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쩐’ 이선균 “평정심? 개싸움에선 없어도 돼!” [김재동의 나무와 숲]
[OSEN=김재동 객원기자] “평정심을 잃으면 어떤 싸움도 이길 수 없다. 내가 자본시장에서 승자였던 이유는 평정심. 하지만 이제 필요없다. 짐승들을 상대로 싸우는 건 그저 지옥일 뿐이다.”
SBS 금토드라마 ‘법쩐’의 은용(이선균 분)이 개싸움을 선언했다. 은용이 10년 세월 부대껴온 세계자본시장은 피도 눈물도 없지만 룰은 있는 동네였다. 하지만 박준경(문채원)의 SOS를 받고 참전한 명인주(김홍파 분)-황기석(박훈 분) 일파와의 싸움은 룰도 없는 짐승들의 싸움판. 그렇다면 은용 역시 한 마리 야수가 되어 물어뜯는 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다.
‘법쩐’은 부도덕한 돈과 사법권력의 카르텔에 맞서 싸우는 복수극을 표방한다. 은용-박준경과 형사부 말석 검사 장태춘(강유석 분)이, 사채왕 명인주-특수부 부장검사 황기석과 그들을 비호하는 검찰권력을 상대로 뒤없는 싸움을 펼친다. 빠른 공-수 전환, 쉴 새 없는 티키타카로 시청층을 사로잡고 있다.
선공은 본의 아니게 중앙지검 형사부 말석검사 장태춘이 시작했다. 장태춘은 ‘여의도 람보의 쏠라바이오 주가조작 사건’을 조사하다 그 돈이 사채왕 명인주가 설립한 GMi뱅크로 흘러들어간 정황을 포착한다. GMi뱅크의 대표 오창현(이기영 분)은 검사장 출신 전관으로 명인주의 쩐과 검찰의 권력을 잇는 핵심인물이다.
하지만 물증이 없어 전전긍긍하던 중 박준경이 나이트클럽에서 빼낸 람보의 비밀장부를 전해준다. 장부는 명동 사채꾼들이 애용하는 숫자암호 투성이고 이 해석을 몽골의 외삼촌 은용에게 부탁한다.
그 덕에 압수수색까지 진행되는 등 수세에 몰린 명인주 측은 GMi 뱅크 김성태(이건명 분) 전무의 단독 범행으로 꼬리를 자른다. 그리고 장부를 탈취한 박준경을 특정해 반격하려 하지만 박준경의 신분은 군 법무관으로 신병이 군에 이첩되며 닭 쫓던 개 신세가 되고 만다.
게다가 사건은 정치의 꿈을 포기 못한 GMi 뱅크 오창현 대표의 강연장에서 손실 본 투자자가 분신함으로써 비화되고 명인주 측은 여론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장태춘을 앞세워 그가 조사하던 백인수(권태원 분) 의원의 아들 채용 비리를 터뜨린다.
이 무렵 합세한 은용은 동대문 사채꾼 김여사를 통해 GMi뱅크의 전환사채를 거래한 오창현 대표의 계약서를 확보하고 오창현을 협박, 명인주를 손절하도록 유도하는 한편, 손장관(손승진 분)을 앞세워 정의민주당 차원에서 박준경의 자백 기자회견을 추진하는 등 승기를 잡는 듯 보였다.
반격은 즉각적였다. 명인주는 김여사를 협박해 은용의 존재를 알아챈 후, 금감원을 움직여 은용의 사모펀드를 압색케하고, 황기석은 장태춘을 내부자 정보를 이용한 사익편취 부정거래 검사로 몰아간다. 박준경의 자백 기자회견도 무산시킨다.
은용 역시 이진호(원현준 분) 일당의 습격으로 마약주사를 맞고 생매장 당할 위기에 처하지만 소년원 동기 이진호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한다.
이번엔 다시 은용 차례. 은용은 ‘적의 적은 아군’이란 논리로 백인수 의원을 이용해 준경의 기자회견을 추진하고 준경은 기자들 앞에서 당당히 자신이 어머니이자 자살한 블루넷 대표 윤혜린(김미숙 분)를 살리기 위해 황기석과 손잡고 뇌물증거를 조작했다고 밝힌다.
이 기자회견으로 황기석 발등에 불이 떨어졌을 때, 장태춘이 파놓은 특허법 불법거래의 덫에는 명인주의 설거지 담당 이수동(권혁 분) 변호사가 걸린다. 이를 빌미로 장태춘은 공범으로 명인주까지를 검거한다.
은용 역시 다시 오창현 대표를 만나 불출마가 분명한 백인수 지역구를 제시한다. 또한 검찰 수뇌부와의 미팅을 통해선 명인주가 제공해온 차명계좌보다 안전한, 사실상 추적이 불가한 사모펀드의 역외펀드를 제시한다. 검찰 수뇌부 역시 한도없는 외환거래가 가능하고, 청문회서 털릴 일 없는 재산증식 수단에 호응한다.
그렇게 명인주는 구치소로, 황기석은 직무정지로 은용측의 승리가 굳어지는듯한 순간, 새롭게 시작되는 음모. 그 주인공은 명인주의 딸이자 황기석의 아내인 명세희(손은서 분)였다.
세종로 1번지의 안주인이 될 꿈을 포기 못한 명세희는 좌절한 황기석을 위로하며 “당신 장인, 아직까지 우리한테 필요한 사람야. 아빠보고 직접 해결하라고 했어.”라 속삭인다.
이들이 가장 필요한 것은 검찰권력, 명인주는 사채꾼 김여사를 종용해 동부지검에 고소장을 접수케하고 황기석은 그 배당을 다루기 만만한 비리 검사에게 떨군다. 출석요구를 통해 동부지검으로 이송된 명인주는 검사의 묵인하에 밤나들이에 나선다. 협박용 별장 성접대 사진으로 오창현을 불러낸 명인주는 황기석이 작성한 유서를 뇌물인 척 주머니에 찔러주고는 옥상에서 떠밀어 추락사 시킨다.
그 무렵 박준경과 백인수는 윤혜린 장부 원본이 담긴 USB를 명망있는 일본대학의 검증을 받아 공개하는 2차 기자회견을 준비중였다.
오창현의 죽음은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다. 유서의 내용은 GMi뱅크의 주가조작이나 본인의 자살이 모두 은용의 협박때문이라는 것. 검찰 수뇌부는 오창현이 받았던 것과 같은 별장 성접대 영상에 전전긍긍하며 황기석을 추궁하지만 황기석은 협박자로서의 위세를 회복한다.
다시 응전에 나선 은용은 모두의 상상을 깨고 장태춘에게 자수한다. 기자들 앞에서 “자신과 오창현 대표의 관계가 원만했음을 입증할 믿을만한 친구들이 있다”며 은근히 검찰 수뇌부를 압박한다.
은용과 황기석 사이에 낀 검찰 수뇌부는 황기석이 48시간 이내에 은용을 잡아넣으면 말을 갈아타지 않고, 은용이 빠져나가면 기자회견을 추진 중인 백인수가 황기석을 처리할 것이라며 두고보기로 한다.
여기까지는 적당히 악당들을 상대로 한 은용의 계산기가 답을 내놓은 단계였다. 구치소로 넘어간 밤, 그것이 착각이었음이 드러난다. 터잡고 기다리던 명인주와 김성태 일당은 간수를 매수해 은용을 상대로 린치를 가하고 그 와중에 김성태는 자신의 부하를 직접 찔러 죽여놓고 정신을 잃은 은용의 지문을 묻혀 사건을 조작한다.
은용이 살인사건 피의자로 전환된 직후 USB를 갖고 기자회견장으로 나서던 준경도 이진호의 칼에 찔리는 사고를 당한다. 장태춘은 혹시 몰라 준경이 남겨두었던 복사본을 뒤미처 백인수에 전달하지만 백인수는 결국 기자회견을 취소시킨다.
직전 황기석은 백인수의 아들 취업비리를 의원직 유지선인 벌금 100만원 이하로 공소장을 맞출 것을 약속했고, 명인주 역시 백인수 지역구 재개발 사업을 책임지고 마무리하겠다고 확약하면서 장태춘이 건넨 USB를 넘겨받는다.
물론 원본 USB는 박준경이 지니고 있다. 이진호가 탈취에 실패했었다. 나중에 써먹을 카드가 될 만하다. 어쨌거나 이런 등등의 우여곡절 끝에 은용이 개싸움을 선언한 것이다.
영화 ‘대부3’을 보면 알 파치노가 조카 앤디 가르시아에게 충고하는 장면이 나온다. “적들을 미워하지 마라. 판단력이 흐려진다.” 은용이 세계 자본시장에서 승자일 수 있었던 평정심을 강조한 말이다. 하지만 어떤 싸움은 활활 불타오르는 적의가 승리를 가져오기도 한다.
같은 영화에서 ‘우정과 돈은 물과 기름’, ‘정치와 범죄의 본질은 같다’는 대사도 나온다. 이익을 따라 변검처럼 안면을 바꾸는 드라마속 인물들에게, 그리고 드라마가 투영한 현실 세계에 아주 적절한 표현 같다.
그럼에도 “진실을 처벌할 수 있는 법은 없다!”는 준경의 단언처럼 거악에 분노한 우리의 주인공들이 끝내 진실을 우뚝 세워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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