에서 LCD 공급을 더욱 높였고 가격 경쟁력을 잃은 한국 기업들은 점차 시장에서 밀려났다.

OLED시장에서 추격은 이미 시작됐다. 한국의 OLED 시장점유율은 2016년 98.1%에서 2021년 82.8%로 내려갔지만 같은 기간 중국은 1.1%에서 16.6%로 수직 상승했다. 시장조사업체 DSCC는 2025년에는 중국이 전세계 OLED 생산능력 중 47%를 차지해 한국(51%)과 대등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삼성디스플레이의 아이폰14 OLED 패널 공급 점유율을 기존 70%에서 30%로 축소하고, 그 대신 BOE에서 공급받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추세가 이어지면 BOE는 삼성을 제치고 애플의 최대 디스플레이 공급사가 될 수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기술 격차를 벌리려는 기업의 노력과 이를 가능하게 하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다행히 지난 18일 정부는 기존에는 반도체·배터리·바이오 등 3개 분야에 그쳤던 국가전략기술 범위를 디스플레이 산업까지 확장했다. 이에 따라 디스플레이 기업에 대한 세액공제율이 연구개발(대기업 40%, 중소기업 50%)·시설투자(대기업 15%, 중소기업 25%) 등 항목별로 더욱 높아졌다.

업계에선 이번 조치가 국내 디스플레이 기술 개발을 촉진시킬 것으로 보고 환영하고 있다. 이번 국가전략기술 선정을 계기로 디스플레이 산업에 대한 지원을 아낌없이 이어가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이충훈 유비리서치 대표는 "한국이 제품을 팔수록 손해일 때도 중국은 정부 지원금·보조금이 굉장히 많아 사업 유지가 가능하다"며 "세제 혜택에서 더 나아가 특별법 제정 등 정부 차원의 디스플레이 산업 지원과 관련한 특단의 조치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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