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 부동산]집주인인데, 전셋값 보면 무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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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가진 제가 무슨 걱정이냐고요? 맞아요.
집 없는 사람들 얼마나 많아요.
서울에 집을 살 때만 해도 이제 다 이룬 것 같았어요.
물론 세입자 입장에서는 집주인이 돈이 없다고 할까봐 걱정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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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값 추락에 감액 계약 급증…억 단위 뚝뚝
갱신해도 계약 해지 우려에 잠 못 이루는 '집주인'
집 가진 제가 무슨 걱정이냐고요? 맞아요. 집 없는 사람들 얼마나 많아요. 요즘에는 전세를 살아도 불안하고, 다달이 월세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죠.
그런데 어머니 요즘 저도 잠이 잘 안 와요. 몇 달 있으면 전세 만기잖아요. 그런데 전셋값이 뚝뚝 떨어져서 돈을 내줘야 하는 상황이에요. 머리가 아파요.
무섭게 떨어지는 전셋값…억 단위 감액 계약
서울에 집을 살 때만 해도 이제 다 이룬 것 같았어요. 전세를 끼고 사긴 했지만 어쨌든 내 집이잖아요. 직장이랑 멀어서 당장 살 집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았어요.
그때 친구들은 만나면 부동산 얘기뿐이었어요. 전세를 끼고 사라는 말도 친구들한테 들었고요. 집값은 앞으로 계속 오를 텐데 빨리 한 채 마련하지 않으면 큰일 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웬걸 집값이 이렇게 갑자기 뚝뚝 떨어질 줄 알았나요. 이것도 마음이 아픈데 전셋값은 또 왜 이렇게 떨어지는지. ▶관련 기사: '바닥없는' 전셋값 추락…언제까지 떨어질까(1월 12일)
요즘 기사 보셨죠? 전셋값도 억 단위로 뚝뚝 떨어져요. 부동산원이 얼마 전에 발표한 걸 보니 지난해 아파트 전셋값이 전국에서는 8.69%, 서울에서는 10.11% 하락했대요. 2003년 통계를 만들기 시작한 이래 최대 하락 폭이래요.
전세보증금을 낮춰줘야 하는데 그렇게 큰 돈 구하기가 쉽나요. 요즘 대출 이자도 너무 높잖아요. 결국 세입자한테 역월세를 주거나 전세대출 이자를 지원하기도 한대요.
강동구도 강남4구라고 하잖아요. 입지도 좋고 대단지 아파트라 그런지 집값 오르는 속도가 참 빠르더라고요.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샀다는 생각에 좋았어요. 그런데 떨어지는 것도 빠르더라고요.
몇 달 뒤면 전세 계약이 끝나잖아요. 그런데 이곳처럼 신축 대단지가 밀집한 곳들은 임대 매물이 많아요. 그래서 세입자 입김이 셀 수밖에 없대요. 요즘 전세보다 월세를 찾는다잖아요. 그래서 세입자 찾기가 어렵대요.
원래 살던 세입자랑 다시 계약을 하는 게 편하긴 할 것 같아요. 당연히 우리 세입자도 가격을 낮춰 달라고 하겠죠. 그래서 좀 찾아봤더니 지난달만 해도 1억 원 넘게 깎아서 갱신 계약을 한 게 수두룩했어요.
계약 해지 통보에 3개월 안에 보증금 내줘야
지금 돈 마련할 방법을 찾느라 머리가 아파요. 계약 갱신을 하든 새 세입자들 구하든 일단 돈이 필요하거든요.
갱신계약을 했는데 세입자가 갑자기 나간다고 할까봐 그것도 걱정이고요.
전셋값이 계속 떨어지고 있잖아요. 세입자 입장에서는 감액 계약을 하더라도 금세 '비싸게 계약했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충분히 그럴 수 있죠.
그런데 세입자가 통보만 하면 3개월 후에 보증금을 무조건 내줘야 한대요. 그 돈은 또 어떻게 준비하나요.
계약갱신청구권이라는 게 있잖아요. 지난 정권에서 도입한 건데 애초 전셋값 상승을 감안해 만든 제도에요.
세입자가 요구해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보증금을 5% 이내로 올리는 조건으로 전세 계약을 2년 더 연장하는 거예요. 전셋값이 쭉쭉 오를 때는 세입자들이 시세보다 싸게 계약하니 이후에 계약을 해지할 필요가 없었겠죠. 근데 이제는 아닌 거에요.
물론 세입자 입장에서는 집주인이 돈이 없다고 할까봐 걱정이겠죠. 제가 전세를 끼고 사기로 한 거니 책임을 져야죠. 돈은 어떻게든 마련해야 하는 것도 맞아요. ▶관련 기사: [집잇슈]"집주인이 돈 없대요" 발 묶인 전세 세입자(1월 10일)
정 안 되면 지금 사는 전세금 빼서 들어가라고요? 출퇴근 거리가 두 시간이 넘는데 저희가 당장 들어가기가 쉽지 않잖아요. 애 친구도 학교도 여기에 있으니 이사 가는 게 싫대요. 참 고민이에요.
맞아요. 집 없는 사람들한테는 배부른 소리일 수도 있어요. 누가 전세 끼고 집 사라고 강요한 것도 아니고요. 그런데 그땐 '패닉바잉'하던 시기였잖아요. 그렇게 안하면 집을 영영 못살 것 같았는데, 지금 생각하니 너무 서둘렀나 후회되네요.
나원식 (setisou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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