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증시는 왜 잘나갈까, 성장률 전망은 어두운데…
유럽 증시가 경기 침체 우려에도 연초 강한 랠리를 보이고 있다. 유럽 대표 기업 50개 종목으로 구성된 유로스톡스50 지수는 지난 18일 4174.34로 마감하며 올 들어 8.3% 상승했다. 같은 기간 미국 S&P 500, 중국 상하이종합, 일본 닛케이 지수가 각각 2.7%, 3.9%, 2.7% 상승한 것과 비교해도 상승 폭이 크다. 우리나라 코스피 지수도 원화 가치 상승 등에 힘입어 연초 비교적 높은 상승률(6.9%)을 기록 중이지만 유로스톡스의 상승률에는 미치지 못한다.
유로존은 여전히 9%대 인플레이션에 신음하고 있고, 우크라이나 사태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등 혼란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세계은행은 지난 10일(현지 시각) 유로존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1.9%) 대비 크게 낮춘 0%로 조정했다. 올해 성장이 정체될 것으로 본 것이다.
그런데도 유럽 증시가 상승세를 탄 원인 중 하나는 유럽 내 천연가스 가격의 급락에 따른 경기 회복 기대감이다. 예상보다 따뜻한 겨울 날씨, 양호한 재고 수준, 에너지 소비 감축 캠페인 등에 힘입어 수요가 줄면서 유럽 가스 가격 지표인 네덜란드 TTF 가스 선물 시장에서 천연가스 가격은 지난 18일 메가와트시(㎿h)당 61.7유로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8월 기록한 2022년 최고점(339.2유로)에 비하면 5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다. 지난해 초 우크라이나 사태(2월 24일)가 벌어지기 전 평균 가격(81.6유로)보다도 24% 넘게 낮다. 천연가스 가격이 하락하면 자연스레 물가 상승세가 어느 정도 잡히고, 금리 인상 가능성도 낮아진다. 가계·기업의 에너지 지출 부담이 줄면서 소비와 투자가 확대될 가능성도 커진다. 지난 17일 발표된 1월 유로존 경기전망지수는 16.7로 시장 전망치(-14.3)를 크게 뛰어넘었다. 경기전망지수는 0보다 높으면 경기 전망이 낙관적임을, 0보다 낮으면 비관적임을 뜻한다.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하고 리오프닝에 나선 중국의 경기 반등 전망도 유로존 증시에 힘을 보태고 있다. 2021년 유로존의 대중국 수출액은 2조28억달러(약 2473조원)에 달할 만큼 중국 의존도가 높다. 올해 중국이 리오프닝과 정부의 대규모 재정 정책으로 경기가 빠르게 회복할 경우, 유로존의 대중국 수출도 크게 늘어날 수 있다. 미국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며 유로화의 가치가 상대적 강세인 점도 글로벌 자금이 유럽 증시로 향하게 만든 요인이다. 독일계 투자은행 베렌버그의 울리히 어반 멀티에셋 전략·연구 책임자는 “중·장기적으로 시장 참여자들이 유로존의 인플레이션 수치보다는 성장 수치를 많이 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럽 증시 전망이 긍정적인 것은 분명하지만 리스크 요인도 적지 않다. 최근 2개월 연속(지난해 11~12월) 물가 상승률이 꺾이긴 했지만(10.6%→10.1%→9.2%) 여전히 9%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 최대 걸림돌이다. 천연가스 가격 급락에도 인플레이션이 큰 폭으로 떨어지지 않을 경우, ECB가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현재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유로존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지난해 4분기 46~47 수준으로 2021년 4분기 평균치(58)를 크게 밑도는 점도 유로존 경기가 아직 정상 궤도에 올라가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로존의 경기 모멘텀 개선은 분명하지만 경기 사이클의 V 자 반등을 확신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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