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증권 웨이브]④ “印尼 인프라 시스템은 디지털 전환 중, 자본시장 앞으로 10년간 황금기”
펀드 책임자 유정호 상무· 케네스 리(Kenneth Li) 공동 인터뷰
“디지털 테크자본 대체기 접어든 지금이 해외 투자자에겐 기회”
“인도네시아는 전 국가의 사회 간접자본을 디지털 테크(기술) 자본으로 대체하는 과정에 있다. 앞으로 10년이 인도네시아 시장과 기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탈(VC)에게는 황금기가 될 것이다.”
KB금융그룹의 VC 자회사인 KB인베스트먼트는 지난 2020년 인도네시아 최대 국영통신그룹 텔콤(Telkom)의 계열 투자사인 MDI벤처스와 합작회사(조인트벤처)를 설립해 500억원 규모의 센타우리펀드를 결성해 운영 중이다. 이 펀드는 인도네시아 국영기업이 운영하는 VC와 국내 금융사가 공동운용사(Co-GP)를 설립한 첫 사례다.
센타우리펀드는 현지 인슈어테크 업체 코알라(Qoala), 싱가포르 최대 소셜커머스 플랫폼회사 위바이(WeBuy), 인도네시아 물류회사 팍셀(Paxel) 등에 성공적인 투자를 마쳤고 2번째 펀드 결성을 추진하고 있다. 조선비즈는 지난해 12월 8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현지 사무실에서 이 펀드 운용의 책임자인 유정호 KB인베스트먼트 글로벌투자그룹 그룹장(상무보)과 케네스 리(Kenneth Li) MDI 벤처스 이사를 만났다. 유 그룹장과 리 이사는 “인도네시아는 지금 사회 간접자본을 디지털 테크 자본으로 전환하는 시기”라며 “앞으로 10년 간이 인도네시아 시장에 투자하는 VC들에게 황금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지금 운용하고 있는 센타우리펀드의 규모와 내부수익률(IRR)은.
유정호 그룹장 : “펀드는 한화로 500억원 규모로 운영 중인데 거의 소진됐다. 내부수익률은 40%가량이다.”
인도네시아 최대 통신사와 KB금융이 협력하게 된 이유는.
케네스 리 이사 : “텔콤도 인도네시아에서 굉장히 큰 그룹이고 KB는 한국 최대의 금융회사다. 양사 모두 벤처캐피탈(VC)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도 같다. 좋은 협력 관계, 파트너십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센타우리펀드가 거의 소진됐다고 했는데 앞으로 계획은.
케네스 리 이사 : “제 2호 펀드 조성이 거의 마무리 단계다. 아직 공표되지 않았는데 곧 발표를 할 예정이다. 이번 펀드도 KB인베스트먼트와 공동 GP로 운영할 예정이다.”
KB인베스트먼트가 MDI벤처스와 협력할 때 어떤 역할을 하나.
유정호 그룹장 : “KB인베스트먼트는 오랫동안 축적된 경험이 있다. 기업에 투자하면서 쌓아온 경험이다. 이미 2010년에 컬리(마켓컬리 운영사) 등 신생 기업들에 초기 자금을 투자해 큰 성공을 거뒀다. 이 때문에 인도네시아에서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의 기업에 대해 펀드 자금을 투자할지를 결정할 때 실사 단계에서부터 MDI측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투자 받기를 원하는 기업이 제시하는 수치가 향후 어떻게 변할 지를 경험을 토대로 더 정확하게 예측하는 식이다. 투자를 결정해야 하는 기업의 현재 그로스 마진(Gross Margin‧매출 총이익률)이 40%이지만 산업의 단계나 타업체와의 경쟁현황 등을 봤을 때 앞으로 이 수치는 30%로 떨어질 것이고, 고정비는 어느 정도 수준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등 디테일한 부분의 예측이 가능하고 이런 분석을 MDI에 제공할 수 있다. 좀 더 효과적인 실사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현재 인도네시아의 투자 환경을 어떻게 평가하나.
유정호 그룹장: “지금까지는 초기 투자자들과 기업들의 준비기간이었다. 하지만 앞으로 10년은 본격적인 황금기가 될 것이다.”
앞으로 10년이 황금기라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유정호 그룹장: “인도네시아는 사회 간접자본(인프라)을 디지털 테크 자본으로 대체하고 있는 단계다. 예를 들어 한국은 은행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처음에 영업 지점을 열고 직원들을 고용한 후 이런 뱅킹 시스템이 어느 정도 완성된 후에 모바일 뱅킹 시스템이 구축됐다. 그러나 인도네시아는 이런 단계를 건너뛰고 바로 스마트폰으로 결제와 뱅킹이 이뤄지는 단계로 왔다. 이미 많은 거래를 스마트폰으로 결제하고 있다. 모바일 접근성이 극도로 발전하면서 기술을 이용해 인프라의 근본적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기에 고투 그룹(GoTo Gojek Tokopedia Tbk‧인도네시아 최대 디지털 그룹)과 같은 슈퍼 애플리케이션이 나왔다.”
VC 등 투자자들에게는 이런 전환이 기회라는 말인가.
유정호 그룹장: “그렇다. 이미 사회 간접자본을 디지털로 전환하려는 국가적 노력이 실험 단계를 마친 기업들이 많다. 이런 기업들을 찾아 투자하면 넥스트 자이언트가 탄생하고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 투자자들에게는 황금기가 될 것이라는 의미다.”
인도네시아 기업들이 빠르게 기술 기업으로 전환할 수 있었던 이유는.
유정호 그룹장 : “레거시(legacy)가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레거시라는 말은 과거부터 쌓여온 규제를 말한다. 인도네시아는 10년 이상 걸쳐서 쌓아야하는 사회 간접자본을 다 건너뛰고 디지털 마켓으로 접어들었다. 의료를 예로 들면 인구는 많은데 의사가 부족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병원에 가지 않고도 원격진료를 할 수 있도록 정부가 허용했다. 우리나라와 같이 기존 병원, 약국 등이 많이 있고 관련 규제가 엄격한 곳, 즉 과거의 레거시가 많은 나라는 하기 어려운 조치다. 결국 이런 환경이 굵직굵직한 사업 기회와 기업들의 급격한 성장을 이끈다. 또 벤처캐피탈 자본이 이런 환경에서 투자금을 필요로 하는 창업가들과 만날 때 큰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다. 혁신은 레거시가 없는 맨땅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사회 간접 자본과 캐피탈 마켓의 디지털화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주도하나.
케네스 리 이사 : “그렇다. MDI벤처스를 예로 들면 우리는 국영 석유기업인 퍼타미나와도 재생에너지 관련 펀드를 공동 운영하고 있다. 퍼타미나뿐 아니라 60여개에 달하는 공기업들과 하나의 네트워크를 만들어 MDI가 펀드를 운영하고 벤처 기업들에 투자를 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에너지나 바이오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어떤 방식으로 효과적인 투자가 이뤄질 수 있을지를, 그리고 어떻게 디지털화를 이룰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
유정호 그룹장 : “인도네시아 시장을 보면 한국의 90년대와 비슷하다는 느낌이다. 당시 많은 공기업이 민영화됐고 자본시장이 커졌다. 물론 IMF 위기를 겪었지만 그 이후 자본시장의 사이즈가 커졌고 외국인 투자자의 규모가 늘었다. 기업들의 거버넌스도 많이 바뀌었다. 인도네시아 시장도 그 언저리에 있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인도네시아의 최근 상황을 보면서 시장이 꿈틀거리며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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