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판 임박" 계약했더니 수백가구 미계약…'깜깜이 분양'에 당했다
"미분양 정보 공개로 타격을 받는 곳은 조합, 시행사 등 사업 주체와 건설사입니다. 관련 규제가 풀려서 임의 분양을 허용하면 '가짜 마케팅'이 성행할 수 있습니다."
아파트 분양업계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부동산 전문가의 지적이다. 정부가 1·3 대책으로 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 4개 자치구를 제외하고 모두 규제지역을 해제하면서 무순위청약 제도의 허점을 노린 각종 편법 행위가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3일 국토교통부와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5일부터 규제지역에서 해제된 서울 시내 21개 자치구와 과천, 하남, 성남, 광명 등 수도권 인접 지역도 무순위청약 청약홈 접수 의무가 폐지됐다.
무순위청약은 1·2순위 청약 당첨자(예비당첨자 포함)를 모두 거쳐도 계약이 완료되지 않은 미분양 물량을 대상으로 청약통장 없이 분양받는 제도다.
그동안 규제지역에선 무순위청약의 부동산원 청약홈 접수를 의무화했다. 단지별 미계약 가구 수와 동·호수, 평면 등 세부 정보가 청약일 2~3일 전 청약홈에 공개됐다. 공공기관이 접수 주체여서 허위 정보를 기재할 수 없었다.
하지만 1·3 대책으로 대부분 비규제지역이 되면서 이 제도는 유명무실화됐다. 강남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조합, 시행사 등 사업 주체가 미분양 물량을 '임의 처분'할 수 있다.
사업 주체에 무순위청약 모집을 위임하면 '깜깜이 시장'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례로 계약률이 50% 밑돈 단지에서 상담원들이 "완판이 임박했다"는 허위 정보로 불완전 판매하더라도 수요자가 확인할 방법도, 마땅히 제재할 근거가 없다.
최근 대구에서 아파트 미계약분을 분양받은 한 직장인이 해당 견본주택을 찾아가 단지 모형도를 파손한 사건도 분양 대행사가 계약률 허위 정보를 제공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항의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미분양 '가짜 정보' 마케팅을 시장의 자정 기능에 맡기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이현철 아파트사이클연구소장은 "부동산 침체기엔 청약자들이 초기 계약률 정보에 매우 민감하다. 예상보다 낮으면 기존 계약자도 이탈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계약률을 비공개하거나 허위로 부풀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비규제지역 확대로 무순위청약 요건이 완화되면서 과거엔 청약 신청이 원천 금지됐던 '공급질서 교란자'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빈틈도 발생했다. 아파트 청약 당첨을 위해 위장전입, 임신진단서 위조로 가점을 부풀리거나 불법전매 등 각종 위법행위가 적발됐던 사람도 비규제지역에선 무순위청약이 가능한 것.
이들의 명단을 확보한 한국부동산원이 사업 주체에 정보를 공유할 수 없어서 나온 문제였다. 국토부도 이런 지적을 수용해 무순위청약으로 공급된 아파트 계약 전에 사업주체가 입주자 자격제한 여부를 한국부동산원에 확인토록 하는 '사전 검증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포레온) 단지부터 강화된 규정이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문제들은 비규제지역까지 무순위청약 접수를 부동산원에 맡기면 대부분 해결된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거래 시장이 매우 침체한 데다, 미분양 주택을 줄이기 위한 부양책과 상충하는 일종의 규제라는 점이 걸림돌이다.
비규제지역 무순위청약 제도와 관련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면 건설업 전반으로 위기가 확산할 수 있는 만큼 일부 부작용을 감내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불완전 판매를 줄이고 법 위반자 등 무자격자 당첨을 방지하는 보완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유엄식 기자 usy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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