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톡톡]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타려는데 집값 하락에 힘든 이를 위한 전략은

허지윤 기자 2023. 1. 2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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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적 2주택자, 기존 주택 처분 기한 3년으로
DSR규제·금리 부담에 대출 지렛대 활용 어려워
선매도·후매수 전략이 중요
“저성장기 부동산 수익률 둔화 고려해야”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직장인 A씨(42)는 생애 첫 집으로 마련한 아파트를 팔고 상급지로 갈아타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최근 고민에 빠졌다. 생각과 달리 현재 보유 중인 집이 팔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매수 당시 전용면적 60㎡가 4억원대였던 A씨의 아파트는 작년 8월 같은 단지 동일 면적대가 10억원에 거래됐다. 그러나 이후 이 아파트 동일 면적대는 거래가 끊긴 상황이다. A씨는 “거주 중인 아파트의 연식과 면적 등을 감안하면 지금이 갈아타기를 해야 할 시기인데, 하필 부동산 시장 전체가 얼어붙는 바람에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고 했다.

최근 정부가 일시적 다주택자의 주택 처분 기한을 연장하고, 부동산 시장 침체로 상급지와 하급지의 가격 차이가 줄어들면서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타려는 주택 보유자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보유 중인 주택이 팔리지 않거나, 대출 요건 강화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져 애를 태우는 사람들이 많다.

23일 주요 은행의 프라이빗뱅킹(PB) 전문가들은 올 상반기에는 무리하게 갈아타기를 시도하기보다는 시장을 관망하며 종자돈을 불리는 데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전세를 끼고 갭 투자에 나서기보다는 기존 집을 먼저 팔고 새집을 사는 ‘선(先) 매도 후(後) 매수’ 전략을 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모습. /뉴스1

정부는 최근 부동산 시장의 거래량이 많이 감소하자, 지난 12일 일시적 1가구 2주택자의 기존 주택 처분 기한을 종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했다. 이에 따라 세제 혜택을 포기해야 할 처지에 놓여 매물을 거뒀던 2주택자들이 다시 집을 내놓으면서 공급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현재 집값이 하락하고 있는 데다, 매물도 늘어난 만큼 상급지로 이동하려는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높다. 집값 상승기에 보유 주택을 처분해 현금을 쥐고 있다면 집값 하락기가 상급지 갈아타기를 할 좋은 기회지만, 매도 타이밍을 놓친 1주택자로선 거주지 이동이 쉽지 않다. 금융 업계에서도 높은 금리와 대출 규제, 부동산 시장의 거래 절벽 등으로 인해 1주택자들이 상급지로 갈아타는 게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인호 우리은행 연금사업부 차장(CFP)은 “부동산 침체기가 올해 하반기에서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대출금리가 높은 상태에서 바로 움직이기보다는 현재 보유 주택을 기반으로 어느 정도의 종자돈을 확보한 이후 갈아타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정 차장은 “부동산 관련 각종 규제가 풀리는 분위기를 감안해, 좋은 시기를 잘 포착하기 위해 관망하는 편이 합리적”이라고 의견을 냈다. 미래 시장의 변화를 예단할 수 없기 때문에 금리 인하와 추가 규제 완화 정책, 주택 수요 회복 조짐 등의 신호를 확인하고 행동하는 편이 더 안전하다는 의미다.

현재 서울 강남 3구와 용산을 제외한 부동산 규제지역은 대거 풀린 상황으로 집값의 70%까지 대출이 허용됐지만, 대출 여건은 팍팍한 상황이다. 백혜경 하나은행 VIP PB팀장은 “은행 주택담보대출의 최고금리는 연 8%를 넘어서는 등 이자 부담은 상대적으로 커졌다”면서 “집값도 여전히 비싼 상황이라 전액 현금으로 갈아타기를 할 수 있지 않은 이상 부담 요소가 많다”고 말했다.

특히 소득 수준별 대출 규제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의 영향이 크다. 현재 전체 금융사에서 빌린 돈이 1억원을 넘으면 연간 원리금 분할 상환액이 차주 연소득의 40%를 넘지 않도록 하는 규제(비은행 50%)가 시행되고 있다. 이 같은 DSR 규제에서 이미 대출이 있는 차주는 소득이 대폭 늘지 않는 한 추가로 거액을 빌려 새집을 마련하는 게 어렵다.

만약 대출 제한이 없어지면 이미 자산이 어느 정도 형성된 1주택자들의 갈아타기는 좀 더 수월해질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DSR 규제만은 풀지 않을 것이란 방침을 거듭 밝혀왔다. 개인 상환능력을 따져 대출 한도를 제한 전체 가계부채 급증과 부실 위험을 막으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1주택자가 갈아타기를 할 때는 먼저 기존 보유 아파트가 매수 수요가 많은 이른바 ‘똘똘한 한 채’인지 여부와 함께 매도 희망 가격이 시세보다 가격을 낮춰 내놓은 급매 수준인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이주를 희망하는 지역 내 1000세대 이상 대단지 아파트 매물 시세와 비교해 필요한 자금 규모를 확인하고 자금 조달이 가능한지도 파악해야 한다. 같은 지역 내 주택으로 갈아타는 게 타 지역 주택으로 갈아타는 것보다 좀 더 수월할 수 있다.

높은 대출 금리와 각종 세금을 감안해 갈아타기에 수반되는 비용 부담도 충분히 파악해야 한다. 갭 투자는 전세 보증금을 끼고 집을 사기 때문에 초기 투자금이 적지만, 전세 가격이 하락할 경우 반환 차액이 늘어나 낭패를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갭 투자를 고려할 때는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높은 집을 선택하는 것이 안전하다.

전문가들은 세대주의 생애 주기와 주택 갈아타기에 따른 실질 수익률도 주택 매입을 하기 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경환 KB국민은행 골든라이프센터 노원센터 센터장은 “지금은 저출산과 고령화, 저(低)성장기로 부동산 가격 상승률이 과거에 비해 크게 하락했다”며 “집에 붙는 각종 세금과 건보료 등도 늘고 있어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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