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특례보금자리론… "받을까요? 말까요?"
사회적 배려층은 우대금리 따라 유불리 달라
대출한도 관점에서는 시중은행보다 유리해
정부가 야심 차게 마련한 정책금융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이 설 연휴가 끝난 30일 드디어 출시됩니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미적용' '연소득 제한 없음'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워 출시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어요. 하지만 동시에 금리 장점이 없다는 이유로 벌써부터 흥행부진 우려도 나오고 있죠. 설왕설래 중인 특례보금자리론, 장단점 위주로 정리해 볼게요.
시중은행이 더 싼데 굳이…
일단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대출금리 관점에서는 특례보금자리론에 대한 기대를 키우긴 어려워 보여요. 이자 부담을 낮추기 위해 특례보금자리론을 선택하면, 이득은커녕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거든요. 특례보금자리론보다 시중은행들이 제공하는 금리가 더 저렴해졌기 때문이죠.
구체적으로 금리를 비교해 볼게요. 20일 기준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의 아파트담보대출 금리는 4.19~5.19%예요. 신규 대출 시 별도의 우대금리는 없어요. 차주 신용등급에 따라서 금리가 책정되긴 하는데 은행 입장에서는 어차피 담보를 잡고 있기 때문에 대출금리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아요. 그래서 케이뱅크 내부적으로 신용등급 3등급으로 평가한 차주의 대출 금리도 최저 금리보다 살짝 높은 4.22%랍니다.
이에 반해 특례보금자리론의 기본 금리는 만기 30년 기준 4.85%예요. 일단 기본 금리부터 시중은행보다 높은데, 여기에 주택가격이 6억 원을 초과하거나 연소득이 1억 원을 초과하면 0.1%포인트가 추가돼요. 물론 특례보금자리론에도 우대금리가 있지만, 연소득과 무관하게 받을 수 있는 우대금리는 0.1%포인트에 불과해요.
계산해보면 주택가격 6억 원·연소득 1억 원 이하 차주의 대출금리는 4.75%고, 나머지 차주는 4.85%가 적용돼요. 이는 케이뱅크 대비 각각 0.53%포인트, 0.63%포인트가 높아요. 2억 원 대출 시 특례보금자리론 연간 이자가 최대 138만 원이나 비싸다는 얘깁니다.
우대금리를 꼼꼼히 살펴보세요
사회적 배려층은 우대금리 조건에 따라 유불리가 달라요. 특례보금자리론은 주택가격 6억 원 이하 차주에게는 △저소득청년(연소득 6,000만 원 이하 0.1%포인트) △사회적 배려층(6,000만 원 이하 0.4%포인트) △신혼가구(7,000만 원 이하 0.2%포인트) △미분양주택(8,000만 원 이하 0.2%포인트) 우대금리를 제공하거든요. 아낌 e(전자약정 등기)는 소득에 상관없이 0.1%포인트 우대금리를 제공해요. 우대금리를 모두 합치면 1%포인트이지만 중복 적용 가능한 금리는 최대 0.9%포인트입니다.
그렇다면 특례보금자리론으로 이득을 보려면 현 시점에서 우대금리를 얼마나 받아야 할까요? 특례보금자리론 기본금리가 4.85%이고, 케이뱅크 대출금리가 4.22%니까 우대금리를 최소한 0.63%포인트보다 많이 받아야 이득입니다.
대출 한도로 보자면, 괜찮은데?
하지만 금리 관점이 아닌 대출 한도 관점에서 보자면 특례보금자리론이 더 유리할 수 있어요. 특례보금자리론은 최대 대출 한도가 5억 원에 달하고, DSR 규제가 아닌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적용받거든요. 예를 들어 기타대출 없이 연소득이 5,600만 원이 넘는 분이라면 최대 한도로 대출(연 4.75%·30년 만기·체증식 상환)이 가능해요. 같은 조건으로 시중은행에선 3억4,000만 원밖에 못 빌립니다. 올해 집을 마련해야 하는데 DSR 규제로 대출이 막힌 분들이라면 특례보금자리론으로 뚫을 수 있다는 얘기죠.
다만 일단 특례보금자리론으로 DSR 규제를 뚫고 나면 시중은행 대출로 갈아타긴 힘들다는 점은 아셔야 해요. 시중은행으로 넘어오려면 DSR 규제를 다시 받게 되는데 소득이 급격히 늘거나, 부채가 급격히 줄지 않는 이상 규제 비율(40%)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죠.
세 줄 요약
이제 특례보금자리론 특장점을 세 줄 요약해볼게요. ①대출금리 관점에서 특례보금자리론이 시중은행보다 불리할 수 있다. ②사회적 배려층은 우대금리 조건에 따라 유불리가 달라진다. ③DSR 규제 때문에 대출이 어려운 사람들은 특례보금자리론이 유리하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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