돛 달고 IT로 최적 경로 찾고… 해운·조선, 脫탄소에 속도

권오은 기자 2023. 1. 23.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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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해사기구(IMO)와 유럽연합(EU) 등이 해양 환경 규제를 강화하면서 해운·조선업계도 탈(脫)탄소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액화천연가스(LNG)를 대신할 차세대 친환경 연료가 자리 잡지 않은 상황에서 우선 선박 운항 방식이나 기술부터 바꾸고 있다.

23일 해운·조선업계에 따르면 IMO는 선박의 탄소배출량을 규제하는 현존선박에너지효율지수(EEXI)와 탄소집약도지수(CII)를 올해부터 도입했다. 탄소배출량이 많은 선박의 운항을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특히 EEXI와 CII 모두 탄소 감축률에 따라 규제 기준이 매년 강화되기 때문에 탄소배출량이 많은 노후 선박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질 전망이다.

풍력보조 추진장치인 로터세일이 설치된 건화물선. /노스파워 홈페이지 캡처

해운사들이 쉽게 선박의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방법은 저속 운항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연구 결과 컨테이너선을 기준으로 운항 속도를 17노트(시속 31㎞)에서 5% 감속하면 연료소모량이 평균 12% 줄어든다. 하지만 선박 운항 속도를 줄이면 수익성이 떨어질뿐더러, 10% 감속해도 IMO 규제를 충족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해운업계는 운항 최적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10여개 해운사와 선급협회, 해운기관 등이 꾸린 블루 비스비(Blue Visby) 컨소시엄은 ‘빠른 항해 후 대기(Sail Fast, then Wait)’ 문제를 해결해 탄소배출량을 15%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블루 비스비에 참여 중인 해운 IT(정보기술) 기업 나파(NAPA)는 빅데이터 기반의 알고리즘을 솔루션으로 제시하고 있다. 항만의 처리능력과 대기 선박수 등 정보를 통해 어떤 속도로 언제 도착하면 대기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을지 산출하는 것이 핵심이다.

미코 쿠오사 (Mikko Kuosa) 나파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핀란드무역대표부(Business Finland)와 주한핀란드대사관이 공동으로 개최한 해양 탈탄소화 솔루션 세미나에서 “저탄소 연료 개발만 마냥 기다릴 수 없다”며 “블루 비스비와 같은 최적화 방식 등을 모두 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HMM 역시 2030년 예상 온실가스 배출량(755만t)보다 21.5%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운항 최적화를 강화하고 있다. HMM이 운영 중인 선박종합상황실에는 스마트1척당 9000여개의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있다. HMM은 빅데이터를 축적해 운영효율을 개선해나가고 있다. 또 기상 정보 등을 토대로 가장 효율적인 항로를 제공하는 ‘베슬 인사이트(Vessel Insight)’도 활용 중이다.

이달 10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연료 저감 장치와 같은 기술·설비 적용 사례도 늘고 있다. 특히 드라이벌크선(건화물선)이나 탱커선(석유 등 액체화물 운반선)에 풍력보조 추진장치인 ‘로터세일(Rotor Sail)’을 설치하기도 한다. 로터 세일은 원기둥 형태의 구조물이다. 원기둥이 바람에 회전하면 압력 차에 따라 동력이 생기는 마그너스 효과를 활용해 선박의 보조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 현대판 돛으로 불린다.

로터세일 업체 노스파워(Norsepower)에 따르면 로터세일을 탑재한 선박은 탄소배출량이 5~8%가량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최초로 로터세일을 적용한 팬오션의 ‘시 저우산(SEA ZHOUSHAN)’호도 브라질~중국 노선을 운항하면서 탄소배출량을 8%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선업계도 미래 먹거리로 키우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로터세일 실험센터에 이어 오는 3월 실증센터를 착공할 계획이다. 로터세일 외에 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선박용 연료전지를 개발하고 있다. 우선 연료전지를 보조 동력장치로 활용하는 단계에서 적용률을 높여나갈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차세대 친환경 선박 연료 개발이 필수라는 게 해운·조선업계의 중론이다. 암모니아와 메탄올, 수소로 좁혀지는 추세다. 미국 에너지부도 ‘2023 탈탄소화 전략’에서 선박 대체연료 우선 순위에 암모니아, 메탄올, 수소, 바이오연료 등을 꼽았다. 다만 안정적인 공급 문제나 운항 효율 등의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무엇이 차세대 선박 연료가 될지 정해지지 않은 만큼 연료별 기술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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