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의 생존방식]③캐시카우 키우는 금호석화 '다음 행보는'
안정적 수익성 바탕 투자 기대감 커져
전통 굴뚝 산업인 화학업계가 변신 중이다. 탄소중립 등을 중시하는 움직임이 거세지자 친환경 신사업에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작년부터 이어진 기존 사업군의 부진으로 화학사에게 신사업은 선택 아닌 생존 문제가 됐다. 친환경 신사업을 외치는 화학사들의 변신 과정과 감내해야 할 고충을 살펴본다.[편집자]
금호석유화학은 투 트랙 전략을 구상 중이다. 신약, 수소, 태양광 등 새로운 사업 분야에 방점을 둔 경쟁사들과 달리 기존 석유화학 분야의 경쟁력도 높이는 동시에 친환경 소재 개발 분야로 신성장동력을 준비중이다.
이를 통해 금호석유화학은 부진한 업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기초 체력을 다졌다. 향후 미래 성장동력에도 적극적인 투자가 기대된다.
현재·미래에 6조원 투자
지난해 6월 금호석유화학은 창립 이래 최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향후 5년간 6조원 이상을 '현재'와 '미래'에 투자하겠단 목표다. 기존 주력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3조3000억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미래 신성장동력에 2조7000억원을 투자한다.
먼저 석유화학 기업의 ESG 경영에 동참하기 위해 ESG 선도사업 체계를 구축한다. 화학산업은 석유나 화합물로 화학제품을 만드는 대표적인 굴뚝 산업이다. 온실가스를 대량으로 배출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전 세계가 기후위기에 직면하자 석유화학 기업도 온실가스를 줄이고 친환경 원료를 사용하는 등 여러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도 이에 동참하기 위해 전담 부서를 통해 구체적 실행안을 수립 중이다. 회사의 주력 제품인 합성고무에 사용되는 친환경 원료(바이오 실리카)를 개발하는 등 친환경·바이오 소재의 연구개발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제품의 우수한 기능을 유지하면서 환경 친화적 요인을 갖춘 제품을 통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준비하는 차원이다.
기존 사업의 친환경화 뿐만 아니라 자체 친환경 사업도 눈독 들이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이 고려하고 있는 사업 분야는 전기·수소를 기반으로 하는 친환경 자동차 소재 사업이다. 특히 이차전지 소재로 활용되는 CNT(탄소나노튜브) 및 전기자동차 경량화 소재로 대표되는 EP(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등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보고 준비 중이다.
친환경 사업을 확대하면서도 핵심 사업의 성장도 놓치지 않겠다는 목표다. 대표적인 제품이 금호석유화학의 세계 1위 상품인 합성고무 NB라텍스다. 합성고무 NB라텍스는 의료용 라텍스 장갑 소재다. 전세계적으로 위생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금호석유화학의 효자상품이 됐다. 금호석유화학은 NB라텍스의 기술 및 생산능력에서 경쟁사와의 격차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은 작년 투자계획 발표 당시 "석유화학 시장 변화에 대한 예측과 그에 따른 선제적인 투자를 통해 심화하는 글로벌 업황의 불확실성을 극복하면서도, 좋은 일자리를 창출해 우리 사회와 동행하는 기업으로서의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현재에 조금더 충실한 이유
일각에선 금호석유화학의 투자계획이 경쟁사에 비해 소극적인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하지만 금호석유화학의 경영 히스토리를 감안하면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 나온다. 타이밍의 문제일수 있지만 현재로선 재무안정성을 흔들기보다 석유화학 기업으로서의 본질의 충실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 2015년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석유화학 부문을 계열분리한 회사다. 계열분리 전인 2009년, 금호아시아나그룹 경영위기 여파로 채권단 자율협약 진행이 결정되면서 부채상환과 재무안정성 강화에 온 힘을 쏟았다.
2010년 이후 실적 향상에 따라 재무구조 개선에 속도가 붙었고, 3년 만에 채권단 관리에서 벗어났다. 2013년부터는 시황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재무안정성을 유지하고 사업체질개선 전략을 지속하고 있다.
그 결과 금호석유화학의 부채비율은 하락세다. 2011년 200%가 넘었던 부채비율은 2018년 두 자릿수로 줄어, 작년 3분기 기준 41%까지 떨어졌다. 작년연말 기준으로도 50% 미만으로 추정된다.
앞날이 더 기대되는 까닭
금호석유화학은 향후 신사업을 위해 투자를 이어갈 수 있는 자금 확보도 돼 있다. 정경희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연말 기준 금호석유화학의 현금성 자산은 약 1조원으로 추정한다"며 "금리 인상과 거시 환경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성장을 위한 안정적인 토대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작년 업황 부진 대비 실적도 나쁘지 않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작년 4분기 금호석유화학 매출액은 1조8864억원, 영업이익은 2012억원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각각 13.1%, 51.6% 하락한 수준이지만 적자 전환이 예상되는 경쟁사에 비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 4분기 금호석유화학 실적은 국내 화학 4사 중 가장 높은 수익성을 기록할 전망"이라며 "연결 편입한 EPDM(기능성합성고무)이 원재료 가격 하락 및 신증설 제한으로 높은 스프레드를 유지하고 있고, 난방 수요 증가로 분기 평균 SMP(전력도매가격)가 전 분기 대비 30% 이상 상승해 기타부문 실적도 견조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적극적인 신사업 추진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정경희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재 금호석유화학은 신성장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며 "글로벌 M&A(인수합병) 시장도 자금력과 시장 상황 측면에서 금호석유화학에 유리한 환경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관측했다.
백유진 (by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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