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위기’와 ‘세계 질서 대전환’ 그리고 ‘새로운 기회’ [놓치지 말아야할 한경비즈니스-4]
[스페셜 리포트 1]
한경비즈니스는 1년에 두 번 합본호를 냅니다. 설날과 추석 2주치를 한꺼번에 낸다는 말입니다. 기자들은 이때 약간은 숨을 돌릴 여유를 갖습니다. 물론 온라인 기사도 써야 하기 때문에 마냥 맘이 편할수 만은 없지만요. 이 정도로는 좀 아쉽다는 독자분들이 계셨습니다. 그래서 한경비즈니스 편집진은 올해 썼던 기사 가운데 ‘시간의 간섭’을 받지 않는 기사들을 추려봤습니다. 공부해두거나 읽어두면 상식이 되거나, 트렌드를 이해할 수 있는 12개의 기사입니다. 이를 한곳에 정리했습니다. 연휴 기간 영상에서 벗어나 활자의 세계로 눈을 돌린 독자분들께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편집자 주>
“최악의 상황은 아직 오지도 않았다(The worst is yet to come).”(IMF)
“금리 인상과 이에 따른 경기 침체가 이어질 것이다.”(브루킹스연구소)
“경기 침체는 완만하지만 회복세는 더딜 것.”(옥스퍼드 이코노믹스)
“항구적인 불안과 불안정이 이어지는 퍼마크라이시스 시대.”(이코노미스트)
주요 글로벌 연구 기관과 미디어가 밝힌 2023년 전망이다. 2023년처럼 전망이 쉬운 해도 없었다. 위기·침체·붕괴·전쟁·인플레이션·공포 등 좋지 않은 단어를 갖다 붙이면 모조리 그럴듯한 전망이 된다. 그래서 내놓는 각종 전망이 다 비슷하다. 약간의 온도차가 있기는 하지만….
그도 그럴 만하다. 2022년 발생한 변화는 진원지에서 벗어난 파동이 돼 지상으로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한번 한계를 뚫은 힘은 관성에 의해 한동안 그 세력을 잃지 않고 확장할수밖에 없다. 2022년 세계 질서를 뒤흔든 사건들의 위력은 2023년뿐만 아니라 한동안 지구촌을 흔들어 놓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글로벌 경제를 예상하지 못한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었다. 세계화의 종말은 빨라지고 있고 지구촌 곳곳에 지정학적 충돌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와 식량 위기는 지난 수십년 동안 볼 수 없었던 높은 인플레이션을 불러왔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은 이제 시작 단계다. 모두 경제에는 악재다. 더욱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것은 이 중 어느 하나 쉽게 해결될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약간의 뉘앙스 차이에서 더 현실적인 전망을 찾고 대응을 준비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글로벌 연구 기관들도 ‘위기’와 ‘두려움’만 말하지 않는다. 세계 경제의 질서가 대전환기를 맞은 이때 회복력을 확충하고 새로운 기회를 고민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3개의 연구 기관과 영국 이코노미스트의 2023년 전망을 정리했다.
1.브루킹스연구소
– 2023년에도 ‘인플레 전쟁’은 계속, Fed에 달린 세계 경제
브루킹스연구소는 2022년 12월 21일 세계 경제를 연구하는 전문가와 학자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2022년을 돌아보고 2023년을 전망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브루킹스연구소는 미국 중앙은행(Fed)과 실업률 그리고 암호화폐 시장 붕괴 여파에 주목했다.
우선 Fed. 브루킹스연구소는 새해에도 Fed가 금리를 계속 올릴 것이 확실하고 그 폭에 따라 경기 침체의 수준이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플레이션이 진정되면 금리 인상 속도가 완화되겠지만 물가가 잡히지 않으면 금리를 계속 올려 깊은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다.
2022년 12월 제롬 파월 Fed 의장의 브루킹스연구소 강연을 통해 재확인할 수 있다. 파월 의장은 강연을 통해 “인플레이션은 많은 이들에게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물가를 잡지 못하면 경제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인플레이션 2%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금리를 계속 올릴 것이란 얘기다. 이렇게만 얘기하면 시장이 불안해할 것 같은 것을 잘 아는 파월 의장은 한마디를 덧붙인다. “2023년 인플레이션이 상대적으로 낮아질 가능성이 있고 정책 효과의 시차를 고려해 곧 금리 인상 폭을 줄이는 시기를 결정할 것이다.” 잘못된 정책 대응으로 전 세계 인플레이션을 부추긴 핵심 책임자답게 적당히 빠져나갈 구멍을 마련한 발언이라는 평가다.
또 다른 함정은 미국의 고용 상황이 너무 좋다는 점이다. 2022년 11월 기준 미 노동부가 발표한 실업률은 3.7%다. 사실상 완전 고용 상태다. 완전 고용 상태에서는 금리 인상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노동 시장이 아직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현재의 완전 고용은 정규직 등 좋은 일자리가 아니라 임시직·투잡 등이 복합된 불안한 상태라는 얘기다. 결국 Fed가 계속 강력한 금리 인상 드라이브를 걸면 노동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어 줄타기를 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브루킹스연구소는 또 ‘암호화폐의 붕괴’에 주목했는데, 그 이유는 새로운 금융 시스템의 형성, 규제의 일반화와 관련이 있다. 지난 몇 년간 급속한 성장을 이뤘던 디지털 자산과 암호화폐 시장은 FTX 파산 사태 등으로 인해 ‘신뢰’가 무너지며 완전히 파열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2년 초부터 활발하게 논의 중이던 암호화폐 시장의 규제는 이를 계기로 더욱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브루킹스연구소는 2023년 암호화폐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질문은 ‘Fed가 자체 디지털 통화(CBDC)를 발행할 수 있을지’ 여부라고 말한다. 미국의 CBDC 발행이 실제로 미국과 글로벌 경제에 이득이 될 것인지 다시 한 번 잘 따져봐야 한다. 특히 달러 패권에 도전하기 위해 CBDC 발행을 고려 중인 중국의 반응은 미국을 포함한 각국의 CBDC 발행과 그 효과에 큰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브루킹스연구소는 미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다. 보수 성향의 헤리티지재단·미국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쌍벽을 이루는 진보 성향의 정책 연구 기관이다. 세계 경제와 대외 정책 등과 관련해 연구하고 정책을 연구하는 역할을 도맡는다. 1930년대 뉴딜 정책과 유엔 탄생, 마셜 플랜에서부터 G20까지 수많은 정책 아이디어들이 브루킹스연구소에서 탄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 사회에 가장 영향력이 큰 싱크탱크 중 하나로 손꼽힌다.
브루킹스연구소는 2022년을 Fed 역사상 가장 ‘비범한 행보’를 보인 해였다고 평가했다. 전쟁으로 인해 촉발된 인플레이션은 예기치 못할 정도로 세계 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에 Fed는 단 한 해 동안 금리를 0%에서 4%까지 끌어올렸다. 브루킹스연구소에 따르면 이는 “폴 볼커 전 Fed 의장 이후 그 어느때보다 빠른 금리 인상 속도”다. 볼커 전 의장은 1970~1980년대 Fed 의장을 맡아 ‘인플레이션 파이터’를 자처했던 인물이다. 급속도의 금리 인상으로 인해 미국의 주식 시장은 그 어느때보다 큰 타격을 입었다. 그뿐만 아니라 모기지 금리가 급등하며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주택 시장 또한 얼어붙는 등 그 여파가 컸다.
2.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 온화한 경기 침체, 그러나 ‘더딘 회복’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글로벌 경제 전망은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편이다. 2023년 글로벌 경제에 위기의 징후가 명확하다는 데 동의하고 있지만 ‘온화한 경기 침체(mild recession)’를 예측하고 있다. 얼마나 깊은 경기 침체가 될 것인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경기 침체 이후의 회복 속도’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기운 없는 회복세(a cheerless recovery)’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하고 있다. 경기 침체에서 회복되기까지 예상보다 더욱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경고다.
근거는 크게 세 가지다. 2022년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충격’은 2023년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희소식이다. 미국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 사이에서는 여전히 긴장감이 고조될 것이지만 이것이 ‘세계화의 종말’을 뜻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예측이다. 이미 공급망 병목 현상이 완화되고 있다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고 이는 가격 압력을 낮춰 줄 것이다. 하지만 ‘공급망 문제’가 완전히 해소될 때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 진영을 중심으로 세계가 완전히 분리되지는 않겠지만 기존의 공급망 체제가 깨지면서 ‘새로운 공급망의 재편’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실제로 독일 기업들은 최근 들어 원자재 공급과 관련한 중국의 의존도를 크게 줄이며 적극적으로 공급망 다각화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2023년 들어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맥락에서 2023년 인플레이션은 낮아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각국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상 정책을 선회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특히 유럽 내 국가들과 비교해 미국은 인플레이션이 떨어지는 속도가 더 늦을 수 있고 각국 중앙은행들은 한동안 경기 부양 정책보다 물가를 안정시키는 편에 설 가능성이 높다. 만약 2023년 금리 인하가 현실화된다면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예상보다 훨씬 더 ‘길고 깊은 경기 침체’ 때문일 것이다. 이미 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가 상당히 높은 상황에서 중앙은행들은 ‘물가 안정’과 ‘경기 부양’ 사이의 갈림길에 서게 될 것이다.
경기 침체 후 ‘글로벌 경제의 회복’은 더디고 실망스러울 것이다. 중국은 이미 거대한 인구를 바탕으로 한 ‘최종 소비자’의 역할에서 물러나고 있다. 급증하는 중국의 부채는 또 다른 골칫거리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세계의 공장’이자 ‘세계의 시장’ 역할을 도맡았던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떨어진다면 글로벌 경제의 회복 또한 더뎌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도 글로벌 경제 회복에 강력한 촉매 역할을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오랜 시간의 팬데믹을 거치며 막대한 재정적 지출을 감수했던 각국 정부들은 2023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높은 부채 비율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낼 가능성이 높다.
초저금리 시대의 종식은 바람직할 수 있다. 하지만 인류는 지난 15년 동안 제로 금리의 시대에서 살아왔다. 역사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장기간의 저금리 시대였다. 그 이후 맞이한 ‘급격한 금리 인상’은 필연적으로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 시장에 고통을 안겨줄 것이다. 2023년 다가오는 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는 더욱 커질 수 있다.
하지만 2023년이 비관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어려운 글로벌 경제 환경 속에서도 일부 신흥국들은 새로운 기회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선제적인 통화 정책을 펼치고 있는 라틴아메리카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라틴아메리카 6개 국가(멕시코·브라질·아르헨티나·칠레·콜롬비아·쿠바) 중 콜롬비아를 제외한 5개 국가가 2023년 하반기 미국보다 앞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전쟁으로 인해 위험이 깊어지고 있는 러시아 주변 국가들도 자세히 살펴볼 것을 권한다. 러시아의 우수한 두뇌와 풍부한 자본이 주변 나라들로 옮겨가면서 조지아·아르메니아·튀르키예와 같은 국가들에 ‘새로운 기회’의 문이 열릴 수 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영국 글로벌 경제 정책 연구 기관이다. 1981년 옥스퍼드대의 비즈니스 칼리지와 함께 옥스퍼드에서 출발했다. 현재는 전 세계 200여 개 국가 150여 개의 산업 분야를 분석하며 대표적인 글로벌 경제 관련 자문 및 연구 기관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3. 미국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 세계화의 위기, 지구촌 곳곳에서 진행 중인 ‘겨울 전쟁’
미국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위기에 처한 세계, 2022~2023 겨울 전쟁’이라는 보고서에서 현재와 미래의 위협 요소들을 자세하게 전망했다. 단, 이 보고서에서 말하는 ‘전쟁’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처럼 실제 물리적인 전쟁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CSIS는 “물리적인 전투를 피하는 것이 곧 ‘평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경제적·정치적으로 지금 이 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 국가적인 충돌 위험성이 높은 시기”라고 진단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현재의 글로벌 정치 경제 체제하에서 이 ‘겨울 전쟁’의 핵심에 자리한 두 국가는 당연하게도 러시아와 중국이다. 하지만 보고서에서는 북한의 위협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의 국가적 충돌 위험과 함께 유럽과 중동 지역 등 전 세계 곳곳에 국지적인 충돌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꼬집는다.
2022년 2월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미 미국과 유럽 내 국가들이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며 ‘러시아와 서구’의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다. 이 전쟁은 단순 군사적인 위협뿐만 아니라 ‘경제적’·‘정치적’인 전쟁의 양상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향후 글로벌 경제 질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2023년 경제를 더욱 암울하게 만드는 것은 이 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CSIS는 특히 “러시아는 서구의 강력한 경제 제재를 얕봤고 서구는 러시아가 이와 같은 압력에도 버틸 수 있는 능력을 무시했다”고 분석하며 전쟁이 한동안 교착 상태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이는 러시아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제에 매우 큰 위협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러시아는 전쟁으로 인해 심각한 인력 유출을 겪게 될 것이고 경제가 뿌리부터 약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에너지 전쟁’으로 이어진다. 유럽의 심각한 에너지 위기에도 향후 빠르게 에너지 공급망을 다각화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에너지를 무기화하기 위해 더욱 강력한 압박을 가할 것이다. 이와 함께 인도·중국 등 아시아 시장으로 판로를 넓혀 가고 있다. 기존의 에너지 공급망 체제가 완전히 새롭게 짜일 것이고 이는 에너지 공급망 외에도 새로운 국제 질서하에 ‘새로운 동맹’이 체결되는 변화의 시작이다.
중국과 미국 사이의 긴장과 대립은 현재 진행 중인 또 다른 ‘겨울 전쟁’이다. 그리고 이 전쟁은 2023년 한층 더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위대한 중국’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하고 있다. 무역에서부터 시작해 통화·기술 패권 전쟁으로 번지는 이 둘의 전쟁은 향후 ‘세계화의 종말’을 앞당기고 새로운 동맹국들 간의 국제 질서를 변화시키는 강력한 동인이 될 것이다.
CSIS는 “최근 몇 년 동안 진행돼 왔고 현재 진행 중인 이와 같은 전쟁으로 인한 겨울은 2023년 이후 10년 이상 지속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긴 겨울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경고다.
하지만 CSIS는 암울하기만 한 2023년 전망 가운데서도 ‘희망’을 놓지 않는다. 2023년은 위기 이후의 ‘회복력’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기가 될 것이다. 지구촌 곳곳의 지정학적 충돌로 인해 높아지는 군사적 긴장은 새로운 기술의 발전을 이끌어 내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에너지 위기가 심화되며 많은 유럽 국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로 인해 촉진되는 ‘에너지 전환’은 장기적으로 글로벌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주 기술과 통신 기술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장이 기대된다.
CSIS는 헤리티지재단과 함께 대표적인 미 보수 성향의 정책 연구 기관이다. 국제 안보·정치·경제·경영에 관한 정책을 초당적인 관점에서 시기적절하게 건의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특히 미 정부의 외교 안보 정책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국제적인 싱크탱크다.
4.이코노미스트 ‘2023 세계 대전망’
- 영구적 위기(permacrisis)의 시대, ‘새로운 가능성’의 시작
영국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2023 세계 대전망’을 한 단어로 요약하면 ‘퍼머크라이시스(permacrisis)’다. 아주 오랜 시간 지속되는 불안정과 불안을 뜻한다. 이코노미스트의 진단에 따르면 2023년 글로벌 경기 침체는 이미 피할 길이 없는 필연적인 미래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를 “국경은 불가침이어야 하고 핵무기는 사용되지 않아야 하며 인플레이션은 낮고 부유한 국가들의 불은 언제나 켜져 있어야 한다는 수십 년 동안 유지돼 온 가정들이 모두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한다.
러시아의 침략 전쟁 외에도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서구 질서의 기반이 되는 보편적 가치’들을 대놓고 거부하고 있다. 유럽의 폭염을 비롯해 기후 변화로 인한 결과가 그 어느때보다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지만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는 그동안의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위한 노력을 한순간에 수포로 만들었고 석탄 발전소는 다시 가동 중이다.
이러한 지정학적 충격과 에너지 충격 그리고 경제적 충격이 뒤얽힌 결과는 ‘암울하다’. 유럽의 경제는 이미 경기 침체의 언저리에 있고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러한 유럽의 취약성을 더욱 악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2023년 경기 침체로 인해 지정학적 갈등이 폭발할 수 있는 장소로 중국을 언급하고 있다. 오랫동안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해 온 중국은 2023년 힘든 한 해를 맞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경제는 지나치게 부동산에 의존하고 있고 그 부동산은 곪아 터질 위험에 처해 있다. 미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미국이 2022년 하반기 부과한 강경한 수출 규제 또한 중국 경제에는 악재다.
그 무엇보다 중국의 인구 감소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 중국 인구는 2023년 4월 중 14억3000명 선에서 인도에 추월 당할 가능성이 높다. 2023년은 중국이 정점에 달한 것인지를 뜻하는 ‘피크 차이나(Peak China)’를 두고 논의가 많을 것이고 성장이 둔화한 중국은 미국의 경제 규모를 영영 뛰어넘지 못할 수도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2023년 중국의 경제 위기가 악화하면 대만을 둘러싼 무력 시위가 매력적인 시선 전환거리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미국 경제는 유럽보다는 상황이 나을 것으로 보인다. 노동 시장이 여전히 강하고 대규모 에너지 생산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의 상대적인 경제적 강점은 나머지 나라들에 더 큰 문제를 안겨줄 수 있다. Fed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 인상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달러 강세가 지속된다면 이미 식량 위기로 고통을 겪고 있는 빈국들을 포함해 전 세계의 고통이 커질 것이다.
2023년은 그 어느때보다 위험하고 암울한 한 해가 될 이유가 많다. 하지만 모든 위기는 ‘새로운 가능성’을 낳는다는 것 또한 잊어서는 안 된다. 대대적인 변화는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겨져 온 것들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질 것이고 새로운 세계 질서가 쓰여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대표적인 예로 인도를 꼽았다. 2023년 중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국가가 될 인도는 중국에서 벗어나 공급망을 다각화하려는 외국인들의 관심이 증가하며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다. 이코노미스트 “2023년이 시작되면 전후 질서는 죽은 게 아니라 대대적인 변혁이 시작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영국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해마다 세계 각국의 정치·경제·비즈니스·금융·사회·문화의 변화를 예측하는 ‘세계 대전망’ 책을 발간하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전문가와 학자·정치인·최고경영자(CEO) 등이 참여해 폭넓은 분야를 망라하고 있는 대표적인 글로벌 전망서 중 하나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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