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후불결제 서비스는 연체해도 신용점수 안 떨어진다?
업체들, '대안신용평가' 거쳐 신용도 낮은 프리랜서·주부 등에 신용 서비스
결제대금 연체해도 신용등급엔 영향 안 미쳐…"대책 필요"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이아미 인턴기자 = MZ 세대 사이에서 당장 돈이 없더라도 상품을 우선 구매한 뒤 일정 기간 후 대금을 갚는 '후불결제'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후불결제는 일종의 디지털 외상 거래로, '먼저 사고 나중에 결제한다'(Buy Now, Pay Later)는 뜻에서 BNPL로도 불린다. 미국, 호주 등 해외에선 이미 대중적인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금융위원회가 2021년부터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비바리퍼블리카(토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해 예외적으로 신용카드업 허가를 받지 않고도 후불결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했다. 혁신금융 지정은 한 차례 기간이 연장돼 2024년까지 특례가 인정된다.
이런 정보통신(IT) 기업은 학생·주부·사회초년생 등 금융거래 실적이 빈약해 신용카드를 발급받기 어려운 '신 파일러'(Thin Filer)를 주 타깃으로 후불결제를 운영하고 있다.
후불결제는 신용카드와 비슷해 보이지만 신용카드보다 이용금액 한도는 낮다. 네이버파이낸셜과 토스의 경우 월 30만원, 카카오페이는 15만원까지 후불결제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자가 발생하는 한도·리볼빙·현금서비스는 엄격히 제한된다.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세 기업 외에도 쿠팡과 일부 중소 쇼핑몰이 BNPL을 표방하며 후불결제 서비스를 속속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이용자는 "신용카드는 신용도를 조회한 뒤 돈을 빌려주지만, BNPL은 신용불량자든, 미성년자든, 아무나 이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말로 후불결제 서비스는 신용평가 절차를 거치지 않는 걸까? 또 후불결제를 이용한 뒤 대금을 연체했을 때 신용등급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대안신용평가 모델을 만들어 심사하는 절차를 거치기에 후불결제를 아무나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 현행 법체계에서 후불결제 서비스를 이용한 뒤 대금을 연체해도 신용등급에는 영향이 없다.
핀테크 기업들은 고객이 후불결제 이용을 신청하면 대안신용평가 심사를 한다.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후불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하지만 심사에 탈락하는 고객 비율이 그리 높지는 않다는 게 네이버파이낸셜의 설명이다. 일부 기업은 심사 결과에 따라 이용한도를 차등화하기도 한다.
대안신용평가에는 금융정보(기존 신용평가사로부터 받은 신용정보)는 물론 비(非)금융정보가 사용된다. '페이' 서비스 사용 내역과 구매행동 패턴 등이 비금융 정보에 해당한다. 이를 통해 지급 능력은 있지만 신용카드를 발급받지 못했던 신 파일러를 선별해 고객으로 유치한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신용평가사가 제공하는 신용정보, 결제·송금과 같은 카카오페이 이용자 행동 데이터(카카오페이 평점)를 기반으로 대안신용평가 시스템인 'K-CSS(Kakaopay-Credit Scoring System)'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이어 "기존에 금융회사가 가지고 있지 않은 플랫폼 이용 정보를 통해 사회 초년생 등 금융 이력 부족자들도 대안신용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파이낸셜도 프리랜서나 자영업자, 주부 같은 신 파일러는 금융 이력이 적을 뿐 신용도가 나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상환 능력은 충분하다고 보고, 후불결제 서비스를 통해 신용카드가 다 충족하지 못하는 수요까지 채워주려 하고 있다.
물론 이처럼 대안신용평가를 거쳐 검증된 고객이라고 하더라도 연체의 위험은 언제나 존재한다. 하지만 소비자가 후불결제 대금을 연체하더라도 신용점수가 떨어지진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위가 혁신금융서비스를 지정할 당시 신용평가와는 연동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걸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이용한도가 소액이기도 하고, 후불결제 서비스의 취지 자체가 금융 이력 부족자나 소외계층을 배려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들이 연체했다고 해서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치게 하지는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연체가 발생하면 당연히 (후불결제) 서비스는 즉시 중단되고, 기업 차원에서도 (빌려준 돈을 합법적으로 돌려받는 방법을 규정한) 채권추심법에 따라 추심 절차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법적으로 연체를 처리할 수 있는 뾰족한 규정이 없는 실정이기에 기업들은 이자 부과나 혜택 및 서비스 이용 제한 등의 불이익을 주는 것으로 대응하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후불결제 연체자에 대해 연 12%의 높은 연체이자율을 부과하고 있다. 연체채권은 사실상 회사 손실로 계산된다.
신용카드사는 수개월 이상의 장기연체 채권의 경우 매각 등의 조처를 할 수 있지만, 후불결제 업체의 경우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건 전화·문자·우편을 통한 서면 통지와 출금 시도 정도다. 카카오페이도 이런 방식으로 연체 대응을 하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또 장기연체 채권에 대해서는 외부 신용정보사로 채권을 위임해 추심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후불결제를 제공하는 기업 간 연체자 정보가 공유되지 않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후불결제는 카드사와 빅테크 간, 그리고 빅테크와 빅테크 간에도 연체자 정보 공유가 제도적으로 막혀 있다.
이는 업체 간에 연체 고객 정보가 공유돼 하나의 카드를 장기연체하면 연체하지 않은 다른 카드까지 사용할 수 없게 되는 신용카드와 대비된다. 후불결제는 장기연체를 하더라도 타사의 후불결제 서비스를 여전히 이용할 수 있다.
지난해 4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3월 말 기준 네이버페이의 후불결제 연체율은 1.26%로, 2021년 말 국내 카드사의 신용판매 연체율인 0.54%보다 약 2배 높았다.
다만 신용카드는 한도가 수천만원인 데 비해 후불결제의 한도는 최대 30만원임을 고려하면 1대 1 비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작년 10월에는 같은 정무위의 이용우 의원(민주당)이 후불결제가 이용자들의 연체 위험을 높일 수 있다며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회에는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일부 개정안이 계류돼 있지만 여기엔 연체 공유 등에 대한 명확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고 있다.
금융위는 후불결제 연체자 정보 공유가 되지 않는 이유를 묻는 연합뉴스의 질의에 "(연체자 정보도) 신용정보이기 때문에 정보가 오고 가기 위해는 고객 동의를 비롯한 적당한 조치가 전제되어야 한다"면서 "연체자 정보 공유를 못 하게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추후 검토를 거쳐 진행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의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되지 않은 쿠팡도 '나중결제'라는 이름의 후불결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쿠팡은 운영 방식이 조금 다르다.
직접 BNPL 사업자가 되어 판매자와 소비자를 중개하는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와 달리 쿠팡은 직매입한 물건에 한해 '외상' 개념으로 후불결제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업이 자체적으로 물건을 사들이고, 외상 판매로 인한 손해가 발생할 경우 손해를 모두 부담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쿠팡은 금융위의 규제를 받지는 않고 있다.
쿠팡 역시 자체적으로 후불결제를 이용할 수 있는 고객을 선별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쿠팡은 구체적인 기준은 밝히지 않고 있다. 고객마다 후불결제 한도 금액도 천차만별로 책정된다. 또 네이버파이낸셜과 카카오페이가 할부를 제공하지 않는 것과 달리, 쿠팡은 작년 9월까지는 최대 11개월 후불결제 할부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그러나 쿠팡도 장기 연체자에 대한 뾰족한 해결책은 없는 상태다.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와 유사하게 후불결제 채무가 금융 채무가 아니다 보니, 금융 관련 법령이나 신용정보 관련 법령을 적용할 수 없다. 외상으로 판매한 물건에 대해 채권 추심이나 양도를 민사로 진행할 수 있는 정도다.
카드업계도 후불결제 시장에 관심이 높다. 현대카드는 작년 7월 국내 카드사 최초로 한정판 마켓 '솔드아웃'에서 후불결제 서비스를 개시한 바 있다.
네이버파이낸셜과 카카오페이는 전자금융거래법상 선불업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후불결제를 서비스하기 위해선 금융위의 특례 지정이 필요했지만, 카드사는 별도의 절차 없이도 비회원 신용대출 상품을 취급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한도와 할부 설정도 비교적 자유롭다. 물론 카드사 간 연체정보 공유도 가능하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통화에서 "현재까지는 후불결제 한도도 크지 않은 상황이고 꼭 필요한 사람들만 사용하는 형태라 신용카드를 경쟁적으로 대체할 것이라 보진 않는다"면서 "후불결제가 기업 입장에서 수익성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고객의 편의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제공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meteor30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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