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엄지의 주식살롱] '보호예수' 해제되면 주가가 하락한다는데?

손엄지 기자 2023. 1. 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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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예수, 소액투자자 보호하기 위한 장치…지분 일정 기간 매각하지 못하게 묶어둬
LG에너지솔루션, 국내 기관투자자 72% 이상이 6개월 보호예수 약속
ⓒ News1 DB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지킬 보(保) 보호할 호(護) 맡길 예(預) 받을 수(受) 보호예수란 한국예탁결제원이나 증권회사, 금융권이 고객의 유가증권, 중요 문서 등을 고객 명의로 보관하는 업무를 의미합니다. 주식시장에선 투자자 소유의 유가증권을 유통시키지않고 안전하게 별도로 분리 보관해주는 제도를 뜻하는 말로도 사용됩니다. 보호예수가 해제되는 날엔 주식이 쏟아질 수 있어서 투자자들은 주의해야 합니다. 한국예탁결제원이 매달 보호예수가 해제되는 주식 물량을 보도자료로 내는 이유도 투자자에게 중요한 정보이기 때문이겠죠. 오늘은 보호예수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보호예수는 소액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로 만들어졌습니다. 대주주의 지분 등을 일정 기간 매각하지 못하게 묶어둬 주가가 하락하는 것을 예방하는 거죠. 신규 상장 종목이 상장 첫날 2~3배 오르는 것도 대주주, 기관투자자 등의 지분이 묶여 유통물량이 적기 때문입니다. 이때 대주주가 보유하고 있는 물량을 왕창 팔아버린다면 주가에 찬물을 끼얹게 되는 거겠죠?

지난해 실제로 주가에 찬물을 끼얹은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상장 후 스톡옵션을 행사하면 보호예수가 걸리지 않는다는 법의 허점을 이용해 카카오페이 임원진들이 스톡옵션 행사 후 대거 주식을 팔아치운 것입니다. 9만원에 상장한 카카오페이는 한때 24만원까지 치솟았지만, 임원진의 대거 주식 매도로 14일 17만원대로 주저앉았습니다. 현재 주가는 6만6100원까지 내려왔죠. 이후 금융당국에서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상장 후 스톡옵션 행사 시 6개월 이상의 보호예수를 걸어야 한다는 제도를 만들었습니다.

보호예수는 통상 기업공개(IPO)를 할 때 많이 보게 되는 단어입니다. IPO는 기관투자자 수요예측→공모가 확정→일반투자자 청약 순으로 진행되는데,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단계에서 경쟁률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기관들의 보호예수 기간입니다. 보호예수를 길게 약속한 기관투자자가 많을 수록 해당 기업의 가치를 높게 보고 있다는 의미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들어 기관투자자는 "우리한테 1만주를 주면 보호예수 6개월을 걸게"라는 식으로 경쟁을 벌이거든요. 경쟁률이 높은 기업일 수록 기관투자자들은 최대한 긴 기간의 보호예수를 약속하고 물량을 최대한 많이 받으려고 합니다. 해당 IPO를 주관하는 주관사는 주가 안정성을 위해 긴 보호예수를 약속한 기관투자자에게 많은 물량을 배정하려고 하겠죠.

LG에너지솔루션 공시

실제 LG에너지솔루션의 수요예측 자료를 보면 경쟁률은 2023.37대1로 유가증권 사상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고, 그래서 보호예수를 건 기관도 많았습니다. 전체 투자자의 42.6%가 6개월 보호예수를 약속했고, 국내 기관으로 한정하면 72% 이상이 6개월 보호예수를 걸었습니다. (외국 기관투자자는 관례적(?)으로 보호예수 없이 투자하려는 경우가 많고, 주관사인 국내 증권사와 상장하려는 기업은 해외 영업 등의 측면에서 일정부분 물량 외국계 기관투자자에게 줄 수밖에 없다고 하네요.)

그리고 상장 후 1년의 보호예수가 걸려있던 우리사주 조합의 물량이 오는 30일 해제될 예정입니다. 우리사주는 회사가 상장 당시 함께 고생한 직원들의 몫으로 배분한 주식입니다. 직원들은 공모가에 주식을 살 수 있었고, 이게 1년간 보호예수가 걸려있었거든요. 상장 물량의 3.48% 수준이라 보호예수가 해제되는 날 주가가 출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장이 좋을 땐 이정도의 물량도 시장이 충분히 소화하지만, 지금처럼 장이 좋지 않고 LG에너지솔루션의 시가총액을 생각했을 때 변동성은 클 것으로 보입니다.

대주주, 기관투자자, 우리사주 조합뿐만 아니라 해당 기업에 상장 전부터 투자한 재무적투자자(FI)들의 물량도 보호예수가 걸려있을 수 있습니다. 회사의 지분 공시를 볼 때 '00투자조합'이라는 단어가 있다면 상장 후 털고 나갈 물량이라고 보면 됩니다. FI의 지분에 대해서는 보호예수 의무가 없습니다. 다만, FI가 6개월, 1년간 보호예수를 걸겠다고 하면 시장에 좋은 시그널이 될 수 있습니다. 기업은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겠죠. 궁극적으로 FI가 더 높은 밸류에이션에서 주식을 매도하기 위해서는 보호예수를 걸어놓는 게 방법이 되겠죠. FI가 보호예수를 걸었다는 건 투자자에게도 좋은 뉴스입니다.

또는 기업 간 인수합병(M&A)을 통해 대주주가 바뀔 때도 보호예수가 적용됩니다. 새로 들어온 대주주들은 분명 '회사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라는 목적을 가지고 들어왔겠죠. 새로운 대주주에 대한 기대로 주가가 크게 오른 상태에서 대주주가 주식을 팔아버리면 안 되죠. 이를 악용할 수도 있고요. 그래서 바뀐 대주주는 최소 1년은 주식을 팔지 않겠다고 약속을 해야 합니다. 그들은 이제 최소 1년 동안은 주가가 빠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죠.

그러면 '보호예수가 끝난 6개월, 1년 뒤에는 주가가 하락해도 상관없다는 뜻인가?'라는 의문이 있을 수 있겠죠. 자본시장에서는 이때쯤엔 해당 기업의 주가는 회사의 가치를 적절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가는 잠시 변동성이 있을 수 있지만 결국엔 본래 가치 수준으로 회귀한다는 믿음이 있거든요. 그래도 우리는 예측할 수 있는 단기 변동성은 피해야겠죠? 내가 투자한 기업에 잠재적 매도물량은 없는지, 있다면 언제쯤 쏟아져나올 수 있을지는 꼭 챙겨야 하는 이슈입니다.

e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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