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차주 관리' 빨간등 켜져…금융당국 고심 깊어진다
조달금리 및 연체율 상승으로 대출 중단 등
금융당국, 긴급소액대출 상품 3월 중 출시 예정
이복현 금감원장 등 제2금융권 대출 재개 압박 나섰지만 업계는 '난색'
금융당국이 저신용자 등 취약차주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에 고심하고 있다. 취약 차주의 제도권 대출 절벽이 현실화된 가운데, 금융당국은 긴급소액대출 등 정책금융상품을 출시하고 제2금융권에 대출 재개를 권고하고 있지만 서민 대출에 숨통을 틔우기는 좀처럼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연말부터 대출문을 걸어 잠갔던 제2금융권 회사들은 새해에도 여전히 문턱을 낮추지 않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여전사(카드·캐피탈), 저축은행 등 주요 2금융권 금융회사는 여전히 대출 한도를 줄이거나 심사를 강화하는 등 당분간 대출 문턱을 낮추지 않을 계획이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조달금리가 올라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며 '역마진' 우려가 커지고,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부채 부실화 우려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제2금융권에서는 중금리대출과 저소득·저신용층을 위한 정책금융인 햇살론 신청을 중단한 곳도 나왔다. 현재 제2금융권 10여곳은 토스 등 대출중개 플랫폼을 통한 대출 신청을 지난 연말부터 계속 막아둔 상태다. 지난달 '러시앤캐시'로 알려진 대부업계 1위 아프로파이낸셜대부는 신규 대출 중단을 선언했다.
문제는 제2금융권의 이같은 태도가 올해 1/4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지난 1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비은행금융기관의 대출태도 지수는 모든 업권에서 마이너스를 기록해 대출 문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대출태도 지수는 100부터 -100까지로 마이너스를 보이면 대출을 줄이겠다고 응답한 금융기관이 더 많다는 의미다.
상호금융조합(-52), 상호저축은행(-45), 신용카드회사(-31), 생명보험회사(-19) 등으로 모두 대출을 줄이겠다는 응답이 더 많았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이 제2금융권을 향해 압박에 나섰지만 대출 절벽이 풀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세훈 금융위 사무처장은 지난 16일 열린 '서민금융 현황 점검회의'에서 "리스크관리나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신규대출을 중단하는 등 시장여건 변화에 따른 위험부담을 금융소비자에게 모두 전가하는 행태는 지양돼야 한다"며 "은행·저축은행 등 전 금융권에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 및 중금리대출의 올해 공급 계획을 차질없이 이행할 것"을 당부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17일 여신금융협회 주관으로 열리는 신년 조찬 간담회에 참석해 "최근 일부 여전사들이 유동성 확보, 리스크 관리 등을 위해 대출 취급을 축소하면서 서민·취약계층의 어려움이 가중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우려했다.
이 원장은 "금융권의 지원이 꼭 필요한 실수요자의 경우에는 자금이용에 애로가 없도록 세심히 살펴봐 달라"면서 "자체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통해 취약차주의 경제적인 어려움을 덜어주고, 소상공인에 대해서도 만기 연장 등 자금 지원 뿐만 아니라 경영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다각적인 지원을 당부드린다"고 했다.
한 제2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당부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지만, 기준금리 인상으로 조달금리를 계속 오르는데 연체율도 상승하고 있어서 현실적으로 금융당국의 권고를 따르기는 힘들다"며 난색을 표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금융당국은 서민대출에 숨통을 틔우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급전 통로가 막힌 서민들이 폭리를 취하는 무등록 대부업체나 사채 시장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시각이다.
우선 금융당국은 연체 이력을 따지지 않고 최대 100만 원의 긴급 생계비를 즉시 대출해주는 프로그램을 이르면 오는 3월 출시할 계획이다. 총 공급목표는 1천억 원으로, 100만 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최소 10만 명이 이용할 수 있다. 금리는 추가 협의를 거쳐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연 20%에 묶인 법정최고금리를 시장금리에 연동시키는 방식도 검토했지만 국회의 반대에 부딪혀 당분간 논의를 보류했다. 앞서 서민들의 이자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법정최고금리를 연 20%까지 낮췄지만 금리급등기에는 대출 기회 자체를 박탈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검토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최고금리를 한번 올리면 다시 내리기 힘들고 당초 취지가 서민의 이자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것인만큼 건전성 측면에서 옳지 않다는 지적이 정치권에서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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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초롱 기자 pc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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