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 볼!] 야구 월드컵 정복 나서는 사무라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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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의 끝자락을 카타르월드컵이 화려하게 장식했다면, 2023년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스포츠 팬들을 찾아옵니다. ‘야구 월드컵’이라 부를 수 있는 WBC는 이번이 5번째 대회입니다.
2006년 초대 대회가 열린 후 3년 뒤인 2009년에 2회 대회가 열렸고, 이후 4년 간격으로 2013년 3회, 2017년 4회 대회가 개최됐습니다. 2021년에 5회 대회를 열려고 했지만, 코로나 여파로 올해로 밀리며 6년 만에 WBC가 펼쳐지게 됐습니다.
한국은 2021시즌 KT 위즈의 KBO리그 우승을 이끈 이강철 감독이 지휘봉을 잡습니다. 내야가 강점으로 꼽히죠.
메이저리그 포지션별 최고 수비수에게 수여되는 2루수 골드글러브를 2021년에 수상한 토미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과 지난 시즌 유격수 골드글러브 후보인 김하성(센디에이고 파드리스)이 이룰 ‘키스톤 콤비’가 큰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어머니가 한국 계인 에드먼은 부모나 조부모 중 한 명의 혈통에 따라 출전국을 결정할 수 있는 WBC 규정에 따라 한국 대표팀에 합류했습니다.
8년차 메이저리거 최지만(피츠버그 파이리츠)이 1루를 맡을 가능성이 큰데 소속팀이 허락할지가 관건입니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3루수 최정(SSG 랜더스)이 메이저리거들과 함께 내야를 지키고요. ‘안방마님’은 양의지(두산 베어스)겠죠.
지난해 KBO리그 타격 5관왕에 MVP를 수상한 이정후(키움 히어로즈)와 이번 WBC 대표팀의 캡틴 김현수(LG 트윈스)가 외야 두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보이고요. 나성범(KIA 타이거즈)과 박건우(NC 다이노스), 박해민(LG 트윈스)이 남은 한 자리를 놓고 주전 경쟁을 펼칠 전망입니다.
투수진은 역대 대표팀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박찬호와 함께 한국 역대 최고 투수로 꼽히는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이 부상으로 함께하지 못하고, 지난해 평균자책점·탈삼진 1위를 하며 골든글러브를 받은 현 KBO리그 최고 투수 안우진(키움 히어로즈)은 학교 폭력 전력 문제 때문에 제외됐죠.
1988년생 좌완 듀오인 김광현(SSG 랜더스)과 양현종(KIA 타이거즈)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국가 대항전에 동반 출격합니다. 한국으로선 2020시즌 전반기 9승, 평균자책점 1.55로 KBO리그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구창모(NC 다이너스)의 활약 여부가 매우 중요합니다.
이강철호는 오는 2월 14~27일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에서 WBC를 대비한 전지훈련을 벌입니다. B조에 속한 한국은 일본 도쿄돔에서 3월 9일 호주, 10일 일본, 12일 체코, 13일 중국과 본선 1라운드를 치르죠. 조 1·2위가 8강에 진출합니다.
서론이 길었네요. 오늘의 이야기 주제는 한국 대표팀이 아닙니다. 3월 10일 우리와 맞붙을 일본 대표팀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역대 최강 전력이라며 일본 팬들의 기대가 엄청난데 얼마나 대단한지 살펴보려고요.
WBC 1·2회 대회 우승팀인 일본은 이번 대회에서 14년 만의 우승 꿈에 부풀어 있습니다. 도미니카공화국이 제3회, 미국이 제4회 대회 정상에 오르는 동안 일본은 2연속 동메달에 그쳤죠.
이미 티켓은 동이 났습니다. 도쿄돔에서 열리는 본선 1라운드와 8강전 티켓이 모두 다 팔렸습니다. 재판매 사이트에선 200만원을 넘는 티켓도 나오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100만원이 넘는 티켓이 허다합니다.
제가 일본 야구팬이라도 구미가 당길 것 같습니다. 메이저리그를 평정한 일본 야구의 영웅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가 눈앞에서 뛰는 모습을 볼 수 있으니까요.
이번 대회의 투수 규정은 까다롭습니다. WBC 라운드별 투수의 한계 투구 수는 1라운드 최대 65개, 8강전 최대 80개, 준결승 이후는 최대 95개입니다.
공 30개 이상을 던지면 하루, 50개 이상을 투구하면 반드시 나흘을 쉬어야 하죠. 또한 이틀을 연투하면 하루 쉬어야 합니다. 그래서 선발 투수가 풍부할수록 당연히 유리하죠.
일본은 오타니 외에도 수많은 스타들이 이번 대표팀에 합류했습니다. 특히 ‘빅4′로 꼽히는 선발 투수진은 정말 화려한데요. 역대 최강으로 꼽히는 이번 ‘사무라이 재팬’의 주요 선발 투수를 살펴보겠습니다.
◇ 세계 정복 꿈꾸는 二刀流
♣ 오타니 쇼헤이
★ 1994년 7월 5일생 (만 28세)
★ LA 에인절스
★ 투타겸업(투수·지명타자, 우투좌타), 외야수
★ 주요 경력
2015 NPB 퍼시픽리그 다승왕
2015 NPB 퍼시픽리그 평균자책점 1위
2016 NPB 퍼시픽리그 MVP
2016 NPB 재팬시리즈 우승
2018 MLB 아메리칸리그 신인왕
2021 MLB 아메리칸리그 MVP
2021 MLB 아메리칸리그 외야수 실버슬러거
일본 스포츠 전문지 스포츠닛폰은 지난 18일 “오타니가 운명의 한·일전에 선발로 출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3월 10일 오후 7시에 도쿄돔에서 WBC 본선 1라운드 경기를 벌입니다.
한국 야구 팬이라면 오타니에게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2015년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12 대회의 아픈 추억 때문이죠. 오타니는 당시 한국과 개막전에서 선발로 나와 6이닝 동안 탈삼진 10개를 빼앗으며 5대0 승리에 앞장섰죠.
그는 준결승에도 선발 출격했습니다. 한국을 맞아 이번엔 7이닝을 무실점(1피안타)으로 틀어막았죠. 시속 160km의 강속구와 140km 중반대의 포크볼로 11개의 탈삼진을 기록했습니다. 한국 타자가 아무도 2루 베이스를 밟지 못할 만큼 완벽한 투구였죠.
그런데 고쿠보 히로키 일본 대표팀 감독은 8회에 투구수 85개에 불과한 오타니를 내렸고, 이는 한국이 ‘반전의 드라마’를 쓴 계기가 됐습니다. 8회까지 0-3으로 뒤지던 한국은 9회초 3연속 안타와 몸 맞는 공, 볼넷을 묶어 2―3까지 따라붙었죠.
이어진 무사 만루에서 등장한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당시 일본 소프트뱅크)가 네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마스이 히로토시를 두들겨 2타점 적시타를 쳤습니다. 한국은 4대3으로 승리했고, 이 승부는 한국 야구사에 길이 남을 명승부가 됐습니다.
김현수가 “오타니의 공을 보다가 다른 투수들의 공을 보니 너무 느렸다”고 할 만큼 오타니가 한국 야구에 준 임팩트는 강했습니다.
오타니는 2015년 이후 8년 만에 ‘사무라이 재팬’의 일원으로 나서게 됐습니다. 2017년 WBC엔 발목 부상으로 출전이 좌절됐죠. 그 이후 오타니는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투타겸업을 성공적으로 이뤄내며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로 발돋움했습니다. ‘이도류(二刀流)’로 아메리칸리그 MVP까지 거머쥐었죠.
“둘 중 하나도 제대로 하기 어렵다”며 투타겸업을 만류하던 수많은 목소리를 이겨내고 이뤄낸 값진 결과였습니다. 오타니는 2021시즌 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이닝·탈삼진·안타·타점·득점 등 투타 다섯 부문에서 모두 ‘100′을 넘겼습니다. 46홈런으로 아메리칸리그(AL) 3위에 올랐고, 도루 26개(AL 5위)로 20-20 클럽에도 가입하면서 호타준족의 면모도 뽐냈죠.
투수로는 9승 2패, 평균자책점 3.18로 리그 정상급 선발로 활약했습니다. 올스타전에선 AL 선발투수이자 1번 지명타자로 나섰고, 결국 2021시즌 AL MVP의 영광도 누리게 되죠.
그는 지난 시즌에도 메이저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두 자리 승수와 30홈런을 달성하며 ‘이도류’의 위엄을 뽐냈습니다. 선발 투수로 처음 10승을 달성한 것을 넘어 15승(9패)에 평균자책점 2.33이란 빼어난 성적을 올렸죠. 타석에선 34개의 아치를 그렸습니다. 정말로 만화 같은 성적입니다.
오타니는 당초 WBC에선 타자로 주로 활약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메이저리그 새 시즌을 준비하는 시간이라 WBC에서 선발 투수까지 소화하기란 쉽지 않을 테죠.
하지만 구리야마 히데키 일본 대표팀 감독은 “WBC에서 오타니의 투타겸업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오타니는 지난 6일 대표팀 기자회견에서 “우승만을 목표로 하고 있고, 우승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오타니는 과연 WBC에서도 ‘이도류’로 나설까요? 전 세계 야구 팬들이 오타니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 14년 전 감격을 다시 한번
♣ 다르빗슈 유
★ 1986년 8월 16일생 (만 36세)
★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 투수 (우투우타)
★ 주요 경력
2006 NPB 재팬시리즈 우승
2007 NPB 사와무라상
2007·2009 NPB 퍼시픽리그 MVP
2009·2010 NPB 퍼시픽리그 평균자책점 1위
2009 WBC 우승
2007·2010·2011 NPB 퍼시픽리그 탈삼진왕
2013 MLB 아메리칸리그 탈삼진왕
2020 MLB 내셔널리그 다승왕
이란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다르빗슈 유는 역대 아시아 투수 가장 높은 승리기여도를 기록한 슈퍼스타입니다.
WAR(Wins Above Replacement)를 한 번 따져볼까요? WAR은 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를 말하는데 일반적인 보통 선수, 즉 대체 수준의 선수와 비교해 해당 선수가 얼마나 팀 승리에 기여 한지를 나타내는 데이터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WAR로는 팬그래프가 추산하는 fWAR, 베이스볼레퍼런스가 구하는 bWAR이 있는데 다르빗슈는 메이저리그 통산 fWAR이 32.3승, bWAR이 30.3승으로 둘 다 아시아 투수 중 가장 높습니다. 참고로 박찬호의 통산 bWAR이 19.9, 류현진은 19.5입니다.
다르빗슈는 올스타에도 5회 선정해 아시아 투수 최다 기록을 갖고 있습니다.
그는 지난 시즌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16승8패(평균자책점 3.10)로 에이스 역할을 했습니다. 사실 200이닝 가까이 던진 36세 베테랑이 이번 WBC에 출전할 것이란 예상은 많지 않았습니다. 다르빗슈는 2012년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엔 국제 대회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런데 그는 지난해 12월 “구리야마 대표팀 감독의 요청을 받고 WBC에 출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2009 WBC 우승 주역이 14년 만에 대회에 나서게 된 거죠.
다르빗슈의 국가대표 경력은 크게 두 대회로 나뉩니다. 2008 베이징올림픽과 2009 WBC죠.
다르빗슈에게 2008 베이징올림픽은 그리 좋은 기억이 되질 못했습니다. NPB에서 지나치게 많이 던진 탓인지 컨디션이 좋지 못했던 그는 쿠바와의 첫 경기에서 4이닝 4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됩니다. 이후엔 중용 받지 못하며 평균자책점 5.14로 대회를 마무리하죠. 한국이 금메달을 딴 반면 일본은 동메달도 걸지 못하며 자국 팬들의 엄청난 비난을 받았습니다.
설욕을 다짐한 다르빗슈는 2009 WBC에선 주로 불펜 요원으로 활약하게 됩니다. 특히 한국과의 결승전에선 3-2로 앞선 9회말 세이브 상황에서 올라오죠. 하지만 자신이 자초한 투아웃 1·2루 위기에서 이범호에게 동점 적시타를 얻어맞고 맙니다.
일본은 10회초 스즈키 이치로의 2타점 적시타에 힘입어 5-3으로 앞섰고, 다르빗슈는 10회말 다시 마운드에 오릅니다. 선두 타자 강민호를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이후 최정과 이용규, 정근우를 모두 잡아내며 일본의 WBC 우승을 확정하죠.
어느덧 메이저리그에서 산전수전 겪은 베테랑이 된 다르빗슈는 14년 만에 출전한 국제 대회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요? 미국이나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의 빅리거들과의 맞대결에 벌써부터 관심이 쏠립니다.
◇ 現 일본프로야구 최고 투수
♣ 야마모토 요시노부
★ 1998년 8월 17일생 (만 24세)
★ 오릭스 버팔로즈
★ 투수 (우투우타)
★ 주요 경력
2019 WBSC 프리미어12 우승
2019·2021·2022 NPB 퍼시픽리그 평균자책점 1위
2020 도쿄올림픽 금메달
2020·2021·2022 NPB 퍼시픽리그 탈삼진왕
2021·2022 NPB 사와무라상
2021·2022 NPB 퍼시픽리그 MVP
2021·2022 NPB 퍼시픽리그 다승왕
2022 NPB 재팬시리즈 우승
야마모토 요시노부는 명실상부한 일본 프로야구 최고 투수입니다. 178cm, 80kg의 작은 체격에도 뛰어난 구위와 다양한 구질을 완벽하게 구사하죠.
최고 시속 160km에 육박하는 직구에 150km에 달하는 스플리터, 140km 후반의 커터, 120km 중반대의 커브로 상대를 요리합니다. 특히 스플리터는 NPB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습니다. 간간이 슬라이더까지 섞으니 타자 입장에선 막막할 수밖에 없습니다.
2021시즌 18승5패, 평균자책점 1.39, 206탈삼진으로 경이적인 한 시즌을 보냈던 그는 2022시즌에도 18승 5패, 평균자책점 1.68, 205탈삼진을 기록했습니다. 두 시즌 연속 투수 트리플크라운(다승·탈삼진·평균자책점 1위 석권)을 달성했죠.
투수치고는 작은 체격에서 강속구를 던지는 탓에 부상에 대한 불안함이 늘 도사리는 건 사실입니다. 아직 한 시즌에 200이닝을 소화한 적은 없습니다.
프로 초창기 시절 하위권 팀의 외로운 에이스였던 야마모토는 자신의 활약과 함께 팀 전력도 좋아지면서 재팬시리즈 정상을 넘보게 됩니다. 야마모토의 오릭스는 2021년 재팬시리즈에 올랐습니다. 1차전에서 6이닝 1실점으로 무난한 투구 내용을 보인 그는 2승3패로 뒤진 6차전에 선발로 나서 9이닝 1실점(11탈삼진)의 역투를 펼쳤습니다. 하지만 팀이 연장 끝에 1대2로 패하며 도쿄 야쿠르트 스왈로즈에게 우승을 내주고 말죠.
오릭스는 작년에 2년 연속 재팬시리즈에 진출했습니다. 야마모토는 1차전에서 4실점을 하고 5회에 조기 강판한 뒤 부상으로 더는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지만, 동료들의 분전으로 우승 반지를 끼게 됩니다. 오릭스는 야쿠르트를 4승3패로 꺾고 1년 전 패배를 설욕하며 26년 만에 재팬시리즈 패권을 차지합니다.
야마모토 하면 국내 팬들로선 2021년에 열린 도쿄올림픽이 기억날 겁니다.
도미니카공화국과 벌인 도쿄올림픽 개막전에서 탈삼진 9개를 기록하며 6이닝 무실점으로 잘 던진 야마모토는 한국과 맞붙은 준결승에 다시 선발로 나섰습니다. 가장 중요한 경기에 에이스를 내보낸 거죠. 저도 요코하마 현장에 있었는데요.
엄청난 구위로 NPB 무대를 평정하고 있던 야마모토였지만, 한·일전이란 중압감에 긴장했는지 그는 1회초에 이정후에게 2루타를 맞으며 1사 2·3루의 위기를 맞이합니다. 주무기인 스플리터 대신 구사한 커터 등의 제구가 잡히지 않으며 흔들리는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양의지와 김현수를 연속 삼진 처리하며 불을 끄죠. 일본은 3회와 5회 각각 1점을 뽑았습니다.
5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아낸 야마모토는 6회초 박해민의 2루타 이후 강백호에게 적시타를 허용하며 첫 실점을 합니다. 이후 이정후에게 안타를 맞았고, 1사 1·3루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오게 되죠. 김현수가 이어 등판한 이와자키 스그루에게 안타를 치며 경기는 2-2 동점이 됩니다. 결국 경기는 8회말 야마다 데쓰토가 3타점 2루타를 친 일본의 5대2 승리로 끝나죠.
일본이 결승에서 미국을 물리치면서 야마모토도 꿈에 그리던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일본의 사상 첫 야구 올림픽 금메달이었습니다.
2019 프리미어12, 2020 도쿄올림픽에서 연이어 우승을 경험한 야마모토는 이제 WBC 우승에 도전합니다. 그에겐 이번 대회가 메이저리그 선배인 다르빗슈와 오타니에게 많은 것을 배울 기회가 될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2026년 FA 자격을 얻는 그는 메이저리그가 눈여겨보는 대어니까요.
◇ 퍼펙트게임의 사나이
♣ 사사키 로키
★ 2001년 11월 3일생 (만 21세)
★ 지바 롯데 마린스
★ 투수 (우투우타)
★ 주요 경력
2022년 4월 10일 최연소 퍼펙트게임(20년 5개월 8일)
단일 경기 최다 탈삼진(19개)
연속타자 탈삼진 세계기록(13타자)
2022년 4월 17일 연속 범타 세계기록(52타자)
사사키 로키는 일본 야구의 미래로 통하는 선수입니다. 그의 고향은 이와테현 리쿠젠타카타시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가장 큰 피해를 당한 곳 중 하나입니다.
당시 열 살이었던 사사키는 야구를 알려주었던 아버지와 조부모를 쓰나미에 잃고 맙니다. 어머니와 인근 오후나토시로 이사를 가서 야구를 계속했죠.
사사키는 지진이 덮친 도호쿠 지역(아오모리·이와테·아키타·미야기·야마가타·후쿠시마현)을 연고로 한 프로야구 구단 도호쿠 라쿠텐 골든이글스의 에이스 다나카 마사히로의 역투에 도호쿠 지역민들이 큰 용기와 위로를 얻는 모습을 보고 자신도 사람들에게 많이 베풀 수 있도록 성공하고 싶다는 꿈을 가집니다.
사사키는 중학교 때부터 시속 140㎞가 넘는 공을 던지며 전국 야구 명문고들의 러브콜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중학교 친구들과 함께 동네 고등학교인 오후나토고에 진학했죠. 고교 3학년 때는 시속 163㎞의 공을 던져 오타니의 고교 기록(160㎞)을 넘어섰습니다.
2020년 드래프트 1순위로 지바 롯데 마린스 유니폼을 입은 그는 그해엔 1군 등판이 없었습니다. 아직 몸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며 이구치 다다히로 감독이 마운드에 올리지 않은 겁니다.
이구치 감독의 판단은 옳았고, 1년 동안 잘 준비한 사사키는 2021시즌 11경기에 나서 3승2패, 평균자책점 2.27로 합격점을 받습니다.
그리고 2022시즌, 사사키는 센세이션을 일으킵니다. 세 번째 등판이었던 오릭스 버팔로즈전에서 1회초 2사 요시다 마사타카를 삼진으로 잡으며 이닝을 끝낸 것을 시작으로 5회초 2사에 나온 니시무라 료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13타자 연속 삼진 기록을 세웠습니다.
이는 NPB 뿐만 아니라 메이저리그와 KBO리그를 통틀어 나온 신기록이었죠. 결국 그는 9회초 2021시즌 홈런왕 스기모토 유타로를 삼진으로 잡으면서 NPB 단일경기 최다 탈삼진 타이 기록(19개)를 세웁니다.
탈삼진 기록보다 더 위대한 것은 사사키가 이날 단 한 명도 1루를 밟지 못하게 하며 1994년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마키하라 히로미 이후 28년 만에 퍼펙트게임을 달성한 것이었습니다. 당시 나이가 20세 5개월 8일로 세계 최연소 퍼펙트게임 기록이기도 했습니다.
참고로 메이저리그에선 2012년 8월 16일 시애틀 매리너스의 펠릭스 에르난데스 이후 10년이 지나도록 퍼펙트게임이 나오지 않고 있죠. 한국에선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40년이 흘렀지만, 그 누구도 퍼펙트게임을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사사키는 다음 경기인 4월 17일 홋카이도 닛폰햄 파이터스와 벌인 경기에서도 8회까지 14탈삼진을 잡아내며 17이닝 연속 퍼펙트를 기록하는 괴력을 발휘했습니다. 1이닝만 더 막으면 사상 첫 2경기 연속 퍼펙트게임이 나올 뻔 했지만 롯데가 점수를 뽑지 못하며 사사키는 8회를 끝으로 마운드에서 내려왔습니다.
사사키는 이후엔 앞선 두 번의 경기처럼 미친듯한 임팩트를 보여주진 못했지만, 그래도 9승4패, 평균자책점 2.02로 시즌을 마쳤습니다. 이구치 감독의 관리 속에 규정이닝을 채우진 못한 그는 2023시즌에는 풀타임 선발로 나설 가능성이 큽니다. NPB 최고 투수 자리를 놓고 야마모토 요시노부와의 경쟁도 기대됩니다.
사사키는 일본뿐만 아니라 메이저리그에서도 한 손에 꼽힐 만한 강속구 투수입니다. 2022시즌엔 직구 평균 구속이 시속 158.3km를 찍으며 NPB 역대 평균 구속 1위를 달성했습니다. 정상급 일본 투수답게 시속 150km에 육박하는 포크볼도 일품입니다.
2023 WBC는 사사키란 존재를 세계에 알릴 무대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일본 야구 팬들은 그의 강속구에 세계적인 타자들이 꼼짝 못하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사무라이 재팬’은 강력한 선발진뿐만 아니라 타선도 화려합니다. 2020 도쿄올림픽 금메달의 주역이자 2022시즌 56홈런으로 NPB 단일 시즌 일본인 최다 홈런 기록을 세운 무라카미 무네타카(도쿄 야쿠르트 스왈로즈)가 주전 3루수로 나설 전망입니다.
외야수인 요시다 마사타카도 주목할 선수입니다. 오릭스 버팔로즈에서 뛰며 2022시즌 재팬시리즈 우승의 꿈을 이룬 그는 2020년과 2021시즌 퍼시픽리그 타격왕을 차지한 강타자입니다. 올 시즌 5년 9000만달러의 거액에 보스턴 레드삭스와 계약했습니다.
2019·2021시즌 NPB 센트럴리그 타격왕을 차지했던 스즈키 세이야(시카고 컵스)도 일본 대표팀이 자랑하는 외야수입니다. 지난 시즌 MLB 무대에 진출해 타율 0.262, 14홈런 46타점을 올렸습니다.
일본에도 한국의 토미 에드먼처럼 혈통으로 뽑힌 선수가 있습니다. 에드먼의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팀 동료인 라스 눗바는 아버지가 네덜란드 혈통이고, 어머니가 일본계입니다. 2022시즌 14개의 홈런과 함께 40타점을 올렸습니다.
일본 야구는 이번 WBC에서 과연 메이저리거들이 총출동하는 미국과 도미니카공화국, 푸에르토리코 등의 팀을 상대로 아시아의 자존심을 세울 수 있을까요? 일단은 ‘호화 군단’ 일본을 상대로 한국 야구가 매운 맛을 보여주면서 통쾌한 승리를 거두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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