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역에 쇼핑몰... 수익 쏠쏠한 ‘지역 1번지’ 민자역사
코로나 이후 대비해 리뉴얼 및 문화공간 조성
지역 상권 변화 및 시설 노후화에 장기 임대 계약 조건이 발목 잡기도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유행 상황이 완화되면서 유통기업들이 다시 유동 인구가 많은 민자역사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민자역사는 철도공사가 경영개선 효과를 기대하여 도입한 것으로 민간 자본으로 지은 역사를 말한다. 허가 기간은 30년이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 계열사인 한화커넥트(구 한화역사)를 비롯해 신세계·롯데·AK·HDC아이파크몰 등 주요 유통 기업이 민자역사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역사와 청량리역사를 운영하고 있는 한화커넥트는 지난해 4월 서울역 4층 공간을 재단장(리뉴얼)한 데 이어 지난해 말 청량리역사의 3층 공간도 바꿨다. 기존 기차역에서 간단히 끼니를 해결하는 형식에서 벗어나, 맛집 등을 앞세운 식음료 공간을 마련했다. 서울역사에 호텔 레스토랑 브랜드인 ‘도원스타일’과 ‘서울리에by십이율’, 고급 한우 식당인 ‘한와담스테이션’ 등을 입점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민자역사는 유동고객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고, 지역 대표 대규모 유통 입지를 선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업체의 입점 임대료 등과 같은 안정적인 운영 수수료를 얻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민자역사 사업을 하고 있는 유통기업들은 대체로 코로나 유행 시기를 지나며 지난해 매출이 대체로 상승한 모양새다.
용산역 민자역사 운영권을 가진 HDC아이파크몰은 지난해 매출(아이파크몰 단독 기준) 430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했다. HDC 아이파크몰은 지주회사인 HDC가 87.09%, 철도공사가 9.90%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야외 풋살 경기장, 아이맥스 영화관과 더불어 11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며 복합 쇼핑 공간을 표방했다.
AK플라자 수원역사는 지난해 매출 503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매출 신장률이 10.5% 증가했다. AK S&D(에이케이애스엔디)가 수원애경역사의 지분 84.20%를 보유중이다. 상품기획자(MD)들을 통해 100여 곳의 장소를 재단장하고 AK갤러리 등 문화 콘텐츠를 만들며 지난해 지역 내 최고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HDC 아이파크몰이 있는 용산 건물의 경우 임차 기간이 2034년 9월, AK플라자가 운영권을 보유한 수원역사의 경우 임차 기간이 2033년 2월까지다.
유통 대기업인 롯데와 신세계도 민자역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의정부역 민자역사 사업에 뛰어든 데 이어 ‘대구 지역 1번지’를 내세우며 동대구역 역세권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타 기업들과 협력해 자금을 조달하는 컨소시엄 형식이 아니라 단독으로 동대구터미널 사업 운영권을 따냈다.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은 지난해 매출 1조4000억원을 넘으며 전년 대비 20% 넘게 성장했다.
롯데백화점은 대구역점과 영등포역점을 비롯해 한화커넥트와 임대차 계약을 맺고 청량리역과 서울역 내 일부 공간을 임대해 유통 및 식음료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와 같은 돌발 변수나 지역 및 건물 낙후로 인해 민자역사 사업권 운영 계약에 포함된 장기 임대 조건이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지난 2019년 롯데백화점은 신세계백화점 등과 경쟁해 영등포역 사업권을 따냈다. 한국자산관리공사 자산처분시스템 ‘온비드’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2019년 최저입찰가보다 약 35억원(16%) 높은 251억5002만원(연간)을 제시해 신세계를 따돌리고 입찰권을 얻는 데 성공했다. 이에따라 롯데는 2020년부터 2025년까지 5년간 역사 운영권을 갖게 됐다. 이후 5년을 추가 연장할 수 있으며. 2019년 개정된 ‘국유재산특례제한법’에 따라 최장 20년인 2040년까지 운영할 수 있다.
당시 영등포역은 강서 핵심 상권으로 꼽히며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의 매출도 연간 500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더현대서울이 있는 여의도 상권으로 강서 지역 핵심 상권이 이동하면서 영등포점 매출은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백화점 매출 상위 20위권 안에도 이름을 못 올렸다. 이에따라 롯데가 오는 2025년 계약기간 5년을 추가로 연장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로 인해 외부 관광객 및 여행객 수요에 기댔던 민자역사의 경우 매출 하락을 피하기 어려웠다”면서도 “내수 고객을 잡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고, 주변 상권을 형성한 민자역사의 매출은 올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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