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소리 럭셔리카 ‘불티’·중고차는 ‘꽁꽁’…불황 그늘 속 고개 드는 소비 양극화

이근홍 2023. 1. 23.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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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기면 나타나는 '소비 양극화'가 자동차 시장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고금리·고물가로 인한 경기 침체 공포가 확산하며 중고차 수요는 뚝 끊긴 반면 보통 3억 원 이상하는 초고가 럭셔리카는 역대 최고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다.

헤이딜러 관계자는 "최근 테슬라가 국내 신차 판매 가격을 10% 넘게 인하한 것과 더불어 중고차 시장의 전반적인 수요가 줄어든 영향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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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틀리, 지난해 755대 팔려…전년 比 53% 증가
이달 국내·수입 중고차 평균 시세는 1.52% 하락
지난 5일 서울 성동구 장안평중고차매매시장에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뉴시스

불황기면 나타나는 ‘소비 양극화’가 자동차 시장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고금리·고물가로 인한 경기 침체 공포가 확산하며 중고차 수요는 뚝 끊긴 반면 보통 3억 원 이상하는 초고가 럭셔리카는 역대 최고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벤틀리는 지난해 한국에서 775대가 판매돼 전년(506대) 대비 53%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전 세계 시장 판매 증가율이 4%인 점을 감안하면 특히 한국에서 불티나게 팔린 셈이다. 실제 한국은 일본(644대), 동남아시아(350대), 호주·뉴질랜드(262대) 등을 제치고 아시아·태평양 지역 1위 시장으로 올라섰다. 기본 가격이 약 3억2000만 원부터인 플라잉스퍼가 가장 많은 380대 팔렸고, 벤티이가(208대), 컨티넨탈 GT(187대)가 뒤를 이었다. 벤틀리모터스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괄인 니코 쿨만 대표는 "지난해 예기치 못한 글로벌 이슈들과 높은 불확실성이 있었지만 벤틀리는 아시아·태평양 시장에서 그 어느 때보다 놀라운 성장을 보였다"고 말했다.

럭셔리카의 대명사인 롤스로이스는 지난해 한국에서 234대 판매됐다. 2020년 171대, 2021년 225대에 이어 판매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 롤스로이스모터카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성장세에 힘입어 지난해 전 세계 50개국에서 총 6021대의 차량을 판매했다고 밝혔다. 토스텐 뮐러 오트보쉬 롤스로이스모터카 최고경영자(CEO)는 "롤스로이스 역사상 연간 글로벌 판매량이 6000대를 넘은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지난 2년 동안 괄목할 성장세를 보인 한국은 머지않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롤스로이스가 가장 많이 팔리는 국가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 밖에 람보르기니와 포르쉐도 글로벌 판매량이 전년 대비 각각 10%와 3% 늘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불황기가 오면 고가 제품 판매가 늘어나는 현상이 최근 자동차 시장에서 엿보이고 있다"며 "특히 국내에서는 초고가 차량 판매가 눈에 띄게 늘어 한국 시장에 대한 럭셔리 브랜드들의 인식도 크게 달라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인기 고공행진을 달리던 중고차는 최근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었다.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한 신차 출고 대기 기간이 길어지자 즉시 인도가 가능한 중고차로 수요가 몰렸지만 연이은 금리 인상에 직격탄을 맞은 모양새다.

자동차거래 플랫폼 엔카닷컴이 분석한 이달 중고차 시세에 따르면 국산차·수입차 주요 모델의 가격은 전월 대비 1.52% 떨어졌다. 가격이 더 비싼 수입차(1.73%)의 시세 하락 폭이 국산차(1.33%) 보다 컸다. 엔카닷컴 관계자는 "신차 출고 대기로 인해 시세 변동이 적었던 지난해 1월과 달리 올해는 전반적인 하락세를 보였다"며 "최근 경제 상황과 중고차 가격 정상화 등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헤이딜러는 전기차 중고 시세가 최근 3개월 새 급락했다고 밝혔다. 특히 테슬라 모델3 가격은 지난해 9월 5313만 원에서 12월 4243만 원으로 20.1%가 떨어졌다. 헤이딜러 관계자는 "최근 테슬라가 국내 신차 판매 가격을 10% 넘게 인하한 것과 더불어 중고차 시장의 전반적인 수요가 줄어든 영향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이근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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