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이후 부동산]④ 미분양 1위 대구 “앞으로가 더 걱정”... 가덕도 호재에도 웃지 못하는 부산

백윤미 기자 2023. 1. 2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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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공급과잉으로 고전했던 대구·경북 부동산 시장은 설 이후에도 비슷한 흐름을 보일 전망이다. 지난해 대구의 미분양이 1만1700가구에 달하면서 전국 최고 수준으로 증가하자 정부는 대구의 ‘강남’으로 불리는 수성구를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하는 등 규제를 완화했다.

지난달 대구 북구에 있는 한 아파트 전경. 2020년 8월 준공된 이 단지는 현재까지도 미분양 물량이 남아있다./최온정 기자

이 때문에 새해 수성구를 필두로 아파트 매매와 전세 가격이 일부 회복됐지만, 부동산 시장의 활력은 여전히 전국 최저 수준이다. 대구시에서 역세권 고밀개발 등 부동산 시장에 훈풍을 불어넣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올해 입주 물량이 많아 시장 흐름이 바뀌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모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부산·경남은 가덕도 신공항 조기 착공 추진과 서부 경남을 관통하는 남부내륙철도 착공, 가덕도 신공항과 부산·진해 신항을 연계한 스마트 물류 플랫폼 구축 등 부동산 시장에 장기적으로 호재가 될 만한 사안이 추진되고 있어 기대감을 모은다.

주택 시장의 경우 부산은 미분양이 대구보다 적고, 해운대구를 중심으로 일부 단지에서 신고가도 나왔다. 창원의 청약 시장은 최근까지 완판 행진을 이어가기도 했다. 하지만 울산에서 미분양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 등을 볼 때 회복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대구·경북, 새해 하락폭은 줄였는데… 미분양 많고 4.5만가구 공급까지 예정돼

2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새해 들어 대구 아파트 시장이 하락 폭을 줄이는 등 긍정적인 흐름은 일부 나타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월 대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첫째주 0.72%, 둘째주 0.63%에 이어 셋째주 0.61% 떨어졌다. 지난해 12월 넷째주(-0.87%)보다 작은 하락 폭이다. 특히 수성구는 지난해 12월 넷째주 1.45% 떨어지며 대구 아파트 가격 하락을 주도했지만, 1월 셋째주 들어 0.60% 하락하면서 하락률을 절반으로 줄였다.

전셋값 역시 지난해 12월 둘째주(-1.14%)부터 1월 셋째주(-0.74%)까지 5주 연속 낙폭을 줄이고 있다. 달서구의 하락 폭이 작아진 것이 전세시장 변화를 이끌었다.

하지만 여전히 미분양 상황과 청약 결과, 입주 물량 등을 보면 부동산 시장의 활력도는 떨어지는 상황이다. 지난달 말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11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대구의 미분양은 1만1700가구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전국 미분양 물량(5만8027가구)의 약 20%에 달하는 규모다.

또 지난 10일 대구 청약 시장의 포문을 연 동구 신천동 ‘힐스테이트 동대구 센트럴’은 1·2순위 청약 결과 478가구 모집에 단 28명만 신청하면서 경쟁률이 0.05 대 1에 머물렀다. 직방에 따르면 올해 대구의 입주 물량은 3만4638가구로 지난해(1만9626가구)보다 훨씬 많다. 내년에도 2만2234가구 입주가 예정돼있다.

경북은 대구와 인접해있는 지역적 특성으로 대구 시장과 큰 흐름을 함께한다. 다만 입주 물량과 미분양의 증가세가 대구와 마찬가지로 매우 강하다. 경북의 올해 입주 물량은 1만758가구로 지난해(913가구) 대비 크게 늘었다. 지난해 11월 미분양 아파트는 7667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379.8%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구는 437.4%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대구 역세권 고밀개발 추진… “단기간에 시장 회복 어려워”

대구·경북은 대구시를 필두로 부동산 개발 계획이 잇따르고 있다. 대구시는 지난 18일 ‘지구단위계획 통개발 마스터플랜’을 발표했다. 조성 후 50년이 지난 대구의 노후한 대규모 주택단지를 따로 개발하지 않고 전체를 대상으로 개발하는 방식이다. 역세권은 고밀개발이 가능하도록 추진한다.

또 경상북도와 경주시가 함께 추진한 신경주역세권 개발을 위한 부지조성사업이 11년 만에 마무리됐다. 신경주역세권 지역개발사업은 경주 건천읍 화천리 일원 면적 53만2449.8㎡, 16만평에 약 6300가구를 수용하고 상업·업무시설용지를 조성해 콤팩트 시티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공공청사, 초등학교, 공원 및 녹지 등 기반 시설도 조성될 예정이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개발 호재에도 대구·경북의 부동산 시장이 단기간에 회복세로 돌아서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미분양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대구·경북 지역은 기존 매물 시세에도 영향을 미쳐 미분양 아파트의 분양가 이상으로 가격이 상승하기가 어렵다”면서 “앞으로 분양하는 아파트도 상당 기간 미분양으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어, 설 이후에도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대구·경북의 경우 입주 물량에 따라 시장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던 시장인데 대구의 경우 올해 입주가 크게 증가하는 상황이라 설 이후에도 상승 반전하기 어렵다”고 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부산·경남보다 사정이 좋지 못한 대구·경북은 상반기 하락은 불가피하다”면서 “금리 인상이 3월 정도에 마무리된다면 하반기에 영남권 부동산이 지지 혹은 횡보할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다”고 했다.

부산 해운대구에 있는 초고층 아파트 단지 전경. /조선DB

◇그나마 나은 부산, 신고가에 청약 흥행하기도… 울산은 미분양 급증

부산·경남의 사정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지난해 입주 물량이 약 2만3468가구에 달했던 부산은 올해에도 2만1068가구의 많은 입주가 예정돼있다. 하지만 내년 1만2730가구로 줄어든다. 미분양 아파트도 11월 기준 2574가구에 불과해 1만 가구가 넘는 대구보다 양호하다. 같은 기간 경남의 미분양 역시 4076가구로 전달(4176가구) 물량이 소폭 해소된 모습이다.

특히 부산은 지난해 말부터 해운대구를 중심으로 일부 아파트들의 신고가가 이어지는 등 훈풍이 불기도 했다. 해운대구 우동 ‘해운대자이2차 1단지’로 전용 85㎡가 지난해 12월 10억8500만원에 거래돼 전국 신고가 상승액 1위를 기록했다. 한 달 만에 2억3500만원이나 상승한 가격이다. 지난해 11월에는 우동 ‘해운대두산위브더제니스’ 전용면적 159㎡가 32억5000만원으로 역대 최고가에 손바뀜했다. 직전 거래인 지난해 1월 25억5000만원보다 10억원 올랐다.

부산·경남은 시장이 침체한 지난해 말에도 청약에 흥행한 단지가 나왔던 지역이다. 부산 수영구 남천동에 공급된 ‘남천자이’가 대표적이다. 이 단지는 1순위 청약 57가구 모집에 3065명이 몰리면서 53.77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평균 경쟁률은 53.8 대 1을 기록했다. 다만 계약률은 50% 수준으로 기대보다 낮았다.

지역별로는 위험요인도 있다. 울산은 미분양 아파트 전국에서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울산의 미분양 아파트는 2999가구로 전달(1414가구)대비 112.1%의 증감률을 나타냈다.

◇”가덕도 신공항 조기 착공 시 지역 시장에 일부 영향”

가덕도 신공항 조기 착공 추진 등 지역 부동산 시장에 호재가 될 만한 대목도 있다. 국토교통부는 ‘부산·울산·경남 동반성장 지원을 위한 3대 추진전략 및 16개 과제’를 지난달 19일 제안해 추진할 계획을 밝혔다. 2030 세계박람회 부산 유치 및 개최를 위해 가덕도 신공항을 최대한 조기 건설할 예정이다. 서부 경남을 관통하는 남부내륙철도도 내년 착공하기로 했다.

또 가덕도 신공항과 부산·진해 신항을 연계해 국가 스마트 물류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스마트 물류 풀랫폼은 핵심 물류시설, 배후단지, 물류 기반 시설과 육해공 물류 연계 시스템을 아우르는 체계를 말한다. 이어 함양-울산 고속도로도 2026년 개통할 계획이다. 경남 서북부 함양에서 울산까지 동서를 연결하는 144.6㎞의 초장거리 고속도로로 개통 시 경남권 간선 기능이 크게 확충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합수 겸임교수는 “가덕도 신공항 조기건설 추진으로 심리적인 기대감은 커질 수 있지만 당장 시장에 가격으로 반영되기는 이르다”면서 “다만 착공 이후에는 부산 강서구나 김해 등 지역 시장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부산·경남 지역이 대구·경북보다는 나은 상황이지만 설 이후에도 전국적 침체 상황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윤지해 리서치팀장은 “부산이 대구보다 나은 건 맞지만, 인접한 대구·경북 시장의 침체 영향을 받아 수도권만큼의 매수세가 살아나기는 어렵다”면서 “수도권이 비규제지역으로 대다수 전환되면서 지방 혹은 지방 광역시가 반사 이익보다는 반사 피해를 보는 상황”이라고 했다.

함영진 랩장은 “그나마 부산이 신고가가 나오고 청약이 흥행하는 등의 현상이 나타났지만, 올해 입주가구가 2만 가구 이상으로 만만치 않다”면서 “지방 광역시 중에서 그나마 한 때 분위기가 좋았다는 의미이므로 설 이후 전망도 좋게 보고 있지는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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