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경제 역성장 엄습③]들썩이는 공공요금에 고용 한파…서민 고통 가중
기사내용 요약
물가 8개월째 5%대 상승…'고물가' 여전
한은 기준금리 3.50%…7개월 연속 인상
공공요금 인상에 물가, 당분간 5%대↑
전기요금 오르고 교통비 인상도 현실로
올해 취업자 증가 87.7%↓…고용 혹한기
정부 "이달 중 재정일자리 59만명 채용"
[세종=뉴시스] 박영주 기자 = 고물가·고금리 이중고에 놓인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개월 연속 5%대를 웃도는 가운데 공공요금 인상까지 예고됐다.
역대급 훈풍이 풀었던 고용시장도 세계 경제 침체와 맞물려 빙하기가 찾아올 것으로 전망된다. 물가와 금리는 오르는데 취업 문은 좁아지는 등 어려움이 더욱 가중되는 모양새다.
2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물가상승률은 5.1% 오르며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7.5%) 이후 24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4.7%) 시절보다도 오름폭이 벌어졌다.
월별로 비교해도 고물가 흐름은 지속되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0%를 기록하며 8개월 연속 5%대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7월 6.3%로 정점을 찍은 뒤 오름폭은 서서히 둔화되고 있지만, 한국은행(한은)의 물가 안정 목표인 2.0%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기만 하다.
장바구니 부담은 커진 가운데 정부가 물가를 잡기 위해 잇따라 금리를 인상하면서 서민들의 삶은 더 팍팍해졌다. 앞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3.25%에서 3.50%로 0.25%포인트(p) 올렸다. 사상 처음 7회 연속 금리 인상을 단행한 셈이다.
정부의 긴축 통화 정책에도 물가 상승률 둔화는 매우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은 105%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나타난 가운데 당분간 5% 내외의 고물가가 이어진다는 우울한 전망도 나온다. 특히 서민들의 삶과 직결된 공공요금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거라는 분석이다.
전기요금은 이미 지난 1일부터 ㎾h(킬로와트시)당 13.1원 올랐다. 이번 전기요금 인상률은 지난해 4분기 대비 9.5%로 1980년 이후 최대 인상 폭을 보였다. 월 307㎾h를 쓰는 4인 가구 기준 요금 부담은 4022원(부가세 전력기반기금 미포함) 늘어나게 되는 구조다. 2분기에는 가스요금 인상도 예고됐다.
대중교통 요금도 줄줄이 오를 전망이다. 서울시는 오는 4월부터 지하철과 시내버스, 마을버스 요금을 300원씩 올릴 계획이다. 서울시 택시 기본요금은 다음 달 1일 오전 4시부터 3800원에서 4800원으로 1000원 인상된다.
대구는 지난 16일부터 택시 기본요금을 3300원에서 4000원으로 올려 적용하고 있다. 울산 또한 택시 기본요금을 700원 올린 4000원으로 결정했다. 이러한 대중교통 인상 흐름은 다른 지자체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서울시는 이달부터 가정용을 비롯한 상하수도 요금도 올렸다. 인천·울산·대전·세종 등도 상하수도 요금 인상을 앞두고 있다. 기초자치단체에서는 쓰레기봉투 가격을 인상하는 곳도 있다.
단기적으로는 평소보다 일찍 찾아온 설 연휴도 물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농축수산물 가격과 외식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밀가루, 식용유 등 가공식품 가격이 오르고 이에 따른 2차 가공식품 물가도 뛰는 도미노 현상도 여전하다.
이에 대해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3일 "올해 공공요금이 주된 물가 상방 요인이 될 전망인 만큼 지방 공기업들이 최대한 자체적으로 흡수해 달라"며 "요금 인상이 불가피할 경우 인상 시기를 최대한 이연·분산해 국민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자체에 당부했다.
지난해 취업자 수가 22년 만에 최대 증가하며 호황기를 누렸던 고용시장에도 혹한기가 찾아왔다. 정부는 지난해 81만6000명 증가했던 취업자 수가 올해 10만명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작년보다 취업자 증가 폭이 87.7% 줄면서 '고용 빙하기'에 접어든다는 것이다. 심지어 한은(9만명)과 KDI(한국개발연구원·8만명)의 전망은 더 절망적이다.
실제 지난달 취업자는 1년 전보다 50만9000명 늘었지만, 증가 폭은 지난 5월 이후 7개월 연속 축소되는 등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증가한 일자리의 86%(44만명)는 60세 이상의 고령층이었으며 경제 허리층인 40대 취업자는 감소세가 이어졌다. 노동시장의 미래로 꼽히는 15~29세 청년층 취업자도 내림세를 보였다.
지난달 주당 근로 시간이 36시간 이상인 취업자는 0.7% 증가한 사이 36시간 미만 단기 취업자는 5.0% 늘었다. 특히 1~17시간 초단기 취업자가 6.5%나 증가했다. 고령층 중심의 재정 일자리가 늘고 초단기 근로자가 증가했다는 것은 고용의 질이 악화됐다는 의미다.
올해는 세계 경기 둔화에 따라 고용 시장이 침체기에 빠질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수출 전망이 어두워지면 제조업 분야 고용난이 심화될 수 있다. 전체 취업자의 16%를 차지하는 제조업 분야 일자리가 줄어들면 정부의 민간 일자리 창출 계획에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대기업들은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위험 요인을 최소화하고자 채용 규모를 줄일 수도 있다. 고금리 영향 등으로 청년 스타트업 시장도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정부는 최소한의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올해도 '재정 일자리'에 기댈 수밖에 없을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상대 기재부 2차관은 "일자리 사업 예산 14조9000억원의 70%를 상반기 집행할 예정"이라며 "직접 일자리 사업은 상반기 94만명 이상 채용을 목표로 이달 중 59만명 이상 조기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일자리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일자리 전담 반TF'를 중심으로 정부 일자리 사업이 조기·적기 집행되도록 면밀히 관리하고 필요시 추가 대책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맞춤형 취업 지원 등을 통해 구인난에 적극 대응하고, 일자리 장벽 제거, 고용안정만 확충 등 취약계층 지원 강화할 계획이다. 또 규제혁신·신산업 육성 등 양질의 민간 일자리 창출 기반을 확충하고 근로 시간과 임금 등 노동시장 구조개선에도 속도를 낼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gogogirl@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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