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 해부] 한때 ‘완구 1위’ 손오공, 주력제품 빠지고 경영권도 아슬아슬
성장 견인한 IP 제작사 ‘초이락’과 계약 종료
현 대표 지분도 6% 불과… 경영권 아슬아슬
완구 유통업계 선두를 달리던 손오공이 최근 5년 넘게 실적 하락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연말 최대주주까지 수십억원의 손해를 감수하며 지분을 넘기고 나왔다. 2000~2010년대 매출을 견인하던 지식재산권(IP) 제작사와도 완구 유통 계약이 끊겨 새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과제도 있다.
손오공은 1996년에 설립된 완구 유통사다. 2000년대 초 ‘탑블레이드’ 팽이가 히트를 치며 성장 기반을 닦았고, 터닝메카드와 헬로카봇 장난감이 연달아 성공하며 업계 1위로 성장했다. 창업주는 최신규 전 회장인데, 최 전 회장이 창업 20년 만인 2016년 미국 완구업체 마텔(Mattel)에 지분을 매각하면서 마텔이 손오공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마텔은 세계 최대 완구업체로 ‘바비인형’과 ‘토마스와 친구들’ 등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마텔은 아시아 시장 진출을 위한 한국 파트너사로 손오공을 선정했다.
◇ 세계 최대 완구사 마텔, 최대주주 자리 넘겨
마텔은 손오공 최대주주에 올라선 지 6년 만에 다시 경영권을 넘겼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손오공은 지난해 10월 7일 최대주주가 마텔에서 김종완 손오공 대표로 변경됐다. 마텔은 김 대표에게 보유 주식 262만7539주(9.77%) 가운데 156만5619주를 매각했다.
김 대표는 기존 주식을 포함해 168만5619주(6.27%)를 보유하게 됐다. 이후에도 마텔은 나머지 주식 가운데 52만4000주를 추가로 처분해 53만7920주(2%)만 남겼고, 김 대표는 지난달 주식을 주가로 매수해 현재 173만5619주(6.45%)를 보유 중이다.
손오공 주가는 6년 사이에 3분의 1 토막이 나면서 마텔은 수십억원의 손해를 봤다. 마텔이 최 전 회장으로부터 지분을 넘겨받을 당시 손오공 주가는 5316원이었으나 마텔은 김 대표에게 주당 1800원에 지분을 넘겼다. 매입에 140억원을 들였으나 상당 지분을 팔고 28억원을 회수했다.
마텔이 손해를 감수하면서 손오공을 떠난 이유는 실적 악화 때문으로 풀이된다. 2005년 코스닥에 상장한 손오공은 당시 매출액 467억원, 영업손실 99억원을 기록했는데, 이후 꾸준히 성장해 2015년에 매출액 1251억원, 영업이익 104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매출 1000억원, 영업이익 100억원을 돌파했다. 이듬해인 2016년에 마텔은 손오공의 지분을 사들여 최대주주로 올라섰으나 실적은 곧장 하락했다.
◇ 실적 악화로 업계 1위 자리 내준 손오공
2016년~2021년까지 매출액은 1293억원→1041억원→992억원→734억원→853억원→755억원으로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출렁였다. 2017년 119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한 뒤 이듬해 9억원으로 흑자전환했지만 또다시 적자로 돌아서 2019년과 2020년에 각각 21억원, 14억원의 손실을 냈다. 2021년엔 다시 12억원의 흑자를 봤지만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 0원을 기록한 뒤 2~3분기에는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손오공은 매출 1위 자리를 두고 엎치락뒤치락하던 영실업에 선두를 내줬다. 2016년까지만 해도 손오공은 최대 매출(1293억원)을 찍으며 승승장구 했고, 같은 시기 영실업 매출은 1030억원으로 손오공을 뒤따르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2017년 들어 손오공의 매출 성장세는 꺾이기 시작했고 영실업은 성장세를 이어가 2018년 193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21년 매출은 양사 모두 실적이 하락해 1000억원을 밑돌았지만 영실업이 948억원으로 손오공(755억원)을 여전히 앞서 있다.
◇ 성장 이끈 IP사와 계약 끊기고 경영권도 ‘아슬’
‘초이락컨텐츠팩토리’와의 계약 종료도 실적 하락을 지속하는 요인이 됐다. 초이락은 손오공 창업주 최신규 전 회장 일가의 회사다. 그동안 손오공의 성장을 견인해온 탑블레이드, 터닝메카드, 헬로카봇 등 완구제품들은 손오공이 자체 개발한 IP가 아니라 초이락의 IP다.
최 전 회장은 당초 애니메이션 제작은 초이락, 완구 유통은 손오공이 담당하도록 사업을 분리해 운영했는데, 최 전 회장이 2016년 경영에서 물러나고 2021년 8월부터는 초이락과의 완구 유통 계약도 종료되면서 손오공은 성장을 견인할 후속 IP를 찾아야 하는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결국 손오공은 지난해 상반기 적자를 기록했고 3분기에도 3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김 대표의 경영권도 아슬아슬하다. 손오공은 2021년 9월 50억원 규모로 8회차 전환사채(CB)를 발행했는데, 지난달 28만5034주에 대해 전환청구권이 행사됐다. 남은 전환 가능 주식 주는 209만261주이다. 전부 합치면 총 237만5292주가 새로 발행될 예정인데 이는 김 대표가 보유한 주식 수보다 63만9673주 많다. 특정인이 이번 회차 CB를 전부 보유한다면 김 대표의 지분을 넘어설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손오공은 신규 유통 채널을 성장동력 삼아 실적을 개선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손오공은 최근 아트토이 브랜드 ‘팝마트’와 계약을 맺고 피규어 자판기인 ‘로보샵’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손오공 관계자는 “팝마트는 디즈니, 산리오 등 글로벌 IP 캐릭터에 전속 계약 예술가의 디자인을 더한 작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며 “특별한 경험과 색다른 재미를 추구하는 1030세대에게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제시하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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